[바이오텍 1세대 성과 평가]"서정진의 종합제약사 변신 승부수, 절반의 성공"셀트리온 지분 승계·3사 합병 등 남기고 용퇴…신약 파이프라인 등 주목
최은수 기자공개 2022-04-22 08:37:27
[편집자주]
국내 바이오 산업의 호황기를 이끌던 바이오텍 창업 1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사회에서 완전히 손을 떼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주는 사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더벨은 제약바이오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바이오텍 창업 1세대의 성과를 따져보기로 했다. 자유로운 의견 취합을 위해 이름, 소속, 특정 직책은 밝히지 않는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1일 07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셀트리온 창업주 서정진 명예회장은 작년 초 경영에서 손을 뗐다. 그룹을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를 넘어 종합제약사로 키우려던 서 명예회장의 과업은 이젠 전문경영인과 오너 2세의 몫이다. 서 명예회장이 주력하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개발, 다케다 사업부문 인수 등을 놓고 시장 평가는 엇갈린다.지분 승계와 3사 합병은 서 명예회장이 셀트리온에 남긴 또 다른 과제로 꼽힌다. 더벨은 시장 관계자들로부터 '서 명예회장의 포스트 바이오시밀러'로 요약되는 사업 확장의 성과, 3사 합병 등 이슈 전반에 대해 들어 봤다.
A: 전, 대형 제약회사 CRA, ph.D/현, 바이오섹터 VC
B: 전, 바이오 컴퍼니빌더, ph.D/현, 대형 제약회사 IR 담당
C: 전, 국책연구기관 BD/현, 바이오벤처 C레벨
D: 전, 중견 제약회사 CFO, CPA/현, 바이오벤처 C레벨
E: 전, 바이오섹터 애널리스트/현, 바이오벤처 C레벨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에 대한 시장 평가는
A: 초기 공개했던 타깃 환자군과 적응증, 최종 품목허가를 받은 후 환자군, 적응증이 다르다. 임상 과정에서 적응증을 바꿨단 것은 주성분을 바꾸는 것(메이저 체인지)과 같은 리스크로 본다. 거기에 투약 환자군까지 바뀌었으니 큰 리스크를 두 개나 안고서 오로지 출시를 위해 달렸다는 뜻이다.
C: 서 명예회장이 2020년 렉키로나를 국내 의료진에 먼저 공급해 경증 코로나19 치료와 예방효과를 함께 얻게 하겠다 밝힌 것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초기 R&D 계획은 정맥주사(IV)로 설계해 이를 경증, 더불어 아직 감염되지 않은 위험군에 투입하는 것이었다. 결과론적인 부분을 배제하더라도 매우 공격적인 R&D 및 BD 전략이다.
B: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피하주사(SC)로 제형을 변경한 뒤 오리지널보다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시장에선 램시마SC 때 보인 서 명예회장의 바이오시밀러 R&D와 BD 전략이 매우 탁월하다고 평가하는데 렉키로나 사례에선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E: 렉키로나는 품목허가 이후 이후 흡입제형으로 임상도 진행하고 있지만 이미 효능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유럽 EMA의 승인 권고를 확보하며 판로는 넓혔는데 국내 식약처에선 이미 사용 중단 결정이 난 점은 부담이다.
-3자 합병과 승계 구도는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생각하는지
D: 오랫동안 발목을 잡던 셀트리온헬스케어 회계부정 이슈가 '고의성 없는 과실' 판정을 받았다. 승계를 가로막던 큰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에 3자 합병을 통해 서 명예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2세에 넘기는 속도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A: 현재 합병의 키를 쥔 인물은 전문경영인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이다. 서 명예회장은 창업 멤버인 기 부회장에게 두터운 신뢰를 보내고 있다. 기 부회장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합병 검토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머지 않아 결과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C: 서 명예회장이 3자 합병을 마무리하지 않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도 한편으론 합병을 잘 성사하고, 이어질 승계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아무리 신임을 받는다 해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가 서슬 퍼렇게 전면에 있는 와중에 추후 승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합병 작업을 누가 감히 주도할 수 있었겠는가 싶다.
E: 서 명예회장은 그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단 소신을 밝혀왔다. 다만 두 아들이 잇달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에 오른 이후엔 앞서 명분이 약해졌다. 대개 오너십 체인지와 승계가 그렇듯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최적의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 업계에선 상장 3사의 합병이 정말 성사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로 여긴다. 비상장상사인 셀트리온스킨큐어의 합병 작업도 스킨큐어 측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커 불발되기도 했다.
D: 지주회사 중심 수직계열화에 나설 때 셀트리온스킨큐어 지분을 획득해야만 공정거래법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다만 비상장사인 스킨큐어 합병과정에서 책정한 합병가액을 고려했을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비상장사도 이러한데 상장 3사 합병에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심사다.
- 후속 파이프라인을 왜 ADC로 선택했을까
C: 항체는 글로벌 매출 상위 10개 약물의 80%를 차지하는 유망한 치료기술(모달리티)이다. 여기에 ADC(Antibody Drug Conjugation)는 항체에 약물을 결합하는 기술로 시장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A: 셀트리온의 개발 업력 가운데 항체치료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상업화에서의 평가는 갈리지만 렉키로나 또한 항체 기반 R&D를 통해 출시된 의약품이기 때문에 ADC와 접점이 있다.
B: ADC플랫폼을 보유한 영국 기업 익수다테라퓨틱스를 인수한 사례를 통해 신약 R&D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ADC는 주로 항암신약에 쓰이는 모달리티다. 셀트리온의 R&D 또한 항암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익수다테라퓨틱스의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것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서 명예회장이 없는 셀트리온에 대한 전망은
A: 내부에서 '우리가 지금껏 잘 해 왔던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다시 초점을 맞추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신약개발 역량을 갖춘 종합제약사로의 성장도 좋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기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합병 등 대내외적 변화를 앞뒀는데 체질 변환까지 하기엔 리스크가 크긴 하다.
E: 서 명예회장은 지금까지 안되는 걸, 혹은 많은 사람들이 안 된다고 말하는 걸 되게 해 온 인물이다. 그에 대한 기대감과 맨파워가 셀트리온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이 빈자리를 채우는 작업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공교롭게도 서 명예회장의 퇴진 시기와 셀트리온그룹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한 시기가 묘하게 겹친다.
B: 서 명예회장에게 있어 신약개발은 셀트리온의 종합제약사로의 전환을 위한, 요컨대 '트로피 에셋'이 아니었을까 싶다. 더불어 서 명예회장의 공식 은퇴 전 다케다가 비주력자산으로 꼽은 아태지역 케미컬 사업을 인수해 종합제약사로의 변신을 위한 구색을 갖췄다. 본인 스스로 셀트리온에서 이룰 건 '다 이루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D: 셀트리온그룹은 연매출 2조원을 내고 상장사 임직원이 3000명이 넘는 대기업이 됐다. 서 명예회장은 시스템이 갖춰졌고 신뢰할 수 있는 임직원이 포진한 만큼 당분간 본인 빈자리가 있겠지만 그룹은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데 베팅한 것 같다. 어쨌든, 서 명예회장도 셀트리온 및 그룹 주가가 최고점을 찍을 때 박수 받으며 내려오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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