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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예금상품 광고하는 토스뱅크 thebell desk

한희연 기자공개 2022-04-20 08:20:33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9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토스뱅크 어플에 들어가봤다. 출범 5개월만에 수신액 17조원을 넘겼다는 보도자료를 보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상품 구성이 궁금해서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10월 출범때부터 연 2%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상품을 팔았다. 정기예금처럼 묶인 자금이 아닌 언제든 고객이 빠져 나갈 수 있는 상품에 2%의 금리를 주기로 결정한 것은 상당한 파격이었다. 고금리 유혹에 예금고객이 몰렸으나 한편으론 지속성 여부에 관심이 모이기도 했다.

그런데 처음 어플에 들어가 통장개설과 관련한 프로세스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상당히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통장개설 화면 한가운데에는 광고화면이 떠 있다. KB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광고였다.

다른 은행의 모바일뱅크로 통장을 여러번 개설해 봤지만 화면 중앙에서 타행의 정기예금 광고를 접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연 2%를 제공하는 토스뱅크통장' 개설 프로세스 화면 중앙에 '연 2.6%의 KB e-plus 정기예금' 광고를 크게 게시해 놓은 것은 상당히 신박했다. 돈을 맡기려 찾아온 고객에게 다른 데 더 좋은 상품이 있으니 그리 가보시라 우회적으로 밀어내는 셈이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10월 후발주자로 출범, 공격적인 영업으로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출범후 9일만에 대출영업을 중단하는 등 계획대로 이끌어 나갈 수 없는 한계에 맞닥뜨리기도 했다. 올해 다시 대출 영업을 재개해 빠른 성장을 꾀하고 있으나 아직 자산 불균형이 심한 편이다.

최근 공개된 지난해 말 실적 공시에 따르면 원화예수금은 13조7900억원, 원화대출금은 5300억원이었다. 이를 감안해 예대율을 계산하면 3.85%가 나온다. 타행과는 굉장히 동떨어진 수치다. 지난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들은 모두 90%대(원화 기준)의 예대율을 나타냈다. 카카오뱅크는 86.13%, 케이뱅크는 62.64% 수준이었다.

지난해 토스뱅크의 유가증권 잔액은 9조2000억원, 대출채권 중 환매조건부증권(RP)매수 잔액은 3조5600억원을 나타냈다. 결국 예수금과 대출금의 괴리를 유가증권 운용과 RP 매수 등 단기운용으로 메꿔온 셈이다. 유가증권과 RP매수 금액의 합을 원화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은 92.66%에 달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의 경우 이 비율이 20%대, 케이뱅크는 40%대였다.

지난달 말 토스뱅크는 보도자료를 통해 수신액이 17조원을 넘겼고 대출금도 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작년말에 비해 석달동안 예대율이 대략 14%대까지는 올라온 셈이다. 3% 후반대에 비해서는 많이 상승했으나 안정적인 예대마진 확보를 기대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수치다.

빠르게 마진을 올리기 위해선 늘어나는 수신고에 맞춰 대출잔액도 드라마틱하게 올라야 한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출규제 완화 기대가 일부 나오기도 하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대출규제 완화 우려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찬반이 팽팽해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가 빠르게 이뤄지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신액이 비대한 토스뱅크는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고객수를 늘리는 것은 좋지만 생존을 위해선 자산성장의 질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몰려드는 고금리 수신자들을 정중히 거절하며 규제 완화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통장 개설 화면 중앙에 타행의 예금광고를 크게 띄운 것도 결국 이런 고충의 산물이다. 고객을 늘려야 하지만 수신퍼내기를 해야 하는 토스뱅크의 아이러니한 현실인 셈이다.

토스뱅크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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