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22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S그룹 오너일가는 경남 진주에서 만석꾼을 하던 양반가문의 자제들이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유교적이고도 보수적인 문화가 뿌리내려 있다. 48명의 오너일가가 지분을 나눠갖는 공동경영시스템을 구축하면서도 잡음 한번 낸적 없다. 그 많은 오너일가 중 대형 스캔들을 낸 인물도 없다.경영상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인 이슈를 방어하기 위해 정부 유력인사출신으로 사외이사진도 꾸려놨다. 그룹의 근간 사업은 정유·방송·에너지·유통 등 안정지향적인 국가기간사업 및 인프라 사업이다. 점잖은 양반들에게 흠 하나 생길 빈틈이 없었다.
그런 GS그룹 오너일가가 차기 성장동력으로 휴젤을 택했다. 10여년 전 대우조선해양, 3년여 전 아시아나항공 등 여러 인수 기회를 포기하고 결국 고르고 고른 게 보툴리눔톡신 사업이다. 오너일가의 만장일치 시스템에 따라 48개 도장(허락)을 모두 받은 것으로 보아 이견없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휴젤은 영업이익률이 36%에 달할 정도로 우수한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5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도 기대된다.
하지만 이면에 휴젤이 가진 태생적 리스크도 만만찮다. 보툴리눔톡신은 생물무기 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절대적인 규제 대상이다. 부패한 콩 통조림에서 배양한 균주라는 데 따른 출처 논란, 균주 안전성 문제, 이에 대한 소송이슈까지. 안정지향적인 사업을 추구하는 GS그룹의 경영철학과는 거리가 있다.
휴젤은 최근 경쟁사인 메디톡스로부터 균주도용으로 소송을 당했다. 메디톡스 주장의 사실여부를 떠나 세간의 가십을 경계하고 갈등을 멀리하는 GS그룹 오너일가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이슈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GS그룹은 휴젤을 품었다. 태생적 리스크도, 메디톡스와의 소송전도 모두 검토하고도 1조7000억원의 베팅을 했다는 게 GS그룹 입장이다.
도덕적 흠결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GS그룹 오너일가에게 휴젤은 불편한 서자다. 그러나 석유·에너지·홈쇼핑 등 지는 사업을 대체할 신사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절실함이 인수강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가문의 역사와도 같은 원칙과 철학을 내려놓고 모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의미로 볼 때 메디톡스와 휴젤의 균주도용 소송전은 GS그룹에 있어 첫번째 도전이다. 소송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격한 공방전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갈등보다 화합을 택해온 GS그룹은 이번 파고를 어떻게 넘길까. 이미 예상한 시나리오라는 GS그룹의 느긋함은 어떤 의미일 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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