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프렌드십 포커스]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결실 'ESG위원회'①한진칼 표대결 한달 전 '거버넌스위원회' 신설...사외이사 주주 소통 역할 '주춤'
김서영 기자공개 2022-05-12 07:34:49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09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이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게 되는 계기에는 두 가지 갈래가 있다. 기업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수도 있고 반면 주주제안과 같이 외부의 요구에 따라 변화를 꾀할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후자에 속한다.2020년 초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다. 이는 한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에도 영향을 미쳐 주주 친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작점이 됐다. 같은 해 주주 친화 정책을 담당하는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ESG위원회'로 명칭을 바꿨고, 정기적으로 위원회를 개최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내부거래위→거버넌스위→ESG위 조직 '확대'...한진칼 경영권 분쟁 영향
2020년 2월 한진그룹은 재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발단은 2019년 4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별세다.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그룹 경영권에서 멀어져 있던 사이 남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게 됐다.
같은 해 12월23일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이 부친 조 전 회장의 유훈과 다르게 경영하고 있다'며 권리행사를 예고했다. 이듬해 1월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그룹과 손잡고 3자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당시 기준 이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조 전 부사장 6.49% △KCGI 17.29% △반도그룹 8.28% 등 모두 합해 32.06%였다.
급기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까지 예고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항공도 힘을 보탰다. 주주 친화책을 방어 카드로 꺼내 든 것이다. 한진칼 정기 주총을 한 달 앞둔 2020년 2월 대한항공은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기존 내부거래위원회에 주주권익 보호 기능을 강화해 확대 개편된 조직이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초대 거버넌스위원장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던 김동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다. 2018년 3월 대한항공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된 이후 올해로 4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영 실무 경험을 보유한 전략 및 재무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교수는 맥킨지앤드컴퍼니 경영컨설턴트,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한 경험이 있다.
대한항공은 김 교수에 대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적극 반영한 경영활동을 통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 종합등급 A, ISS 거버넌스 부문 1등급을 달성하는 등 성과를 이뤘다"며 지속가능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의 당사 경쟁력 제고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2020년 8월 거버넌스위원회에 변화를 줬다. 위원회 명칭을 'ESG위원회'로 바꿨다. 주주 친화 정책은 물론 ESG 관련 이행사항을 검토하고 심의·의결하는 역할이다. 올해는 ESG위원회 규모도 늘렸다. 기존 사외이사 3인 구성에서 4인으로 멤버가 늘었다. 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ESG위원회는 박남규·조명현·장용성 사외이사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3자 주주연합이 공식 해체되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이 최종 승기를 잡았다. 올해 3월 호반건설이 3자 연합 가운데 하나였던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보유했던 한진칼 전체 지분 17.43%를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르는 뜻밖의 변화가 있었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을 한진칼의 백기사로 보고 경영권 분쟁 재점화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으로 탄생한 ESG위원회는 그 이후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대한항공 ESG위원회는 분기별 1회씩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ESG위원회는 3월, 6월, 9월, 12월 4차례에 걸쳐 열렸다. 2020년에는 이와 마찬가지였다.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투자합의서 사전 검토를 위해 한 차례 더 개회됐다. ESG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은 매년 1월 열리는 1차 이사회 보고 안건으로 상정된다.
눈에 띄는 점은 ESG위원회로 개편된 이후 주주 친화 안건이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ESG위원회로 명칭이 바뀌기 두 달 전인 2020년 6월 열린 위원회 회의에서는 '사외이사의 주주 및 이해관계자 소통 역할 강화'가 안건으로 올랐고 사외이사 3인(김동재·조명현·박남규) 전원 찬성으로 가결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ESG위원회에서 다뤄진 안건을 살펴보면 사외이사의 주주 소통 역할 강화와 관련된 안건은 한 차례도 다뤄지지 않았다. 대신 △탄소규제 현황 및 감축수단 보고 △ESG채권 발행 추진 △바이오항공유 협력 MOU 체결 보고 △지배구조 헌장 일부 개정의 건 등 ESG와 관련된 안건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 및 개별 투자자 대상으로 면담, 컨퍼런스콜, 현장 방문을 수시로 진행하여 투자자 및 주식 시장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2020년과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 미팅의 제한 등 투자자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이른 시일 내 주주 소통 강화책을 마련해 실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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