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11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이 남긴 말이다. 새로 출발하는 윤석열 정부의 화두이기도 하다.사람이 광장을 만들면 그곳에 사람들이 모인다. 공원이 생기면 여유가 생기고 주변이 활기를 띤다. 삶도 바뀐다. 공간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취임식에서 화려한 이벤트는 눈에 띄지 않았다.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로 새 정부가 출범한 탓이다. 여소야대 국면에 협치는 어렵다. 총리는 제 때 인준되지 않았고 장관 청문회도 시끄럽다. 화려한 잔치를 벌일 분위기는 아니다.
취임식에선 소소한 얘기 꺼리들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걸어서 입장하며 국민들과 주먹 인사를 나눴다. 비도 안 왔는데 무지개가 떠서 참석자들이 연신 사진을 찍었다. 하늘이 내려준 볼거리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에 가장 큰 화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다. 한달여간의 인수위 활동을 곱씹어 보면 청와대 개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74년만에 일반에 개방된 청와대엔 74명의 일반인이 먼저 입장을 했다. 청와대 뒷편 등산로도 근사하다.
윤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 시대를 열었다. 역대 대통령은 하나같이 청와대에서 나오려고 했지만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않았다. 경호 때문에, 설비 때문이란 얘기도 있지만 결국 청와대가 그만큼 지내기 편한 곳이란 얘기도 된다.
청와대 시대를 지낸 대통령들의 말로는 좋지 않았다. 구중궁궐 속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국민과 소통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용산 집무실의 국정은 조금은 다른 결과가 되길 바라본다.
공간에 대한 고민이 커서일까. 금융 산업을 취재하는 기자에겐 '금융 정책'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이는 게 무척이나 아쉽다.
인수위 과정에서 언론에 노출된 금융 정책은 지난 3월 인수위가 발표한 110대 국정 과제에서 공개된 내용이 전부다.
LTV를 완화하는 등 부동산과 연계된 대출 관련 완화 정책이 큰 변화다. 금융 정책이라기 보다 부동산 정책에 가깝다.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주식 관련 제도 개편도 여러가지 언급되고 있다. 양도소득세 폐지등 주식 시장에서 회자된 내용 등이다.
그나마 큰 변화라고 할 만한 것은 가상자산 분야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하고 국내 가상자산 발행을 허용하는 정책 정도다.
금융 산업과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이라기보다 파편화된 지엽적인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취임사에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강조했지만 각론은 없었다. 한마디로 금융 산업과 경제를 관통할 경제 철학이 눈에 띄지 않는다.
더욱이 금융 정책을 수립하는 금융당국 수장은 여전히 공석이다. 하마평이 무성하던 인물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산업은행장은 사임 의사를 밝혔는데 후임 인선엔 몇달이 걸릴 지 모르겠다. 금융 수장이 임명 제청을 해야 하는데 그도 언제 자리할지 모른다. 시급히 진행해야 하는 구조조정들이 몇건이고 정리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인데 챙길 수장이 없다. 그나마 얘기가 나오는 건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옮기자는 얘기 뿐이다. 금융 산업의 경쟁력은 '집중'에 있는데 회장이 공석이 상황에서, 정치적 논리로 지방으로 내려갈 판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날 코스피 시장은 약세를 보였다. 환율 급변에 금리 인상, 저성장 우려까지 윤 대통령 앞에 놓인 경제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하반기 경제가 급변할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도 여기저기 들린다.
윤 대통령이 용산 시대를 성공시킨 대통령으로 평가를 받길 바란다. 기왕 청와대에서 나온 만큼 용산의 기운을 듬뿍 받아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국정을 펼치길 바란다.
더 나아가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험난한 외생 변수들을 극복하려면 '공간'의 힘만으론 부족하다. 빠른 '시간'내에 금융 관련 인선을 마무리하고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역사를 바꾸는 건 공간 뿐 아니라 시간의 역할도 무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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