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바일AP 도전기]파운드리 '겟올라' 미션…R&D 인력 확보 총력④3나노 신공정 기술 선점 목표, 2분기 양산…TSMC 격차 줄이기 위한 투자·M&A 등 절실
손현지 기자공개 2022-05-16 15:04:19
[편집자주]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핵심 제품인 모바일AP (엑시노스)가 경쟁력 논란에 휩싸였다. 글로벌 점유율 축소 원인으로 수율·가격경쟁력 하락 등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엑시노스는 스마트폰의 두뇌이자 종합반도체로서 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역점'사업이다. 긱벤치 등 글로벌 성능평가 기관의 평정 결과 등을 토대로 경쟁력을 분석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1일 11: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신공정 도입 초기마다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기간 내 '첨단공정 설계 혁신', '개발기간 단축'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삼성의 파운드리 업력은 이제 막 7년째다. 반도체연구소가 무려 3세대에 걸친 제품을 동시에 개발할 정도로 공격적인 기조를 취하고 있다. 성장통을 겪는 건 당연하다.이에 비해 대만 TSMC는 업력이 30년도 더 넘는다. 삼성이 탄탄한 파운드리 노하우를 갖춘 TSMC를 상대로 내세울 수 있는 전략은 뭘까. 초미세공정 대결에서 첨단 기술력을 입증하는 수 밖에 없다. 삼성 파운드리사업부는 최첨단 기술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를 적용한 3나노 공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더불어 R&D 인력을 추가로 영입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3나노 승부수 '겟올라', TSMC의 '핀펫'과 맞불
"승부처는 겟올라"
삼성 직원들 사이에서 요즘 외치는 구호다. 겟올라는 GAA기술을 일컫는다. GAA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감이 서려있다. GAA는 반도체 칩의 기본 소자인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들어 전력소모를 최소화한 형태다. 전력 효율, 성능, 설계 유연성 측면에서 공정 미세화를 지속하는데 필수적인 기술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드는 기술은 '핀펫(FinFET)'이 주도했다. 물고기 등지느러미(Fin)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삼성도 2015년 14나노 공정 양산 때부터 핀 트랜지스터를 채택해왔다.
하지만 초미세공정 개발 과정에서 핀펫 생산 기술에 한계가 드러났다. 예컨대 4나노 이하 공정에서 핀 트랜지스터 구조를 적용할 경우 동작전압(트랜지스터를 작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전원 전압)을 줄이는 게 불가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해낸 방식이 GAA다. 삼성이 20년을 벼르며 개발한 비밀병기이기도 하다. 고성능, 소형, 저전력 3요소를 모두 만족시킬 신기술로 여겨진다. 반도체 업계에선 같은 3나노 제품이라도 GAA를 적용한 제품이 전력소모, 면적소비 등 성능면에서 앞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GAA를 산업혁명에 가까운 획기적인 기술 변환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수율 확보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4면으로 둘러싸는 4차원 구조다. 핀펫(위면-앞면-뒷면)의 3면 게이트 구조 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만큼 수율 안정화 난이도도 높다. 경쟁사이자 파운드리 1위인 TSMC도 하반기 3나노 양산 때 기존 핀펫 방식을 유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이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기만 한다면 TSMC 대비 첨단공정 기술 우위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도 있다.
삼성은 10나노 때만 해도 TSMC와 비준할 정도의 수율 안정성을 확보하며 팽팽한 경쟁을 이어왔다. 하지만 2018년 7나노 때부터 수율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기술을 적용하는데 성공했지만, 장비마저 검증이 안됐던 신공정 기술이었던 만큼 수율 안정화에 시일이 소요됐다. 당시 TSMC는 7나노 대응과정에서 EUV가 아닌 더블 패터닝을 두번 하는 기존 생산 방식, 쿼드러플 패터닝을 적용했다. 이번 3나노 대결도 비슷한 양상을 취한다. 3나노 수율이 삼성에겐 양날의 검이다.
삼성은 3나노 양산시점을 TSMC보다 조금 이른 올해 2분기 잡았다. 업계는 애플·퀄컴·AMD·인텔·엔비디아·미디어텍 같은 빅 바이어에게서 대량 주문을 따낼 반전의 기회로 보고 있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1세대 GAA 공정의 품질 검증을 완료했고 생산안정화를 통해 2분기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R&D 인력 확보 사활, 171조 투자
파운드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인력' 확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정해진 일정에 비해 인력과 설비가 부족한 탓에 연구원 1명당 2~4개까지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 역시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강 부사장은 지난달 컨콜에서 "3나노 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신규 R&D 라인 확보를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의 파운드리 인력은 2만명 안팎으로 TSMC(6만명 추정)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반기 신규 R&D 인력을 영입했다"며 "인프라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의 통큰 투자, M&A 전략도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작년 파운드리에 투자한 규모는 40조~45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시스템반도체 2030 계획에 따르면 총 171조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유력하다. 경쟁사 TSMC는 올해 최대 440억달러(약 56조2012억원), 오는 2024년까지 최대 1000억달러(약 127조 7300억원)를 설비투자 등에 투입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는 시행착오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업력에 비해 빠르게 성장해온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러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새 정부의 세제 혜택, 공장 신·증설 규제 완화, 고급 인력 육성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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