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의 승부수]반도체, LX그룹 주력사업 되나②그룹 미래 책임질 계열사 부재...매그나칩반도체 베팅 가능성
조은아 기자공개 2022-05-13 07:50:40
[편집자주]
출범 1년이 지난 LX그룹은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승부사로 유명한 구본준 회장이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구 회장이 LX그룹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더벨이 LX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1일 11: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한방'은 뭘까?구 회장이 LG그룹에서 독립할 당시 들고나온 계열사는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LX판토스로 모두 5개다. 최종 결정은 가족회의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5개사 모두 실적과 전망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수십년을 재계 4위 LG그룹에 몸담았던 구 회장에게 아쉬움이 없을 리 없다. 현재 LX그룹을 대표하거나 혹은 미래를 책임질 만한 곳이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역시 구 회장에게 고민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LX그룹은 무색무취에 가깝다.
◇그룹 대표할 주력 사업 부재
보통 그룹을 대표하는 사업이 있기 마련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현대차그룹은 현대차를,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을, LG그룹은 LG전자와 LG화학을 떠올린다. 모두 그룹의 앞날을 이끌 곳들이다. 그러나 LX그룹엔 마땅히 미래 먹거리라고 볼 만한 계열사 혹은 사업이 없다.
현재로선 규모가 가장 큰 LX인터내셔널과 LX하우시스를 양대 축으로 볼 수 있는데 각각 상사업과 건축자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이른바 캐시카우로서 한계다. 이미 안정권에 접어들어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미다.
LX하우시스의 최근 5년 영업이익은 600억~700억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3% 급증했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대외적·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컸다.
LX그룹은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아 한국유리공업과 포승그린파워를 인수했다. 한국유리공업은 LX하우시스와 건축자재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포승그린파워는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며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다만 두 곳 모두 그룹의 명운을 좌우할 만한 규모는 아니다. 지난해 매출은 한국유리공업이 3100억원, 포승그린파워가 585억원에 그친다.
결국 한 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X그룹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의 설계와 생산을 주력으로 한다. 이 분야에서 약 30%의 점유율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다. 지난해 매출 5420억원에 영업이익 552억원을 거뒀다.
눈여겨 볼 건 성장세다. 영업이익이 전년 407억원에서 36% 증가했다. 특히 사업 범위가 DDI 설계와 생산 등 LX세미콘과 겹쳐 인수할 경우 시너지도 누릴 수 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지난해 말 매각이 추진되다 거래가 중단됐는데 당시 협의된 거래 가격은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였다. 그간 LX그룹이 인수했거나 인수를 추진했던 곳들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이지만 구본준 회장이 승부사로 통하는 만큼 베팅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LX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셨던 한샘의 경우 최종 거래 가격이 1조4500억원이었다.
LX그룹이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하면 LX그룹의 색깔도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LX세미콘과 매그나칩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도체 사업이 LX그룹을 대표하는 주력 사업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왜 반도체일까, '기술 중시' 구본준 회장 성향 반영
매그나칩반도체의 전신은 LG반도체다. 현대전자는 LG반도체를 흡수합병한 후 사명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로 변경했다. 2004년 비메모리 부문이 분할되면서 매그나칩반도체가 탄생했다.
LG그룹은 1979년 대한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금성일렉트론을 설립하면서 사업이 본격화했다. 1995년 럭키금성이 LG로 이름을 바꾸면서 금성일렉트론도 LG반도체가 된다. 1995년 순이익이 9000억원에 이르는 등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구본준 회장은 1985년 금성반도체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다른 계열사를 거쳐 1997년 LG반도체로 이동해 대표이사에 올랐다. 사실상 LG반도체의 마지막 대표였던 셈이다. 특히 현대그룹에 반도체 사업을 어쩔 수 없이 넘기는 과정을 오너 일가이자 대표로서 고스란히 지켜봤다. LG반도체는 1998년 12월24일 구본준 대표 명의의 발표문을 통해 '반도체 통합법인의 경영주체로 현대그룹이 적합하다'는 내용의 ADL 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주도 채 지나지 않은 이듬해 1월6일 LG그룹은 반도체 사업을 결국 강제로 양보했다. 구 회장으로선 아쉬움과 함께 미련 역시 클 수밖에 없다. 구 회장은 현재 광화문 LX홀딩스 집무실 말고도 LX세미콘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양재캠퍼스에 별도의 집무실을 두고 번갈아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미는 명확하다. 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를 반도체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LX세미콘의 존재감도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처음 계열분리할 당시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해 실적이 급등하면서 새롭게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DDI 단가 상승에 힘입어 눈에 띄는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구 회장 개인의 성향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기술에 강한 오너경영인으로 전해진다. LG그룹 시절 LG전자와 LG화학, LG반도체, LG디스플레이 등 그룹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계열사를 모두 거쳤다.
특히 제조업의 기초인 기술력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을 선도하려는 의지와 열정이 크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이공계인 계산통계학과 출신으로 숫자를 비롯해 설계와 도면 등에도 밝은 편이다. LG전자 및 LG디스플레이 재직 시절 공장별 배치도를 꿰고 있었으며 주력 제품의 제조 과정과 공정별 기술, 핵심 기술 등에 대해 전문 엔지니어 못지않은 심도 깊은 강의를 펼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LX그룹의 M&A 행보가 조금은 변방에 머무른 감이 있었다"며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다음 M&A 역시 반도체 관련, 넓게 보면 기술 중심의 제조업 쪽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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