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는 지금]30년 넘게 이어진 빅3 체제, 깨질 수 있을까①삼성·한화·교보 위상 공고…중위권은 금융지주 M&A로 판도 변화
조은아 기자공개 2025-04-10 12:33:40
[편집자주]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8일 07시29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빅3의 독주 체제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자산규모 기준으로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이 상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 엎치락뒤치락해왔다.빅3라는 말이 업계를 중심으로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도 1990년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빅3를 깨기 위한, 혹은 빅3에 끼기 위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무위에 그쳤다.
◇수차례 던져진 도전장, 결과는 모두 실패
1990년대 후반까지 정부는 대기업의 생명보험업 진출을 막아왔다. 보험사들이 막대한 고객 자금을 이용해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보사들의 무분별한 경쟁으로 심각한 부실이 이어지자 대기업의 진입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자금을 끌어들여 부실 생보사를 정리하자는 계산이었다. 순차적으로 문턱이 낮아졌고 2003년 대기업의 생명보험 시장 진출이 완전 허용됐다.
그럼에도 빅3를 위협하는 후발주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2002년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손바뀜'만 발생했을 뿐 빅3의 아성은 굳건했다.
의미있는 변화는 2012년에야 이뤄졌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NH농협생명이 출범했다. 빅3를 추격할 만한 중대형 생보사가 처음 등장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기대감 역시 한껏 높아졌다. 출범 당시 농협생명은 자산 35조원으로 업계 4위로 단번에 뛰어올랐다.
이 시기 업계 2~3위를 다퉜던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자산이 60조원대로 여전히 격차가 상당했지만 다른 보험사와의 격차 역시 뚜렷했다. ING생명이 20조원대, 미래에셋생명이 15조원대, 신한생명이 13조원대였다. 당시 농협생명은 7~8년 안에 자산 규모를 업계 3위와 대등한 수준으로 가져간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농협생명 역시 빅3 체제를 깨기엔 역부족이었다. 출범 4년여 만인 2016년 자산이 60조원까지 늘어나는 등 초반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이후 자산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고 신한라이프가 출범한 뒤로는 자산 순위 5위로 밀려났다. 방카슈랑스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빅3는 물론 다른 보험사들 역시 농협생명을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신한라이프·KB라이프, 중위권 도약 발판 된 M&A
농협생명마저 존재감이 흐려진 지금 업계의 시선을 모으는 건 금융지주 계열의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가 경쟁적으로 보험사를 인수하면서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가 잇달아 출범했다.
특히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는 신한금융 M&A 사례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로도 꼽힌다. 신한금융은 2018년 업계 5위였던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결정했고 이듬해 최종 인수했다. 이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통합되면서 2021년 7월 신한라이프가 출범했다. 신한라이프는 단번에 자산 71조원대로 65조원대인 농협생명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아직 출범 4년차밖에 되지 않은 만큼 빅3를 따라잡진 못했지만 존재감만큼은 확실하다. 특히 IFRS17 체제에서 새롭게 등장한 수익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에 힘입어 업계 상위권 수준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확보했다. 목표는 아예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을 넘어선 업계 2위다.
KB라이프는 2023년 1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합병하면서 출범했다. 출범 직후 자산 규모는 30조원 규모로 업계 8위 수준이었다. 6위인 미래에셋생명(33조원대), 7위 동양생명(32조원대)과의 격차는 2~3조원이었다. 2년여가 지난 현재 자산 규모는 33조원으로 미래에셋생명(32조원)을 제치면서 7위로 올라섰다. 동양생명(34조원대)과의 격차도 1조원대로 줄었다.
이젠 우리금융 순서다. 현재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자산 기준으로 동양생명은 업계 6위, ABL생명은 업계 12위다. 다만 우리금융이 두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하면 앞으론 기존과 같은 판도 변화를 더 이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변화를 불러올 만한 대형 M&A가 당분간 없을 가능성 높기 때문이다.
이미 보험업계엔 수년간 팔리지 못한 이른바 '악성 매물'들이 쌓여있다. 생보사 매물로는 매물로 나온 지 10년이 넘는 KDB생명, 외국계 생보사 중 한국 시장 철수를 공식화한 BNP파리바카디프생명, AIA생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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