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지형도]'대형은행' 틈바구니 속, SC제일은행이 선택한 해법은⑰순이익 제자리걸음에 자산은 감소…"자산관리 서비스 중심으로 소매금융 도약"
조은아 기자공개 2025-04-08 12:42:02
[편집자주]
영원한 1등은 없다. 국내 은행권만큼 이 말을 잘 대변하는 업권도 없다. 성숙기에 접어든 지 오래지만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며 순위 역시 요동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지속가능경영, 내부통제, 상생금융 등 시대의 흐름이 은행권을 관통하면서 은행권 지형도가 새롭게 짜이는 모양새다. 은행권 전반의 변화와 현황 그리고 각 은행의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4일 07시42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C제일은행은 국내에서 소매영업을 펼치는 유일한 외국계 은행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스탠다드차타드은행(Standard Chartered plc)이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하면서 SC제일은행이 출범했다.SC제일은행은 매년 3000억원대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실적이 크게 악화하진 않았지만 존재감은 날로 흐려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주요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매년 큰 폭으로 순이익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은 이런 흐름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 지난해 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SC제일은행의 해법은 명확하다. 올 초 취임한 이광희 SC제일은행장은 "글로벌 수준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매금융 비즈니스를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순이익 3년 연속 3000억원대, 자산은 감소세
SC제일은행은 한때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로 불리며 국내 금융권을 주름잡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대형 은행들이 동반 부실화하면서 2000년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2005년 SC그룹에 인수되면서 SC제일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초반 외국인 은행장 아래 암흑기를 거쳤지만 2016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22년엔 39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실적을 개선했다. 다만 이후엔 2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3년 3500억원, 지난해 333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10%, 5% 감소했다.
영업력에 이상신호가 감지된 건 아니다. 3년 사이 추이를 살펴보면 이자이익은 2022년 1조2287억원에서 2023년 1조2933억원, 지난해 1조2321억원으로 매년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줄어들긴 했지만 감소폭이 4%대에 그쳤다. 비이자이익(수수료이익) 역시 2022년 1855억원에서 2023년 2120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엔 2072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역시나 변동 폭은 크지 않다.
비슷한 영업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영업외손익 등 일회성 비용이 전체 순이익 규모를 결정짓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전년보다 많았고, 판매관리비도 줄이는 데 성공하며 '살림살이' 자체는 전년보다 좋았으나 홍콩 H지수 ELS 손실 배상 관련 비용이 발생해 순이익 역시 감소했다.

다만 자산 규모가 역성장하고 있는 점은 고민거리일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의 총자산은 2024년 말 기준 100조2970억원(은행계정 총 운용자금 평잔)으로 전년 대비 8.8% 감소했다. 주택거래 부진, 부실채권 관리 강화 및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이다. 전기 말(0.8%)보다 자산 감소세가 한층 뚜렷하게 나타났다.
◇'잘하는 것'에서 해법 찾는다…자산관리 서비스 주목
외형 경쟁에서 밀리고 영업력 역시 제자리걸음을 걷는 상황에서 SC제일은행이 선택한 해법은 자산관리 서비스다. 모기업인 SC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차별화된 자산관리 솔루션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소매금융그룹 산하에 분리돼 있던 영업 조직과 자산관리 조직을 통합해 '자산관리/브랜치사업부문'을 신설했다. 두 조직이 통합되며 자산관리 전략과 영업의 유기적 연계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광희 행장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주목한 건 그만큼 경쟁력이 있고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C제일은행의 자산관리 사업은 실적 부침을 겪던 시절에도 꾸준히 1000억원 이상의 수수료이익을 안겨주던 사업이다.
소매금융부문 수수료이익은 2022년 800억원대로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2년 사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하며 가능성을 재차 보여줬다. 2022년 863억원에서 2023년 1024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1515억원을 기록했다. 2년 사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SC제일은행은 수수료이익 확대를 위해 신탁 조직도 강화했다. 지난해 11월 재무관리그룹 산하에 있던 신탁부를 분리해 부문으로 격상했다. 신탁부문 산하에는 신탁상품부, 신탁지원부, 신탁업무부, 수탁업무부가 자리한다.
과거부터 SC제일은행이 가장 중점을 뒀던 기업금융에서도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 외에도 중소·중견기업 및 소상공인을 공략해 신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이다. 최근 신용보증기금 등과 협약을 맺고 중소기업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다. 기업 및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여·수신과 파생상품거래, 외환거래 등을 제공하며 수익기반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광희 행장은 글로벌 기업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기업금융 조직을 손봤다. 기업금융 전 부문을 총괄했던 1그룹 체제를 기업금융그룹, 금융시장그룹, 트랜젝션뱅킹그룹 등 3그룹으로 확대했다. 기업 고객 대상 예대업 및 비이자사업을 담당하는 곳을 세분화해 각각의 조직 역량 및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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