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제2 펍지' 찾기…71배 폭증한 무형자산 [게임사 M&A 러시]②영업권 0원→8086억, 개발역량·IP 확보 위해 웃돈 인수…손상차손 매년 지속
원충희 기자공개 2022-05-13 09:20:29
[편집자주]
게임업계에선 지난해 인수합병(M&A) 큰 장이 섰다. 상장 덕분에 목돈을 쥐거나 그간의 실적흥행을 바탕으로 현금을 차곡차곡 쌓아왔던 게임사들이 잇달아 보따리를 풀었다. 게임개발 경쟁력 강화와 사업 다각화, 신사업 진출 등 M&A 목적도 다양했다. M&A는 기업의 체질과 재무구조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이벤트다. 더벨은 각종 숫자와 지표를 토대로 이들이 M&A를 통해 추구하는 바와 재무구조 변화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2일 08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래프톤이 2015년 인수한 개발사 블루홀 지노게임즈는 훗날 '펍지(PUBG)'로 불리며 배틀그라운드를 제작, 글로벌 흥행신화를 이뤘다. 이 상승기류를 타고 크래프톤은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아성을 깨면서 게임업계 대장주로 우뚝 서기도 했다. 그만큼 게임업계에서 역량 좋은 개발사 인수합병(M&A)은 사운을 가르는 일이다.지난해 상장(IPO)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모집한 크래프톤은 제2의 펍지 찾기가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0원이던 영업권이 1년 만에 8500억원대로 불어났다. 개발역량과 지식재산(IP), 신사업 확보를 중시한 M&A인 만큼 당연히 순자산가치보다 높은 값에 인수를 했기 때문이다.
◇567억원짜리 언노운월즈 8447억에 인수, 잠재역량 높이 평가
크래프톤은 지난해 4개 회사를 인수했다. 쏘카로부터 커플메신저 서비스 비트윈어스(지분 100%)을 사들였고 '로드 투 발러: 월드워2', '로닌: 더 라스트 사무라이' 개발사인 드림모션(100%)를 인수했다. 챗봇 서비스 '헬로우봇' 제작사인 띵스플로우(81.5%)와 미국 콘솔게임 개발사인 언노운월즈도 M&A 라인업에 올랐다.
대부분 현금인수를 했으며 드림모션만 이전대가 377억원 가운데 288억원을 현금으로, 나머지는 자사주로 지급했다. M&A를 위해 치른 금전적 대가는 8980억원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8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4조3098억원) 중 2조155억원을 M&A 및 지분투자 등에 쓰겠다고 밝혔다. 상장 첫 해에 목표금액의 44.5%를 지출한 셈이다.
이로 인해 크래프톤의 재무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우선 무형자산이 대폭 늘었다. 지난 1년 간 유형자산이 연결기준 1404억원에서 2437억원으로 73.6% 증가할 동안 무형자산은 116억원에서 8286억원으로 7016% 폭증했다.

무형자산의 대부분은 영업권이다. 2020년 말 0원이었던 영업권 규모가 작년 말 8086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영업권은 통상 인수금액이 피인수사의 순자산가치보다 많을 때 생기는 권리금 성격의 무형자산을 뜻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이나 개발노하우 및 아이디어 등 회계상으로 분류되지 못하지만 자산의 성격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다.
크래프톤의 영업권이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게임 개발사들의 미래 잠재성을 높이 평가해 가격을 인정해주는 것인 만큼 당연히 순자산 공정가치보다 높은 대가를 지불한다. 가령 언노운월즈을 보면 인수 후 재평가한 순자산가치는 567억원이지만 인수대가는 14.8배인 8447억원에 달한다. 7879억원이 영업권으로 반영됐다.
◇배틀그라운드 산실 '펍지', M&A 성공사례
영업권은 기업에게 양날의 칼이다. 피인수사가 좋은 수익성을 유지해 적정한 회수가능액이 내준다면 자산으로의 가치가 인정된다. 그러나 손상검사 과정에서 회수가능액이 장부가액을 하회할 경우 손상차손으로 판단하고 자산에서 깎아 비용으로 처리한다. 이는 당기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친다.
크래프톤은 그동안 영업권 손상차손이 계속 발생해 왔다. 2020년에 1050억원이, 작년에는 628억원이 상각 및 손상으로 처리돼 기타비용으로 빠졌다. 물론 영업이익이 6000억~7000억원에 달했기 때문에 5000억원대 순익을 기록할 수 있었다.
크래프톤은 앞으로도 웃돈 인수를 계속 감내할 예정이다. 개발역량 제고와 사업 확대를 위해선 내부적 성장(오가닉)도 필요하지만 외부수혈을 통한 성장(인오가닉)도 요구된다. 크래프톤을 현재의 자리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단연 배틀그라운드이며 이는 2015년 인수한 펍지(PUBG)에서 개발됐다.

게임 같은 콘텐츠 산업은 역동성이 커 히트작 한두 개로 업계 순위가 뒤바뀌기도 한다. 게임업계는 그간 3N으로 불리는 대형 3사 구조였으나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흥행기류를 타면서 이들을 제치고 게임 대장주로 단번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도 기존 3강 체제에서 3N·2K(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체제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상장할 때 공모자금의 50%가량을 M&A나 지분투자에 쓴다고 했던 만큼 인수합병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며 "게임과 관련된 IP는 물론 게임 외 신사업도 초점을 두고 매물을 계속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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