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의 몰락]발행 의도 이탈한 테라, 파격의 끝은 '폭락'①결제 코인으로 시작했지만 디파이에만 치중…위험 경고 무시
노윤주 기자공개 2022-05-19 11:23:37
[편집자주]
가상자산 시가총액 10위 안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던 국산 코인 '테라'와 '루나' 가치가 순식간에 폭락했다. 14만원에 달하던 루나 가격은 한 달 만에 0원이 돼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는 신세에 처했다. 테라-루나 사태가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일각에서는 '김치코인 리스크'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가운데 이들이 한순간에 몰락한 과정과 원인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6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 루나(LUNA) 가격이 하룻밤 사이 폭락했다. 14만원에 달했던 가격은 일주일만에 0원까지 하락했다. 변동성이 심한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루나와 같은 급락 사태는 사상 처음이다.루나는 지난해 3월부터 가격이 수직 상승하면서 수많은 가상자산 투자자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가격이 1달러에 고정돼 있어야 하는 스테이블 코인이자 짝꿍 코인 '테라USD(UST)'의 가치 유지 실패로 한순간 휴짓조각이 됐다.
일각에서는 세력 불리기와 가격 올리기에 급급했던 테라 운영진의 결정이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행 시 결제 전용 코인으로 시작했지만 탈중앙금융(디파이·Defi) 열풍에 편승해 결제보다는 디파이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순간의 인기에 맹목적으로 달려들었던 권도형 대표(사진)의 판단을 비판하고 있다.
◇고객에게 주조차익 혜택 돌려준다던 테라…어느 순간 결제와 멀어져
테라가 처음 강조했던 역할은 결제다. 테라 프로젝트는 테라와 루나를 발행하고 소각하는 과정에서 주조차익(시뇨리지)이 발생한다. 이 시뇨리지 수익을 결제 사용자에게 할인혜택 등으로 돌려주면서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보통의 스테이블 코인은 발행량에 상응하는 달러 또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보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는 1테더 발행 시 1달러를 은행 금고에 채워넣는다.
테라는 담보 대신 알고리즘을 활용해 가치를 보장한다. 이 알고리즘을 운영하기 위해 짝꿍코인 루나가 필요하다. 테라 수요가 증가하면 테라를 추가발행하고 반대로 가치가 떨어지면 루나로 테라를 추가 매입해 유통량을 줄인다. 이 과정에서 테라 재단은 주조차익을 얻는다.
신종 결제 수단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맞춰 2020년 간편결제 서비스 '차이'가 탄생했다. 첫 사용처는 티몬이었다. 테라 공동 설립자인 신현성 창업자(사진)의 영향이었다. 차이로 결제하면 물건값을 할인해 주는 형태로 고객을 유치했다.
은행계좌와 차이를 연동해서 쓰는 고객은 블록체인이 사용된다는 걸 느끼지 못했지만 결제 백그라운드에는 테라와 테라의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테라KRW'가 사용됐다.
◇테라 디파이 구조 우려 무시…최악의 결과 초래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테라와 차이는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신현성 대표는 2020년 보유 중인 루나 코인 및 회사 지분을 권 대표에게 모두 양도했다. 차이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알려졌지만 두 대표가 추구하는 사업 방향이 달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차이는 테라 블록체인에 거래를 기록하는 행위를 중단한 상태다. 지난 3월부터는 간편결제 수단에서 테라를 삭제하기도 했다. 신 대표 측은 최근 루나 사태에 대해 "테라와 차이는 별도"라며 "테라 사태가 차이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어 부담스럽다"라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처음과 달라진 테라의 사업 방향이 '가치 0원'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테라 가치가 급등한 건 디파이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지난해 테라는 미러, 앵커 등 다양한 디파이 서비스를 내놓았고 루나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동시에 테라 디파이의 위험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앵커 프로토콜은 담보대출 형태의 디파이 서비스다. 가상자산을 담보로 맡긴 후 스테이블 코인을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 자금을 빌려주는 사용자에게는 연 20%라는 높은 수익률을 약속했다.
앵커에서는 담보로 받은 코인과 가치가 연동돼 있는 또 다른 가상자산, 일명 '그림자 토큰'을 발행한다. 예를 들어 루나 100개를 담보로 맡길 경우 'bLUNA' 100개를 추가로 발행한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스테이킹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일정 기간 락업을 필요로 해 유동성이 떨어진다. 앵커는 유동성과 스테이킹 수익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목표로 그림자 토큰을 발행했다. 스테이킹 기간 동안 그림자 토큰을 이용해 또 다른 투자 행위를 하고 추가 수익을 얻겠다는 목표였다. 여러 방면에서 투자 수익을 얻으니 연이율 20%도 가능할 것으로 홍보했다.
약 1년간 20% 이자를 지급할 수 있었던 건 시장이 호황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자금이 계속 수혈됐고 이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할 수 있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앵커의 모델이 '폰지(다단계)'와 유사하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주식의 가치를 추종하는 미러 프로토콜도 지적을 받았다. 미러에서 투자자는 UST를 담보로 맡기고 애플,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 주식을 추종하는 가상자산을 구매할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러 프로토콜이 증권성을 띠면서 증권 인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테라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테라가 선보였던 디파이 모델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신호는 계속 있어 왔다"며 "트위터로만 소통하는 권도형 대표 역시 이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 왔다"고 말했다. 이어 "권 대표는 어떻게 자금조달을 하냐는 진지한 질문에도 장난으로 대꾸하는 등 사태를 외면해 왔다"며 "처음 방향성을 버리고 인기만 좇은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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