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는 삼성SDI]JY-엘칸 친분, 바이든이 쐐기 박은 합작전기차 협력, 무관세 혜택에 이어 '한미 배터리 동맹' 상징성 챙겨
원충희 기자공개 2022-05-30 13:13:52
[편집자주]
정부와 국내 배터리 3사가 '세계 최고 배터리 강국'을 실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르게 생산능력을 키워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느냐다. 승부처는 미국이다. 배터리 3사 중 삼성SDI만 미국 현지에 셀 라인 구축 계획을 내놓지 못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미국 진출을 앞둔 삼성SDI의 재무여력과 향후 전략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6일 07:07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는 리비안과 함께 오래 전부터 삼성SDI의 미국 전기자동차 배터리 셀 생산법인 협력자로 거론된 곳이다. 그 이면에는 스텔란티스의 최대주주 '존 엘칸(John Elkann·사진)'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친분이 있다.다만 오너 간 친분만으로 합작법인이 설립 동력을 얻는 데는 한계가 있다. 쐐기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박았다. 바이든의 방한 일정에 맞춰 합작설립을 발표한 타이밍은 배터리 산업이 한미 간 '첨단기술·공급망 협력'의 한축임을, 삼성이 그 전면에 있다는 대외적 이미지를 챙긴 행보로 읽혀진다.
◇이사회 동료에서 합작으로 이어진 두 오너의 인연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 중 하나로 꼽히는 스텔란티스는 미국과 이탈리아의 피아트크라이슬러(FCA)그룹,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PSA)그룹이 합병해 탄생한 글로벌 완성차기업이다. 지프, 램, 푸조, 시트로엥, 오펠, 마세라티, 알파 로미오 등의 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있으며 폭스바겐과 도요타, 닛산·르노·미쓰비시연합에 이어 세계 4위 판매량을 가진 업체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대략 9~10% 수준이다.
최대주주인 엑소르(Exor, 지분 14.35%)는 이탈리아계 자동차업체 피아트(FIAT)의 설립자인 지오반니 아그넬리(Giovanni Agnelli) 가문이 소유한 네덜란드 소재 지주회사다. 현재 창업자의 외손자인 존 엘칸 회장이 최고경영자(CEO)이자 스텔란티스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사장(최고운영책임자, COO)이던 2010년 12월 한국을 방문한 엘칸 회장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으로 초대해 점심자리를 가지는 등 친분관계가 있었다. 1976년생인 엘칸 회장과 1968년생 이 부회장은 8살 차이에도 글로벌 그룹을 이끄는 재벌 상속인이란 공통점을 갖고 인연을 이어왔다.
2012년 이 부회장에게 엘칸 회장의 권유로 엑소르 이사회에 합류했다. 2012년 5월 엑소르의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며 2015년에 3년 임기로 연임했다. 다만 국정논단 이슈에 휘말리면서 이 부회장이 출국금지를 당하자 이사회 활동이 어려워졌고 결국 2017년 4월 임기도중 이사회에서 빠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삼성SDI와 스텔란티스가 합작 MOU를 맺으면서 이들 관계가 다시 부각됐다. 사업적으로도 두 회사는 서로에 대한 니즈가 있었다. 스텔란티스는 다른 완성차업체보다 전기차 전환이 늦은 편이라 배터리 생산 내재화에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던 곳이다. 외부업체로부터 셀을 공급받기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할 필요성이 있었다.
미국에 배터리 셀 생산라인이 없는 삼성SDI는 경쟁사보다 진출이 늦은 터라 LG에너지솔루션-GM, SK온-포드 구도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남은 대형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를 잡아야 했다.
◇USMCA 기준 충족, 바이든 방한일정에 맞춘 합작발표
합작 성사의 쐐기를 박은 것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다. 그간 헝가리법인을 중심으로 유럽시장에 집중하던 삼성SDI가 미국으로 눈을 돌린 배경에는 2025년 7월에 발효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있다. 완성차 부품의 75%를 현지 생산하면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약이다. 삼성SDI는 미시간주에 배터리 팩 조립공장만 있는데 이번에 인디애나주 배터리 셀 공장 신설로 기준을 맞추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법인을 언급한 뒤 "양국의 경제 성장과 에너지 안보,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양국의 기술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 기간 최대 화두인 반도체 기술동맹과 더불어 배터리 역시 전략적 동맹대상이라는 미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공언하는 것이다. 삼성SDI가 바이든 방한일정에 맞춰 합작성사를 발표한 것도 한미 배터리 동맹의 상징성을 챙긴 행보로 읽혀진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더불어 배터리도 경제이슈를 넘어 국제 정치적 이슈가 된 만큼 합작 발표일(25일)이 바이든 방한일정과 맞물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며 "양사 서로가 필요한 비즈니스 환경, 세제혜택에 이어 한미 전략산업 동맹의 상징이란 대외적 이미지도 챙긴 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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