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세컨더리 개막]비상장사 주식, 핵심 투자 자산으로 뿌리내렸다①DS운용 전용 펀드 설정…벤처펀드 시장서 성과 입증
양정우 기자공개 2022-06-02 08:10:17
[편집자주]
토종 헤지펀드 운용업계에서 비상장사 주식이 핵심 자산으로 발돋움했다. 헤지펀드 하우스로서 비상장투자의 새 길을 개척한 DS자산운용은 한발 더 나아가 세컨더리펀드로 시장을 주도하려 한다. 증시 침체기 자산운용업계에 본격적으로 도래한 세컨더리펀드 시대를 더벨이 조명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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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헤지펀드 시장에서 비상장기업의 에쿼티가 핵심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수위권 자산운용사의 주축 자산으로 성장한 동시에 중소형사들도 '핫'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다만 주류 자산의 입지를 다진 비상장 주식은 낮은 시장성(Marketability)이 가장 큰 한계로 지목돼 왔다. 이 때문에 비상장투자가 본업인 벤처캐피탈업계에서는 진작부터 회수를 보조하는 세컨더리펀드 활성화에 공을 들여왔다.
국내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비상장투자의 맏형인 DS자산운용이 선봉에 나서고 있다. 업계 최초로 비상장 투자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세컨더리펀드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강수를 뒀다.
◇헤지펀드업계, 비상장주식 남다른 존재감…유니콘 물량 경쟁
국내 헤지펀드업계에서 비상장주식이 투자 자산으로서 가지는 존재감은 남다르다. 무엇보다 드라마틱한 성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비상장기업의 에쿼티가 가진 매력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비상장사 주식을 가장 많이 소화하는 하우스는 DS운용이다. 지난해 하반기엔 국내 최초의 비상장투자 블라인드펀드(헤지펀드 기준)인 디퍼런트(Different) 시리즈가 마침내 청산이란 마침표를 찍었다. 5년을 기다린 고객에게 160% 안팎에 달하는 수익률을 안겼다. 구체적 누적 수익률은 '디퍼런트 G'가 147%, '디퍼런트 R'이 158%, '디퍼런트 P'가 163%로 각각 집계됐다.
디퍼런트 시리즈에서 거둔 인센티브는 지난해 성과보수 계정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DS운용의 연간 영업이익(1114억원)이 업계 3위를 달성하는 데 한몫을 했다. 종합자산운용사를 통틀어 집계한 순위에서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쟁쟁한 하우스를 제친 결과다.
DS운용을 필두로 비상장주식을 아예 주축 투자 자산으로 낙점한 하우스도 적지 않다. 중견 운용사인 쿼드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메인 자산이 아니더라도 분산 효과 차원에서 프리IPO 딜에 투자하는 운용사도 부쩍 늘었다. 타임폴리오운용도 간판 펀드인 'The Time' 시리즈에 비상장주식을 담고 있고 브레인자산운용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 운용업계 터줏대감은 물론 비상장투자에 뛰어드는 중소형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오랜 호황은 헤지펀드 생태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운용사마다 비상장투자에 대거 뛰어들면서 이제 굳건한 입지를 다진 하우스도 나오고 있다. 메이저 벤처투자사의 경합이 치열한 유니콘 딜에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그간 클럽딜 네트워크가 꾸준히 강화된 덕분이다.
DS운용의 디퍼런트 시리즈가 세운 대박 성적은 딜의 양과 질을 모두 잡았기에 거둘 수 있던 성과다. 투자 시장에서 유명세를 탄 직방, 마켓컬리뿐 아니라 물밑 경쟁이 치열했던 펄어비스, 유틸렉스 등의 구주를 확보하면서 잭팟을 터뜨렸다. 웬만한 대형 벤처캐피탈보다 딜 소싱과 회수 결과 등에서 경쟁 우위의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컨더리, 비상장 투자 성장 '전제조건'…'수익률·회수기간' 성과 합격점
비상장투자는 필연적으로 세컨더리 시장과 맞물려 있다. 비상장사 지분은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기에 늘상 회수가 가장 리스크로 꼽힌다. 시장성이 부족한 탓에 반드시 팔아야 할 처지에 놓이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추가 할인에 나서야 한다. 그마저도 매수 상대방을 찾지 못해 곤욕을 치를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비상장 시장의 고도화를 앞당기는 데 세컨더리펀드 활성화가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최근 DS운용이 헤지펀드 운용사 최초로 비상장사 세컨더리펀드를 내놓자 운용업계의 비상장투자 플레이어마다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디에스 Secondary.01 코스닥벤처 일반사모투자신탁'과 '디에스 Secondary.B 일반사모투자신탁'을 각각 30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그렇다고 DS운용이 공공의 난제를 해소하고자 세컨더리펀드에 접근한 건 아니다.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한국벤처투자에서 세컨더리펀드 조성에 사력을 다하는 것과 결이 다른 행보일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 운용사로서 단연 고객의 수익률이 펀드 결성과 청산을 결정하는 최우선 잣대다.
세컨더리 투자는 어느 정도 검증된 기업에 할인된 단가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프리IPO 단계에 접어든 구주가 주요 타깃인 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리스크로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게 가능하다. 2016~2020년 전체 청산 벤처펀드(모태펀드 자펀드 기준) 가운데 최고 수익과 빠른 회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게 바로 세컨더리펀드였다.
이 기간 모태펀드 자펀드 총 89개가 청산됐는데 5개 분야(회수, 투자취약, 혁신성장, 글로벌진출, 기타) 가운데 회수(세컨더리)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13.5%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회수 기간도 세컨더리펀드가 매년 전체 청산 벤처펀드보다 짧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비상장투자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세컨더리펀드의 규모는 6% 안팎에 불과하다. 투자 건수와 금액 모두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연간 코스닥 상장 기업의 규모는 완만한 성장세에 머물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은 기업공개(IPO)를 통한 회수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터라 향후 세컨더리 시장이 급격히 커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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