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16일 07:58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은 폐간됐지만 미국 타임지는 몇년 전까지 ‘머니’라는 매거진을 발행했다. 이 잡지엔 1987년 시작한 연구가 있는데 매년 세무사 여러 명에게 같은 재산 조건을 주고 세금계산을 의뢰했다. 12차례 진행된 실험 중 7번이나 아무도 같은 금액을 쓰지 않았다. 마지막 연구였던 1998년의 경우 무려 세무사 46명이 전부 다른 결론을 내렸다.돈 문제에서 세금처럼 골치아픈 이슈도 드물다는 게 요지.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맥스 보커스는 “세금의 복잡성 자체가 일종의 세금”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니 기업의 택스(tax) 관리가 CFO에게 중요한 과제인 것도 당연하다.
그중 제일 풀기 힘들고 판돈이 많이 걸린 퍼즐이 기업의 지분 상속이다. 오너가 기업을 물려주면 상속세율은 최고 50%, 최대주주 주식에는 20%의 할증이 붙어서 실질세율은 더 오른다. 준비가 철저하지 않으면 재원 마련이 험난할 수밖에 없다.
상속세를 어떻게 조달할지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으론 넥슨그룹이 꼽힌다. 2월 말 별세한 김정주 창업주는 배우자 유정현 감사와 자녀 둘에게 10조원에서 14조원 남짓의 자산을 남겼다. 규모를 확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자산 대부분이 비상장사인 지주사 NXC 지분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상속세만 대충 6조원이 훌쩍 넘는다.
지분을 팔지 않는 이상 일시불로 내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돈이다. 다른 사례를 보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LG 구광모 회장 등이 모두 상속세를 매년 나눠내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했다. 문제는 NXC의 경우 분할납부도 힘들다는 데 있다. 비상장주식이라서다.
연부연납을 신청하려면 국세청에 상속 주식을 담보로 내야 하지만 비상장주식은 받아주지 않는다. 물론 시중은행이 납세보증서를 발행하고 이 보증서를 국세청이 승인하면 비상장도 담보가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비상장주식에 납세보증서가 나온 최고금액은 겨우 2000억원 수준이다. NXC 상속엔 턱도 없다.
지분 일부를 상속세로 물납하거나 매각해 재원으로 사용할 수는 있다. 다만 지배력 하락이 불가피하니 최선책이 아니다. 이 때도 지분율 절반 이상은 유지되지만 추후 합병이나 IPO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탓이다. 또 지분 일부를 넘긴다면 최대한 싸게 팔수록 과세표준이 낮아진다는 딜레마마저 있다.
NXC의 CFO 권영민 재무전략본부장은 그간 안방살림을 총괄해온 오너일가 심복으로 알려졌다. 해답을 고민 중일 것이 분명한데 경우의 수는 많고 '상수(上數)'는 잘 보이지 않는다. 상속세 신고기한은 상속개시일부터 6개월이 되는 달의 말일, 오는 8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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