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리모델링 시장]현대건설, 전체 수주서 34% 차지…디에이치 '묘수' 덕2조 수주 효자 노릇한 리모델링, 유경험자와 컨소시엄 전략 주효
신준혁 기자공개 2022-06-22 07:15:30
[편집자주]
건설업계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둔화되면서 건설사들은 리모델링 수주로 발길을 돌리는 분위기다. 중견건설사까지 가세하면서 새로운 격전지가 형성됐다.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든 각각 건설사의 사업 전략과 특징은 무엇인지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0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은 국내 주택건축을 이끌어온 건설업계의 맏형이지만 리모델링 시장에선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사기간과 난이도에 비해 수익성이 적다는 이유로 사업을 적극 검토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리모델링 단지를 준공한 경험도 없다.하지만 리모델링 시장이 19조원 규모로 급성장하면서 더 이상 사업을 미룰 수 없게 됐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도 사업 가치를 인정하고 비교적 최근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소 뒤늦게 출발했음에도 시공능력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신규수주 2조, 준공실적 없이도 브랜드 파워 '우위'
현대건설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5조5499억원의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액을 달성했다. 이 중 1조9258억원이 리모델링 사업에서 거둔 몫이다. 리모델링 사업이 역대 최대 수주를 기록하는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리모델링 시장의 잠재가치를 알아본 현대건설은 사업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사실상 해외 플랜트 사업이 둔화된 만큼 연 매출 18조원의 몸집을 감당하기 위해 국내 수주가 절실한 상황이다.
리모델링 카드를 꺼내든 시기도 이 무렵이다. 같은해 10월 전담 태스크포스팀(TFT)를 구성한 후 리모델링 시장에 처음으로 뛰어들었다.
사업을 시작한지 1년 6개월만에 3조2100억원의 수주잔고를 쌓았다. 잠원동아와 이촌강촌, 잠원 롯데캐슬갤럭시1차, 반포엠브이, 영통 신나무실6단지 신명동보, 수지신정마을 9단지 주공 등 10개 리모델링 조합이 현대건설을 선택했다.
수주잔고만 놓고 보면 포스코건설(4조6000억원)에 이어 업계 2위다. 선두주자인 쌍용건설(2조원), 삼성물산(1조787억원), GS건설(1조5617억원)과 비교해도 앞서는 순위다.
준공실적이 없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 전략을 통해 수주 경쟁력을 높였다. 강남권과 사업성이 높은 일부 사업지에만 적용되던 '디에이치(The H)' 브랜드를 내세워 조합의 표심을 샀다. 이촌강촌과 잠원동아, 잠원 롯데캐슬갤럭시 1차 등 리모델링 단지가 디에이치 브랜드를 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현대건설은 조합의 요구에도 브랜드 관리와 희소성을 이유로 디에이치 적용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디에이치는 2015년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3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등장한 국내 최초로 등장한 하이엔드 주택 브랜드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한남3구역 등 랜드마크 사업에 등장해 하이엔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특화설계와 비정형 외관 디자인 등을 적용해 기존 단지와 차별점을 갖춰 브랜드 선호도를 높였다.
◇'유경험자' 컨소시엄 전략으로 사업 확대
후발주자인 현대건설이 리모델링 시장에서 탁월한 사업성과를 보인 건 준공실적을 갖춘 건설사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맺는 전략을 펼친 덕분으로 풀이된다. 리모델링 공사는 재건축·재개발보다 난이도가 높다.
준공실적이 없는 현대건설은 컨소시엄을 통해 사업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수주 실적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경험이 있는 건설사와의 협력과 기술 자문을 통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업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물산과 컨소시엄을 맺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주요 컨소시엄을 살펴보면 △금호벽산(삼성물산) △산본개나리주공13(포스코건설) △수지 신정마을8단지 현대성우(포스코건설) 등이 있다.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은 각각 4건과 1건의 준공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대 리모델링 사업지인 창원 성월토월그랜드타운에서도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참여해 우선협상권을 따냈다. 포스코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코오롱글로벌 등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총 7189가구를 리모델링하는 공사로 사업비만 2조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당분간 리모델링 사업 키우기에 온 힘을 쏟을 전망이다. 그 일환으로 리모델링 시장에서 디에이치를 앞세운 전략을 고수하면서도 연구개발을 서둘러 진행하기로 했다. 풍부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부족한 기술력을 채운다는 전략이다.
기술력 확보는 향후 생존의 문제다. 리모델링 특허가 없는 현대건설 입장에선 수주뿐만 아니라 수익성과 시공 안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13년 한차례 리모델링 관련 '프리패브리케이션 주거공간 확장 유닛을 이용한 아파트의 주거공간 확장 공법'의 특허를 신청했지만 거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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