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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차량 내 경험' 경쟁…삼성, '디지털 콕핏' 선점 [테크사 500조 전장 승부수]④하만 '공동개발'로 점유율 25%, 애플·LG 보다 우위…아포스테라 M&A로 AR기술 추가탑재

손현지 기자공개 2022-06-22 12:57:51

[편집자주]

삼성과 LG, 국내 전자업계 투톱이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부품 시장에서 맞붙는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성장으로 자동차가 '바퀴 달린 전자제품'으로 진화하면서 부품 업계도 무려 500조에 달하자 시장 선점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애플, 구글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CT도 뛰어드는 형국이다. 삼성과 LG 두 테크사의 사업전략, 키맨, 투자, M&A 방향성 등을 비교하고 차별점과 경쟁력을 파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0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전자업계 투톱인 삼성과 LG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전장(차량용 전기전자 부품) 비즈니스는 바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스템이다.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들이 마치 하나의 전자기기처럼 여겨지면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부각됐다. 과거 전통적인 완성차들이 부품 등 하드웨어 성능에 좌우됐던 것과 달리 운전자의 '차량 내 경험(UX)'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시작한 셈이다.

삼성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중에서도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하만의 오랜 오디오 분야 노하우에 삼성의 독보적인 IT·반도체 모바일 가전 기술을 접목시켜 승부수를 띄웠다. 올들어선 증강현실(AR)솔루션 기업 아포스테라를 인수해 디지털콕핏 추가 경쟁력 제고에 나선 모습이다.

◇삼성-하만, 시너지 고려한 첫 합작품 '디지털콕핏'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자료를 보면 '차량 내 경험'으로 분류되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 규모는 올해 470억달러(약 60조원)에서 2028년 850억달러(약 110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장은 크게 디지털 콕핏, 텔레매틱스, 카 오디오 등으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 삼성전자가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는 바로 '디지털 콕핏'이다. 올해 1분기 점유율이 무려 24.7%에 달한다. 폭스바겐이나 아우디 등 완성차를 제외하고 애플과 구글, 아마존, LG전자 등 ICT기업과 비교하면 선두적인 행보다. LG전자는 2년전 글로벌 완성차 GM에 처음으로 P-OLED 기반 디지털 콧핏 시스템을 공급했다.

디지털 콕핏은 자동차 운전석과 조수석 전방 영역을 뜻하는 '콕핏'과 '디지털'의 합성어다. 아날로그 방식의 자동차 클러스터(계기판)과 오디오 장치에 디지털 기술을 더한 시스템을 의미한다. 차체 앞 유리에 주행속도나 지도, 장애물 위험 등의 정보를 자동으로 띄우는데, 이를 통해 운전자는 자동차를 편리하게 제어할 수 있고 탑승자는 다양한 맞춤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예컨대 운전자가 차량 내부 카메라를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갤럭시 워치의 삼성헬스 앱과 연동시키면, 디지털 콕핏 시스템에 의해 운전자의 졸음이나 주의 산만 등 건강 상태를 감지해서 음악재생이나 스트레칭을 권하는 등 컨디션을 관리받을 수 있다. 또 탑승객이 각 좌석에 앉으면 자동으로 얼굴을 인식해 맞춤형 콘텐츠가 재생된다.

*삼성-하만이 공동 개발한 디지털콕핏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은 지난 2016년 11월 하만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지털콕핏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하만의 전장 노하우가 녹아든 헤드유닛(Headunits) 제품에 삼성의 IT·반도체·가전 기술을 융합시키는 방식으로 공동개발에 나섰다. 지난 2020년부턴 헤드유닛 제품명을 디지털콕핏으로 바꿨다. 조직개편을 통해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 인력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쪽으로 재배치했을 정도로 사활을 걸었다.

하만과의 합작으로 디지털콕핏을 택한 건 하만과의 시너지를 내기 가장 유리한 분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하만을 인수하기 직전 디지털콕핏 분야에서 240억달러(31조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할 정도로 성장잠재력이 높았다.

무엇보다 하만은 오디오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던 회사다. 시스템 솔루션 뿐 아니라 스피커나 앰프 분야에선 보세, 파이오니아, 파나소닉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디지털 콕핏 시스템에 음성지원 기능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삼성과 하만의 합작품인 디지털콕핏은 유럽, 북미 등 글로벌 대형 수주를 연달아 따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럭셔리 전기차 EQS에도 적용됐으며, 삼성의 엑시노스 시스템온칩을 적용한 디지털 콕핏은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와 수주계약을 맺었다.
◇점유율 유지관건, AR 등 새로운 'UX' 확보 위한 M&A 전망

다만 애플이나 LG전자 등 경쟁 ICT기업들의 위협도 거세지고 있다. 디지털콕핏은 전기차가 상용화되고 자율주행차량이 발전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다. 모바일과 가전을 통해 고객의 니즈와 선호도 등에 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한 IT업체들이 유리한 시장이다.

디지털콕핏 시장 규모는 오는 2027년까지 연 평균 13.8%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스앤드마켓스는 글로벌 자동차 디지털콕핏 시장 규모가 올해 말 약 515억원(약 67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은 시장에서 선두지위를 굳히기 위해 올해 2월 독일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인 아포스테라(Apostera)를 인수했다. 아포스테라의 증강현실(AR) HUD을 차세대 디지털콕핏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다.

AR HUD는 운전자 전방 유리에 띄우는 안내 표시를 단순히 창에 띄우는 것이 아닌 실제 외부 환경과 결합해 표시해주는 신기술이다. 현대차·기아 등 주요 완성차에 탑재된 헤드업디스플레이는 4~5인치 크기인데 증강현실 기반 제품은 20~25인치 화면을 전방 유리에 띄워야 해 시야각이 훨씬 넓고 반응 속도도 빠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차 디지털콕핏 경쟁력은 소비자에게 내연기관 차량에선 느낄 수 없던, 얼마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며 "삼성은 추가 M&A를 통해 새로운 솔루션을 보강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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