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20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자산시장이 급락 추세를 지속하자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서 변동성 전략(Volatility Trading)을 가진 대표 상품마저 맥을 못 추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간판 라인업도 두 자리 수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가 수두룩한 실정이다.20일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오라자산운용의 '오라A 일반사모투자신탁 제1호(오라A, 설정액 137억원)'는 올해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8% 안팎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 설정된 이후 누적 수익률은 75% 수준이다.
오라A 펀드는 토종 헤지펀드 시장에서 유일무이하게 변동성이 알파 수익을 안기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일단 멀티스트래티지(Multi-Strategy) 전략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는 변동성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롱숏(Long/Short)과 이벤트드리븐(Event Driven) 전략을 활용하면서도 변동성 전략의 비중을 50% 정도로 높게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변동성을 드러내는 대표적 수치는 VIX(Volatility Index)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S&P 500 지수옵션을 토대로 발표한다. 이 지수와 연동된 거래 상품에 가입하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오히려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과거 국내 헤지펀드 시장에서는 변동성이 메인 전략인 펀드가 없었으나 오라A 펀드가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강수를 뒀다.
오라운용은 변동성 전략 모델을 구현하고자 'VKOSPI200' 지수와 실현 변동성 회귀모델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기초자산인 'KOSPI200'의 내재 변동성과 실현 변동성 간의 괴리를 포착하고 수익을 실현하기 위한 시도였다. 변동성 매도 전략에서 델타는 중립, 감마는 마이너스, 세타는 플러스(+), 베가는 마이너스의 포지션을 취한다.
하지만 올들어 오라A 펀드마저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무엇보다 수익률이 변동성과 정비례하게 연동되는 게 아니라 변동성이 다시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는 회귀 성향에서 수익을 얻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변동성이 크게 상승한 여건이 수익률을 높일 기회이지만 실제 이익이 실현되는 건 시간이 흘러 변동성이 다시 하락하는 구간이다.
오라A펀드의 경우 장기간 변동성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변동성의 등락이 극대화될수록 수익 창출의 기회가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 주식시장처럼 변동성이 부침없이 상승세를 고수하는 여건에서는 좀처럼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글로벌 주식시장은 변동성 장세가 유지됐고 코스피와 코스닥은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했다. 이 기간 오라A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50% 수준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누적 수익률은 90%에 달했다. 하지만 변동성 확대의 시기를 지나 경기 침체의 위기가 가시화되자 변동성 전략을 내세운 헤지펀드마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연초부터 VIX는 널뛰기를 하고 있다. 지난 17일 종가 기준 31.13을 기록해 1년 새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994년 이후 처음으로 0.75%포인트 금리인상이라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았고 S&P 500지수는 지난 1월 고점 대비 24% 가량 하락하면서 완연한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WM업계 관계자는 "오라A 펀드는 변동성에 따른 베가 리스크와 주가 변화에 따른 감마 리스크를 고려한 트레이딩 전략을 갖고 있다"며 "변동성의 성질상 본래 트렌드로 다시 회귀할 수밖에 없기에 중장기적으로 수익 창출의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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