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DB하이텍, 물적분할 논란? 관건은 '기업가치'비핵심 사업부 분할해 키운다는 그림…지주회사 전환 이슈도 풀어야
김혜란 기자공개 2022-07-18 13:14:26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3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8인치(200㎜)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DB하이텍이 현재 맞닥뜨린 지배구조 개편 과제는 두 가지다. 지주회사 전환과 반도체 설계 사업부문(브랜드사업부) 분할 문제 모두 아직 뚜렷한 그림이 나온 것은 없지만 어떻게든 정리해야 한다.지주사 전환 이슈는 작년 말 기준으로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면서 안게 된 과제이나 여기에 더해 최근 DB하이텍이 분사를 결정하면서 분할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DB그룹은 DB하이텍을 분할하더라도 주력인 파운드리가 아닌 브랜드사업부를 떼어내는 것이라 오히려 기업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은 'LG화학 물적분할'의 전례를 따르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한다면 모회사 주식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주들의 반발이 거셀 경우 실제로 분할을 추진할 때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DB그룹은 분할과 지주사 전환이라는 굵직한 두 지배구조 과제를 풀어낼 합리적인 방식을 찾아내야 하는 셈이다.
◇물적분할? 인적분할?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브랜드사업부 분할 추진 소식이 알려진 전날 DB하이텍 주가가 무려 15.7%나 급락했다가 이날 소폭 반등해 4만1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브랜드사업부를 자회사로 떼어내 상장할 경우 DB하이텍의 지분가치가 훼손될 것이란 불안감에 투자심리가 흔들린 것으로 보인다. 과거 LG화학이 알짜인 배터리 사업을 빼내 상장시킨 후 주가가 하락한 것처럼 DB하이텍도 같은 전례를 밟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DB그룹 측의 공식 입장은 아직 어떤 방식으로 분할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적분할을 하든, 인적분할을 하든 기업가치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다. 모든 물적분할이 기업가치 하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적분할을 하면 DB하이텍이 브랜드사업부의 주식을 100% 소유하게 돼 기존 주주들은 신설회사의 주식을 직접 받지 못하게 되나, DB하이텍 분사의 핵심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문인 브랜드사업부를 떼어내는 것이다. 핵심사업 파운드리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가속화하고 독립법인으로 새 출발 하는 브랜드 사업부도 좀 더 경쟁력 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로 키운다는 게 DB그룹이 그리는 그림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고, 만약 상장을 지금 추진한다고 해도 최소 3년은 걸리기 때문에 먼 얘기"라며 "물적분할 후 신설법인은 비상장을 유지하면 연결재무제표에 자회사 기업가치가 그대로 반영된다. 오히려 DB하이텍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적분할은 꼭 DB그룹 오너나 대주주 측에 불리할까. 역시 단정하긴 어렵다.
DB하이텍은 내년 말까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하든, 지주사 전환 요건에 미달되게 하든 손을 봐야 한다. 현재 지배구조를 보면 지주회사격인 DB Inc.가 DB하이텍(지분 12.42% 보유)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작년 말 기준으로 DB Inc. 재무제표상 DB하이텍의 공정가액(장부금액)이 크게 뛰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재무상태표상 별도기준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면서 '자회사 지분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이상')을 충족하게 됐다.
지주사는 자회사가 상장사일 경우 2년 안에 지분율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DB는 DB하이텍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DB Inc.가 DB하이텍 지분을 30%까지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DB하이텍이 인적분할을 하면 DB Inc. 아래 DB하이텍과 분사한 브랜드사업부가 자회사로 놓이게 된다. 그러면 DB Inc.는 DB하이텍만이 아니라 신설법인의 지분까지 30%로 끌어올려야 한다. 물적분할을 한다면 신설법인이 DB하이텍의 100% 자회사로 들어가는 구조라 지금처럼 DB Inc.가 DB하이텍 지분만 18%가량 더 사면 된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인적분할을 하더라도 기존 DB하이텍을 쪼개는 것이기 때문에 DB Inc.입장에선 물적분할했을 때와 지주사 전환을 위한 지분 매입 비용은 똑같이 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단 이는 분할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인데, 브랜드사업부의 분사가 DB하이텍 기업가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지금으로선 알기 어렵다.
DB가 먼저 인적분할을 추진한 뒤 DB하이텍 아래 신설법인을 자회사로 배치하고 주식 스왑을 통해 DB Inc.가 DB하이텍 지분을 30%까지 끌어올리도록 하는 방안도 시나리오상으로는 가능하다. 분할과 지주사 전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복잡한 구조 설계는 '꼼수'는 시장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룹 측은 "분할과 지주사 전환은 전혀 관계가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 지주사 전환에 대해선 시간이 충분한 만큼 최대한 합리적인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금으로선 분할은 분할대로 추진하고,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DB Inc.가 총자산을 늘려 지주사 전환 규제를 회피하는 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두를 일은 아니다. 유예기간까지 아직 1년 6개월여가 남은 만큼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종가 기준으로 DB하이텍의 시가총액은 약 1조8000억원이라 장부가액이 2000억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6월 초만 해도 시총이 3조원대였다. 주가 변동 폭이 커 내년 말까지 주가 흐름을 예단할 수 없다. DB하이텍의 경우 글로벌 파운드리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신사업분야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생산라인 구축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성장성을 대체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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