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19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이 그룹의 배터리 연구 30주년을 맞는 해에 북미 배터리 밸류체인 완성을 위해 현지 양극재 공장 신설을 검토한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연구의 시발점이 됐던 미국과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1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을 만나 "올해는 우리가 배터리 연구 개발을 시작한 지 꼭 30년이 되는 해"라며 "이번 옐런 장관의 방문은 미국과 더욱 특별한 역사가 시작될 것을 예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방한한 옐런 장관은 1박2일의 일정 가운데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LG화학을 찾아 배터리 공급망 협력을 논의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연구는 30년 전인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원자력 연구단지를 방문한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귀국길에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샘플을 들고 와 연구를 지시한 것이 그 시초다. 전기차 시장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그룹 회장의 지지 속에 초기연구가 시작됐다.

신 부회장이 언급한 '미국과의 역사'는 이로부터 10여년 뒤에 이어졌다. LG화학은 2000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연구법인 설립으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연구를 본격 시작했고, 이후 4년 뒤인 2004년에는 미국 배터리 개발 컨소시엄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이차전지 사업의 가능성을 엿봤다. 2009년에는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볼트의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LG화학은 배터리 글로벌 밸류체인을 강화하기 위해 북미 현지에 양극재 공장 설립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후발주자의 추격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전지 소재 공급망을 강화해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는 34%를 기록한 CATL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4%로 뒤를 이었지만 두 회사의 격차는 지난해 상반기 5%p에서 올 상반기 20%p까지 벌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판매실적(28GWh)이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하는 동안 CATL(69GWh)이 111% 증가한 탓이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판매실적 25.6GWh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CATL, SK온 등이 10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뒤를 쫓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CATL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16.2GWh이고, SK온의 판매실적은 같은 기간 124% 증가한 13.6GWh였다.

양극재는 이차전지 제조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주요 재료다. LG화학이 이날 북미 양극재 공장 설립 검토를 발표한 배경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 지역에 배터리 공급망을 현지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앞서 지난해 12월 북미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라이사이클에 지분을 투자하고 2023년부터 10년 동안 재활용 니켈 2만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공장을 운영 중이며 GM과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는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신학철 부회장은 "미국의 전기차 업계에 새로운 혁신을 선보이기 위한 우리의 비전을 계속 발전시키고자 한다"며 "미국 배터리 공급망을 현지화하기 위한 관련 투자액은 2025년까지 11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