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이엔드디, 사업 무게추 '2차전지'에 싣는다②주가 하락기 콜옵션 취득, 성장 자신감…청주 공장 증설, '전구체' 생산 캐파 5배↑
정유현 기자공개 2022-07-27 08:10:58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2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이엔드디'가 사업 무게추를 촉매사업에서 '2차전지'로 옮기고 있다.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촉매사업이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정부의 관련 예산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높은 탓이다.그동안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안정적인 글로벌 고객사를 확보한 만큼 올해부터 2차전지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가가 부침을 겪고 있지만 김민용 대표뿐 아니라 임직원들이 5회차 CB 콜옵션 물량을 모두 소화한 배경이기도 하다. 주력 사업인 촉매사업을 바탕으로 전구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외형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김민용 이엔드디 대표와 임직원들이 2021년 300억원 규모로 발행한 5회차 CB의 콜옵션(30%) 권리를 취득했다. 김 대표가 콜옵션의 60%가량을 소화했고 나머지 물량은 등기임원 3명과 콜옵션 권리 취득을 원하는 직원들이 받았다.
설립 18년차인 이엔드디는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많은 회사 중 하나로 꼽힌다. 기초 과학에서 시작해 사업화를 위한 융합 단계에 이르기까지 장기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당수의 직원이 R&D 과정을 함께했다. 성장의 과실을 직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김 대표가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의 대체재로 5회차 CB의 콜옵션을 활용한 셈이다.
관건은 주가다. 주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액은 리픽싱을 거치며 최저 조정가액인 2만7909원까지 낮아졌다. 콜옵션을 사채권자로부터 사들인 15일 종가는 2만3200원으로 전환가액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콜옵션을 취득한 임직원들은 아직 전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주가 상승을 기다리는 것이다.
최대주주와 임직원이 주가 하락기에 콜옵션 권리를 취득한 것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사업에 대한 성장 자신감이 깔린 행보라는 평가다. 이엔드디의 5회차 CB 투자에 참여한 기관투자자 측 대표는 "사채권자 측이 콜옵션을 행사하라는 요청을 한 것도 아니고 지금 취득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었던 건 아닌 것으로 안다"며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콜옵션을 포기하고 주주 배정 증자를 하는 등의 여러 방법이 있지만 이번 이엔드디 최대주주 측의 움직임은 주가가 상승한다는 확신을 시장에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엔드디는 촉매와 촉매 시스템, 2차전지(양극활물질 전구체) 등 3개 사업을 영위 중인 환경 기업이다. 2005년 중소기업 최초로 제1종 대형 매연저감장치 환경부 인증을 획득하며 정부의 배출가스 저감사업에 진출했다. 촉매 기술을 기반으로 2008년 2차 전지 시장에도 진출해 6년 후인 2014년 하이니켈계 양극 활물질 전구체 양산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LG화학과 엘앤에프 등 2차전지 업체에 샘플을 납품했다.
이후 자금 부족 등으로 전구체 사업을 위한 시설 투자에 어려움을 겪으며 매출로 이어지지 못했다. 2020년 코스닥 이전 상장으로 발행하는 신주 대금을 생산설비 소규모 증설 등에 활용하며 양극 활물질 전구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전구체란 어떤 물질대사나 반응에서 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의 물질을 일컫는 말이다. 2차전지에서는 양극재의 주요 원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을 배합한 물질을 가리킨다. 전구체는 2차전지의 뼈대 역할을 하는 중요한 소재로 전구체 품질이 2차전지 고유의 특성을 결정한다.
한국의 양극재 전구체 소비 비중은 전 세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지만 생산 비중은 10%대에 불과하다. 그동안 국내 주요 양극재 업체들의 전구체 내재화율이 낮고 대부분 중국 수입에 의존해 왔다. 최근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구체 국산화 바람이 불며 이엔드디의 전구체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엔드디는 늘어나는 수요에 발맞춰 전구체 생산 설비 캐파 확장을 위해 충북 청주 공장에 215억원을 투자를 진행했고 최근 공장 준공식을 마쳤다.
증설로 인해 이엔드디는 연간 5000톤 규모 캐파를 갖추게 됐다. 시운전 및 시생산 등을 거쳐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부터 양산 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다. 고객사와 논의를 통해 추가 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독일의 글로벌 양극재 시장 점유율 1위를 고객사로 확보, 안정적 수요처도 확보했다. 추가 고객사 확보 및 생산량 확대가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엔드디는 촉매와 2차 전지 사업 투트랙으로 외형 및 수익성 성장에 나설 예정이다. 주력 사업인 촉매소재 기술을 발전소, 석유화학공장, 분진제거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해 안정적 매출 창출 능력을 다질 예정이다. 신성장동력인 양극 활물질 전구체 사업도 지속적인 생산캐파 확장을 진행하며 '글로벌 소재전문기업 톱4'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엔드디 관계자는 "공장 증설로 과거에는 연간 1000톤 규모를 생산할 수 있었는데 5배가 확대됐다"며 "2차전지 사업 확대를 위해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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