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텍, '꽃놀이패' 자사주 활용법 눈길 신사업 호조와 맞물린 자사주 처분 행보, 최근 상반기 성과급 지급
정유현 기자공개 2022-07-28 07:40:56
이 기사는 2022년 07월 25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이랜텍'이 자사주 카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고 있다. 주가 하락기에 매입해 둔 자사주를 임직원 포상에 활용하며 사기 진작 효과를 얻었을 뿐 아니라 시장에 사업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 측의 지배력도 확대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랜텍은 임직원 성과 보상을 목적으로 1주당 1만7050원에 3만3341주의 자사주를 처분했다. 5억6846만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하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의 증권계좌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랜텍의 자사주 처분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지난 3월 두 차례 2200주(1만6150주), 3798주(1만3700주)를 임직원 계좌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처분했다. 금액으로 계산하면 자사주 처분 규모는 총 6억5602만원 수준이다. 처분 후 이랜텍의 남은 자사주는
40만4329주로 발행 주식의 1.39%에 해당한다.
이랜텍은 2002년 코스닥 상장 후 주주가치 제고 및 책임 경영 강화의 목적으로 자사주를 꾸준히 취득했다. 20여년간 공시를 살펴보면 자사주 매입은 자주 했지만 처분 공시는 많지 않았다. 2010년 6월 20만주(11억2200만원)을 처분한 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최근 3년간 자사주를 매입보다 처분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최근 3년간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여파로 주식 시장이 얼어붙자 주가 안정화 차원에서 30억원가량을 들여 90만주를 취득한 것이 유일하다. 주당 평균 취득 단가는 3415원이었다. 현 주가가 1만7000원~1만8000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매입 시점과 비교해 상당한 평가 차익도 얻었다.
이후 이랜텍은 자사주를 임직원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처분하고 있다.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게 되면 직원들이 주가에 관심을 갖게 된다. 또 유동주식이기 때문에 현금화가 용이하다. 소속감을 고취할 수 있어 기업들이 자사주를 임직원들의 성과급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사주 처분이 잦아진 것은 최근 이랜텍의 사업 상황과 맞물린다. 이랜텍은 삼성전자용 휴대폰 배터리팩 제조 사업을 영위하다가 보유 기술을 바탕으로 중대형 배터리팩 사업에 진출했다. KT&G에 대규모 전자담배기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LG전자에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납품할 예정이다. 가정용 ESS는 동탄 2공장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랜텍이 예상하고 있는 LG전자 향 가정용 ESS의 매출은 2022년 500억~600억원 수준이다. 2023년 1000억원, 2024년 2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ESS사업이 본격화되면 매출 볼륨이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3월에 자사주를 처분한 이유도 ESS 배터리를 개발한 직원들의 성과를 치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자사주를 처분해 현금을 손에 쥐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주식으로 나눠준 것은 사업에 대한 성장 자신감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랜텍은 올해 가정용 ESS 매출이 반영될 뿐 아니라 서비스용 로봇 배터리팩 생산이 개시되는 등 주가 상승 모멘텀이 많은 상태다. 증권가의 컨센서스를 종합해보면, 이랜텍의 올해 예상 연매출은 1조2000억원대, 영업이익은 1000억원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자사주가 상당 부분 이세용 대표와 이해성 대표에게 흘러 들어간 점이다. 3월 자사주 처분 후 지분에 대한 공시가 없었던 점을 미뤄보면 당시 두 대표에게 부여된 자사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진행된 처분 건을 통해 이세용 대표에게 6852주, 이해성 대표에게 5143주의 자사주가 부여됐다. 이번 자사주 처분 건의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대표이사는 별도의 기준을 정해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 이랜텍도 산정 기준을 정해 두 대표이사에게 급여 외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2021년 말 이세용 대표는 급여로 9억2456만원, 상여로 2억3699만원을 수령했다. 이해성 대표는 급여로 6억669만원, 상여로 1억5799만원을 받았다. 상여에는 두 대표가 지난해 말 받은 자사주도 포함됐다.
이해성 대표가 지배력을 확대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크진 않지만 자사주를 성과급으로 받으며 차근차근 지분율을 높이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성과급으로 자사주를 받아 이해성 대표의 지분율은 8.72%로 소폭 상승했다.
이랜텍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처분 건은 상반기 임직원 성과 보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내부에서 산정하는 비율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기에 대표이사가 받은 자사주 비중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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