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8월 25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보증보험이 기업공개(IPO)를 본격 추진한다. 최근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 실행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서울보증보험 지분 94%를 소유한 예금보험공사는 이번 IPO를 시발점으로 공적자금 회수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서울보증보험이 꾸준하게 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내년 상반기로 예정한 공모에서 적잖은 투자 수요가 몰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시장의 관점은 상당히 회의적이다. 이제 막 주관사단을 선정해 첫발을 내디뎠는데 벌써부터 완주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지어 입찰 경쟁에 참여한 증권사 사이에서조차 주관사 선정을 부담스러워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내 공기업이 상장에 성공한 사례가 드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지난 20년 사이 증시에 입성한 공기업은 한전KPS, 한전기술, 강원랜드, GKL, 지역난방공사 정도다. 2010년 1월의 지역난방공사를 끝으로는 아예 명맥이 끊겼다.
상장을 시도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남동발전, 인천공항공사, 산은금융지주 등이 공공기관 선진화의 일환으로 IPO를 추진했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동북아 허브'라는 매력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며 기관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여러 변수가 발목을 잡았고 끝내 상장 완주에 실패했다.
많은 전문가가 공기업 상장이 어려운 이유로 경영진의 약한 의지를 꼽는다. 관련해서 민간기업 오너 수준의 주인의식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영진에게 적잖은 리스크와 에너지 소모를 요구하는 상장 완주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IPO가 민영화 이슈의 중심에 설 경우 첨예한 정치적 대립을 피할 수 없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공기업 IPO가 민영화를 반대하는 진영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무산됐다. 최근 국유자산 민영화와 관련해 다시금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을 보면 서울보증보험 역시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원랜드와 GKL처럼 공모주 세일즈 포인트가 확실하다면 공기업이라는 불리함을 안고서도 상장에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보증보험이 속한 보험은 건설과 함께 IPO 시장에서 가장 매력이 떨어지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국내 유일의 보증보험사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밸류에이션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직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한국에서 공기업 IPO 트랙 레코드가 가장 우수한 하우스로 꼽힌다. 특히 삼성증권은 이번 딜의 주체인 예금보험공사를 전담하는 팀을 따로 운영할 정도로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딜의 난이도를 고려할 때 서울보증보험의 상장을 섣불리 장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IPO 시장이 2020년과 2021년 수준의 호황을 보인다면 일면 기대를 걸어볼 만도 한데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두 주관사가 합리적인 전략 수립과 자문을 통해 원활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마중물을 끌어올 수 있을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정을 시작한 지금 지치지 않는 완주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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