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첫번째 간담회 '내부혼란' 가중 공공기관 지방 이전 브리핑, '편법이전·퇴직률' 질문에 원론적 답변만
고설봉 기자공개 2022-08-29 08:11:59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6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본점 부산 이전과 관련해 처음 마련된 간담회 이후 내부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직후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마련한 자리였지만 정작 본인은 참석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간담회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의 당위성을 높이려는 취지의 현안 설명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점도 직원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킨 이유 중 하나다. 산은 경영진은 크게 세가지 주제에 대해 설명했는데 모두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산은은 지난 24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현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강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진행된 간담회인 만큼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본점 부산 이전과 관련한 최근 논란에 대한 강 회장의 입장을 처음으로 들어볼 수 있단 기대감 때문에 관심이 커졌다.
실제 이날 산은 서울 여의도 본점 지하 강당에 약 300여명의 직원이 모였다. 강당 수용인원은 400명 정도로 코로나19로 직원들이 밀집할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강당이 꽉 찬 셈이다. 그만큼 이번 간담회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은 높았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 강 회장은 참석하지 못했다. 이번 간담회는 산은 노동조합 요구로 3주 전인 이달 초 계획됐다. 하지만 강 회장은 갑작스런 국회 일정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결산심사와 관련해 산하 기관장들의 배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것은 정책기획부문장인 김복규 부행장과 경영관리부문장인 정호건 부행장이다. 이들은 오후 4시 10분부터 약 1시간 가량 간담회를 진행했다. 김 부행장과 정 부행장 중심으로 주요 현안 설명이 있은 뒤 직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번 간담회에서 산은 경영진은 총 세 가지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모두 산은 지방 이전과 관련된 이슈였다. 첫번째 이슈는 지난 10여년간 이뤄진 제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진행 과정에 대한 브리핑이었다.
두번째 이슈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산은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한 설명이다. 공약이 만들어지고 윤 대통령 당선 이후 10대 국정과제에 산은 부산 이전이 포함되는 과정 등 현황이 주된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경영진이 설명한 주요 이슈는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이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산은 부산 이전이 추진될 경우 어떤 행정 절차와 입법 및 법률 절차가 진행되는지 등을 집중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산은 부산 이전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였다는 것이 간담회에 참석한 일부 직원들의 평가다. 부산 이전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 관련 내용 및 행정 절차 등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면서 혼란도 더 커졌다는 평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직원은 “이번이 사실상 협의체의 첫번째 간담회였는데 오히려 내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간담회 이후 더 뒤숭숭하고, 직원들 분위기도 더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직원들의 질문도 많았다. 특히 ‘법을 바꾸지 않고 산은의 주요 부서를 개편하는 형태로 부산에 핵심 기능을 편법이전할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이 눈길을 끌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산은 경영진은 “핵심 부서들을 부산에 옮기는 것은 불법행위로 비춰지기 때문에 절차를 따르지 않고 맘대로 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설사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사전에 노동조합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많은 직원들의 이목을 끈 것은 최근 높아지고 있는 퇴직률 및 대체인력과 관련한 질문이었다.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아지고, 이직을 준비하는 동료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한 대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관심이 쏠렸다.
산은 경영진은 “신임 행원을 더 많이 뽑고, 전문직 직원을 더 채용해서 업무공백을 최대한 방어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답변 이후 오히려 장내는 술렁였다는 후문이다. 직원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 주된 평가다. 또 오히려 부산 이전을 전제로 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불만에 대응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은 한 직원은 “퇴직자가 늘면서 남아 있는 숙련 직원들 업무 강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고, 점점 이직률이 높아지는데 이를 해소할 방안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며 “편법 이전에 대한 답변도 그저 원론적이라 다들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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