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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기술의 격세지감 [thebell note]

김소라 기자공개 2022-09-13 07:00:08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7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설립 23년차를 맞은 '하나기술'은 생존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다. 본래 디스플레이 검사 장비 제조사로 시작했지만 사업이 오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이대로 회사를 정리하거나 새롭게 살길을 찾아야 했다.

하나기술은 과감히 사업 전환을 선택했다. 때마침 협력사였던 '삼성SDI'가 신사업으로 진행하던 2차전지부문의 장비 제조업체를 찾고 있었다. 당시엔 초기 산업이었고 선행 장비를 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선뜻 나서는 곳이 없었다. 개발에 실패할 때 떠안아야 할 손실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모두가 우물쭈물할 때 손을 들었다.

20년이 흐른 지금 하나기술은 그 순간에 대해 "오직 생존을 위해서"라고 회상했다. 만일 기회를 잡지 않았다면 지금쯤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졌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당시의 선택은 전화위복이 됐다.

하나기술은 본격적으로 시간의 무게를 견뎌야 했다. 같은 장비라 해도 처음 도전하는 분야였기에 차근차근 노하우를 다시 쌓아야 했다. 통상 장비사업의 경우 정형화된 모델을 똑같이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의 요구에 맞게 제품을 구현한다. 2차전지 장비 제조 경험이 없었던 하나기술엔 '맨땅에 헤딩'과 같았다. 2004년 미지의 분야로 뛰어들었고 3년 뒤 전해액 고속주액기 개발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로 끊임없는 검증의 시간이었다. 고객사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차세대 2차전지 장비를 요구했고 하나기술은 이에 응해야 했다. 매출 부진, 영업적자, 자본잠식 등 온갖 부정적인 꼬리표가 뒤따랐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이 흘렀고 하나기술은 연매출 1000억원 넘는 회사로 거듭났다. 국내 유일의 2차전지 전 공정 턴키(일괄공급) 기업이라는 새로운 꼬리표도 얻었다.

하나기술이 쌓아온 시간은 숫자로 고스란히 증명된다. 시가총액 5600억원을 넘기며 코스닥 상위 100대 기업 진입을 앞두고 있다.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미래 현금 창출의 밑거름이 될 자산도 2000억원 넘게 보충했다. 장비 생산능력은 연 7000억원 단위까지 끌어올렸다.

20년 전만 해도 생존을 걱정하던 하나기술은 이제 글로벌 배터리 기업, 전기차 기업과 거래하는 위치까지 올랐다. 2차전지 전 공정을 한 번에 구축하길 희망하는 유럽 업체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올해 노르웨이 배터리 업체와 조 단위 장기 계약도 체결했다.

이런 경쟁력을 기반으로 하나기술은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2026년 연매출 7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오랜 시간 생존의 무게를 견뎌왔을 하나기술이 세계 무대에서 종횡무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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