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장 맡는 사외이사, 삼성·SK에 많네 코스피 시총 상위 50곳 조사, 22곳 겸직...학계·관료·금융권·법조계 경력 분류
박동우 기자공개 2022-09-16 07:30:21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4일 16:27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가 거버넌스(기업 지배구조) 이슈를 살피면서 눈여겨보는 항목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도 수행하는지 여부다. 이사회 독립성과 경영진 감독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로 통하기 때문이다.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 50곳을 분석한 결과 삼성그룹과 SK그룹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사례가 두드러졌다.
이사회 운영을 총괄하는 사외이사들의 경력은 네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학계·관료·금융권·법조계'다. 단순한 경영 자문을 넘어 대정부 의견 전달, 법적 분쟁 예방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달라는 기대감이 투영됐다.
◇삼성 '금융 계열사' 2006년부터 선임, SK '이사회 중심 경영' 강조
14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개사의 올해 상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회사는 22곳(44%)이다. 기업집단별로 살펴보면 삼성그룹 계열사가 5곳 포진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기, 삼성화재 등이 있다.
삼성그룹 산하 기업 중 금융사들이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2006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골자로 한 정관 개정에 힘입어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총괄 직무를 맡겼다. 2016년 삼성물산, 2020년 삼성전자, 2021년 삼성전기 등이 뒤를 이었다.
SK그룹 계열사 5곳 역시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를 앉혔다. 지주회사인 ㈜SK를 포함해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다. 최태원 회장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하면서 사외이사의 권한을 넓히는 움직임과 맞물렸다.
한국거래소는 일찌감치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항목의 뜻을 "상근 경영진 또는 기타비상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경우"라고 풀이했다.
KB금융, 신한지주, 카카오뱅크,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권 이사회 의장의 면면이 모두 사외이사인 대목도 눈길을 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제13조 1항은 이사회 의장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규정했다.
LG그룹 계열사 가운데서는 LG이노텍만 사외이사인 채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 중이다. ㈜LG,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G생활건강 등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까지 함께 맡았다.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게 대체적인 시류이긴 하지만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한 업종의 경우 독립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는게 바람직한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SK그룹 '학계 인사' 선호, 관가 출신 '대정부 가교' 역할
이사회 의장을 맡은 사외이사의 과거 경력은 학계 인사가 10명으로 조사 대상(22명) 중 45.5%를 차지했다. 학식을 갖춘 만큼 경영 자문에 적격이라는 전통적 인식이 반영됐다. △㈜SK(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SK텔레콤(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 △하나금융지주(백태승 전 연세대 법과대학 교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SK그룹은 '사회적 가치 실현'의 관점에 입각해 학계 인물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SK 이사회 의장을 맡은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은 행정학 강의를 오랫동안 하면서 사회 조직 영역의 전문성을 겸비했다. SK텔레콤은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이 사회연결망 분야 연구에 잔뼈가 굵다고 판단했다.
관료 출신 인물은 9명(40.9%)이다. 삼성물산(정병석 전 노동부 차관), 포스코홀딩스(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 신한지주(이윤재 전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 등이 해당된다. 관가 경력자는 정부 부처 인맥이 두터운 만큼, 정책이나 규제 관련 의견 전달이 용이하다.
포스코홀딩스는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산업 부문에 능통한 전문가라는 대목을 눈여겨봤다. 김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관리비서관과 중소기업청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이윤재 신한지주 이사회 의장은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신한지주는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이윤재 사외이사는 민·관을 아우르는 폭넓은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수집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권 경력을 갖춘 이사회 의장도 3명으로 나타났다.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삼성전자), 하영구 블랙스톤 한국법인 회장(SK하이닉스), 김명철 전 아메리카 신한은행장(KT&G) 등이다.
이들은 거시 경제에 관한 통찰력이 강점으로 부각돼 이사회를 총괄하는 직책까지 맡았다. 특히 SK하이닉스는 하영구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 배경에 대해 "국내외 경제에 해박하고 폭넓은 경험과 식견으로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시 보고서에 기재했다.
법조계에서 활약한 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앉힌 기업도 눈에 띈다. 서울남부지검장을 역임한 권익환 SK바이오사이언스 사외이사는 올해 3월에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삼성전기는 2020년 3월 이래 김용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이사회를 총괄해왔다. 김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장을 지낸 인물로 △준법 경영 활동 자문 △경쟁사와 법적 분쟁 발생 시 대응 방안 제시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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