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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배터리3사]무한 경쟁 벌이는 LG엔솔·SK온, 돌다리 두드리는 삼성SDI②수요 팽창 따라잡기 분주…LG엔솔·SK온-삼성SDI '온도차'

고진영 기자공개 2022-10-17 07:33:13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7일 08:01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는 향후 성장을 단언할 수 있는 대표적 시장이다. 테슬라의 대약진, 친환경정책 등의 영향으로 전기차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가까워졌다. 문제는 다가올 공급 장벽이다. 전기차 시장의 팽창 속도를 배터리 생산이 따라가지 못하는 수급 불균형에 직면해 있다.

배터리 업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원자재 공급망 구축과 증설 소식을 알리는 것 역시 미래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매대가 비어 있으면 시장이 커져도 그림의 떡이니 생산능력을 앞다퉈서 늘리고 있다. 규모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다만 완급 조절에 있어서는 국내 배터리3사별로 차이를 보인다. SK온은 가장 공격적 플레이어다.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적자까지 감수하면서 투자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미 글로벌 톱3로 자리매김한 LG에너지솔루션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여전히 투자에 적극적이다. 삼성SDI의 경우 ‘질적 성장’을 내세워 다소 결이 다른 행보를 밟고 있다.

◇LG엔솔 vs SK온, 북미서 '무한 증설'

현재 글로벌 2차전지 시장은 중국 CATL을 위시한 LG에너지솔루션, BYD 등 상위 3개사가 점유율 60% 이상을 쥔 과점화 상태다. 국내 3개사를 보면 모두 10위권인데, 8월까지 누적된 올해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기준(SNE리서치 집계)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2위(13.7%), SK온이 5위(6.4%), 삼성SDI가 6위(4.9%)를 차지했다. 하지만 서로 증설 경쟁이 워낙 치열한 만큼 판도가 뒤짚힐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중에서도 후발주자 SK온의 사업 확장세가 눈에 띈다. 공장을 짓기 전 주문부터 받는 `선수주 후투자` 전략을 쓰면서 매년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말 기준 생산능력은 77GWh(기가와트시)로 오를 전망이다. 작년 말(40Gwh)의 2배에 육박한다. 이후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2017년 1.7Gwh에 불과했으니 계획대로라면 8년만에 129배가 뛰는 셈이다.


SK온의 투자는 특히 북미와 유럽에 쏠려 있다. 지난해 9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단숨에 미국 생산능력(생산 예정 포함) 1위로 올라섰다. 당시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세우고 미국에서 공장 3개를 더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테네시 공장 1개와 켄터키 공장 2개로 각각 43GWh 규모, 합치면 129GWh 규모다. 포드와 각각 5조1000억원씩을 부담키로 했다.

가동 중이거나 짓고 있던 공장의 생산능력을 더하면 총 150.5GWh로 기존 LG에너지솔루션의 150GWh를 소수점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추월도 잠시, LG에너지솔루션은 4개월 만에 미국 생산능력의 선두 자리를 다시 되찾았다. 올 초 GM과 세 번째 합작공장 '얼티엄 셀즈'를 설립한다고 밝히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각각 1조1970억원씩 출자했으며 차입을 포함해 총 3조원 수준을 투자했다. 생산능력을 연간 50GWh까지 확대하기로 했는데 기존 생산능력에 더하면 200GWh 이상이다. SK온과의 차이를 다시 상당한 거리로 벌린 셈이다.

올 3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1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고환율 등의 여파로 투자비가 기존 예정액인 1조7000억원에서 2조원 이상으로 점프하자 3개월만에 투자 계획을 보류했지만 최근 재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지사가 직접 방문해 정책 지원을 논의하는 등 애리조나주 측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의 관심은 SK온의 다음 스텝에 쏠린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이달 창립기념일을 맞아 2030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다짐을 내걸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생산능력을 올해 말 200GWh 수준에서 2025년 말 540GWh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같은 해 SK온의 목표가 220GWh이니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SK온이 ‘글로벌 1위’를 의례적 덕담 수준으로 가볍게 말한 것이 아니라면 추가 투자는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3공장과 4공장을 증설할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나온다.

◇영토싸움 빠진 삼성SDI의 '질적 성장론'

무리하다싶을 정도의 증설에 나서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달리 삼성SDI는 조용한 편이다. 공식적으로 생산능력을 공개하거나 목표치를 밝히지도 않는 비밀스런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삼성SDI의 생산능력은 작년 말 기준 54GWh, SNE리서치가 예상한 2028년 생산능력은 214GWh 수준이다.

미국 진출도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다소 늦었다. 작년 10월에서야 미국 진출 소식이 전해졌다. 스텔란티스와 미국에서 23GWh 규모의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생산거점 4각 체제를 이뤘다. 그간 한국과 중국, 유럽(헝가리)에만 배터리셀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가 전기차 3대 시장인 중국과 유럽, 미국 모두에 현지 거점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스텔란티스 물량을 독식할 것이란 애초 전망과 달리 일부 수주에 그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삼성SDI가 섣부른 투자를 망설이는 사이 LG에너지솔루션이 스텔란티스의 남은 물량을 채왔다는 말도 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삼성이 2차전지 사업에 딱히 의욕이 없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돈 잘버는 반도체를 가지고 있는 만큼 배터리에서 크게 판을 키울 생각이 없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반도체, 바이오를 제외하면 삼성그룹의 주요 수입원으로 배터리를 빼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런 추측은 무리수로 보인다. 그보다는 최윤호 대표가 수익성 우선의 질적 성장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다.

실제 연구개발비로는 3사 중 삼성SDI가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 이는 '기술 초격차'를 강조하는 삼성그룹의 전반적 경향성과도 맥을 같이 한다. 전자, 디스플레이 등 다른 제조 계열사 역시 같은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삼성SDI도 생산능력 확대에 손놓고 있어서는 안될 타이밍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쟁사들이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활발히 합작법인을 만들어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는 점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지은 생산라인을 한치의 오차없이 그대로 복사해가도 일단 바다를 건너가면 동일한 결과물이 안나온다”며 “수율을 맞추기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걸리고 현지인력의 숙련도 역시 바로 확보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삼성SDI가 너무 더디게 움직여서는 앞으로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美 IRA 시행, 투자 불 당기나

추후 배터리 3사의 격전지는 미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전기자동차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국과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크고 있는 유럽 이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8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시행을 전격 결정한 점도 투자 결정에 영향을 끼질 것으로 보인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채굴과 정제·제련 등이 일정한 비중 이상 또는 및 북미와 FTA를 체결한 나라에서 이뤄져야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당장의 수혜는 제한적이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북미 투자를 확대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 긍정적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생산 거점을 4개에서 더 확대할 계획은 현재 없지만 기존 라인의 증설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생산능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투자에 대해선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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