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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창작자 권리, OTT와 계약은 어떻게? [K-OTT 미래전략]②보상청구권 내세운 저작권법 발의…이중 지급 등 부작용 더 커 생태계 위축 우려

이장준 기자공개 2022-10-18 13:17:47

[편집자주]

국내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TV와 라디오 등 기존 미디어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같은 뉴미디어가 혼재해 이와 관련한 법률 재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OTT 업체인 콘텐츠웨이브, 티빙, 왓챠 등이 글로벌 업체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경쟁하고 있다. 국내 OTT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4일 10: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6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비영어권 드라마가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황동혁 감독은 수상 기념 간담회에서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오징어 게임은 영원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을 돌렸다. 제작자 김지연 대표 역시 "넷플릭스나 제작사 모두 굿딜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사진=에미상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오징어 게임' 감독(출처=넷플릭스)

그런데 일부 콘텐츠 제작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사뭇 다른 반응이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에 약 300억원을 투자해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 제작사와 감독 및 배우들의 추가 수익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저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플랫폼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다른 저작물과 달리 다수의 창작자가 참여하는 시장이라 기여도 산출이 어려운 데다 사적 계약과 별개로 보상청구권을 도입하면 이중 지급 이슈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영상물 유통이 어려워지면 제작 산업 성장을 방해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저작자 권리보호·창작활동 지원" 보상청구권 신설한 개정안 발의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전후로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저작권법 관련 2개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 8월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음 달 성일종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안은 저작권법 제100조의2 '영상저작물 저작자의 보상권'을 신설하는 걸 골자로 한다.

연출자, 각본가 등 영상물 저작자가 제작사에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경우에도 공중에 콘텐츠를 최종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가령 황 감독이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을 통해 창출한 수익에 대해 추가로 청구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은 창작자가 제작사 등에 비해 협상력이나 정보가 떨어지는 '을'인 만큼 불평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저작자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분을 안고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해외 사례도 근거로 제시한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 디지털 단일 시장 저작권 지침을 마련해 디지털 플랫폼의 수익을 분배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남미 등에서도 저작자에게 일정 대가를 지급하도록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를 한 만큼 세부 사항은 다르지만 법안 통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시각이 많다.

◇계약 자유의 원칙 침해 논란, 이중 과금 이슈 발생 지적

방송사를 비롯해 OTT 등 관련 산업계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우선 개정안이 계약 자유의 원칙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콘텐츠제공자(CP)와 플랫폼이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추후 저작자가 요청하면 콘텐츠 제공이 중단되면 계약 효력을 부정하게 된다. 저작권법상 저작재산권은 양도나 포기가 가능한데 그 일부인 보상청구권을 별도로 허용하는 건 기존 법을 부정하는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불공정 계약의 경우 현행법으로 충분히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 민법 104조에 따르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 행위는 무효가 된다.

부당한 이중 지급이라는 비판도 따른다. 이미 계약할 때 CP는 저작권에 대한 권리처리를 담보하고 방송사나 OTT는 콘텐츠를 제공받아 유통한 후 CP에게 정당한 수익을 배분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CP사와 계약할 때 보상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만큼 이중 과금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콘텐츠가 잘 됐다고 볼 수 있는 기준도 애매한 데다 흥행 성적이 낮더라도 광고 수익이 발생해 감독이나 작가가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저작자만 보상 시 형평성 어긋나…플랫폼이 보상 전담할 정당성 떨어져

일부 저작자에게만 보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 역시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 영상은 집단 창작물이라는 특성상 작가나 감독 외에 다양한 제작 참여자들의 권리가 있기에 사후 보상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기도 하다.

보상 주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된다. 가령 오징어 게임의 경우 넷플릭스가 2차 판권이나 IP 활용에 대한 권한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넷플릭스가 최종 콘텐츠 제공 플랫폼이자 IP 보유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콘텐츠는 투자 배급사가 IP를 보유하고 이를 극장이나 방송, OTT에 유통해 추가 수익을 낸다. 최종 플랫폼은 IP 보유자로부터 저작권 대가를 내고 부분적으로 권한을 취득하는데 보상 주체로서 모든 책임을 떠안으면 유통 수급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종 플랫폼 역시 적자 리스크를 안고 저작권 대가를 지불하는데 모든 보상을 떠안으라 하면 원활한 영상 유통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창작자에게 저작 권리를 산 주체가 유통을 통해 추가 수익을 남길 때 그에 대한 보상 조치를 하는 등 합리적인 보상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제작비와 저작권료가 오르면서 방송사나 OTT가 수급 비용 대비 손실을 입는 경우도 많은데 추가 보상권이 확대되면 관련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와 달리 국내 OTT 사업자의 경우 아직 모든 사업자가 적자를 보고 있는데 부담이 가중 될 수 있다.

국회에서 인용한 해외 사례에도 오류가 있다. EU 디지털 단일 시장 저작권 지침의 경우 저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양도한 경우 그 대가 자체에 대해 적절하고 비례적 보상을 하도록 규정한다. 이번 개정안처럼 저작자에게 보상청구권을 뷰여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이 관계자는 "창작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해법을 엉뚱한 방향으로 도출하면 오히려 생태계 전반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방송계나 극장, OTT 등 플랫폼 의견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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