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안정화대책, 회사채 시장 회복에 역부족" 금융위, 회사채·CP 시장 지원방안 마련...업계 반응, 실효성 '반신반의'
이지혜 기자공개 2022-10-17 07:33:00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3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하고자 채권시장 안정화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여력을 확대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도 재가동하기로 했지만 회사채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됐다.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채안펀드는 규모가 너무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특히 부동산 경기 악화와 레고랜드PF론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 부도 사태가 맞물려 PF는 물론 단기자금 시장이 경색됐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이 부족한 점도 한계로 꼽혔다.
◇"정책 실효성 의문·채안펀드 규모 아쉬워"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12일 회사채·CP 매입여력을 6조원에서 8조원으로 확대하고 채안펀드의 여유재원 1조6000억원을 회사채와 CP 매입에 우선 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한 데 맞춰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를 열고 내놓은 정책이다.
증권업계는 이것만으로 회사채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바라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 7월에도 금융당국이 회사채·CP 매입여력을 늘렸지만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채안펀드 재가동은 긍정적이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으로 금융당국은 △회사채 매입(KDB산업은행) △회사채 신속인수제도(KDB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 공동) △CP 차환매입(KDB산업은행·기업은행 단독) △P-CBO(신용보증기금) 등 정책 등을 가동하고 있다.
이 제도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나왔다. 금융당국은 올 7월에도 프로그램 가동기간을 올해 9월에서 내년 3월로 연장하고 매입한도도 6조원을 추가 편성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KDB산업은행이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이 대부분 사모인 데다 P-CBO 등을 활용하면 그만큼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낙인이 찍힐 수 있어 기업들이 꺼려하는 정책"이라며 "이 제도의 지원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저신용등급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DB산업은행 등이 사모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면 정작 지원이 필요한 공모채 발행·유통시장은 힘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P-CBO 등을 활용하는 기업은 대부분 A~BBB급 신용도를 보유했다. 전체 시장에서 이들의 비중은 크지 않아 파급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다.
KDB산업은행 등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은 활용도가 높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 3월부터 가동됐지만 올 상반기까지 쓰인 자금은 3조5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7조1000억원을 매입한도로 설정한 점을 고려하면 절반도 쓰이지 않은 셈이다.
채안펀드를 재가동하는 것은 긍적적이지만 규모가 너무 작다는 점이 한계로 꼽혔다. 채안펀드는 2020년 가동될 당시 모두 20조원 규모로 편성돼 공모채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모채 수요예측에 직접 투입됐을 뿐 아니라 시장에 유통되는 회사채 매입에도 쓰이면서 발행과 유통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번에 투입되는 물량은 1조6000억원이라서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됐다.
◇ABCP 디폴트 사태로 단기시장 위축, 대응책 '부족'
CP 등 단기자금 시장과 PF 관련 자금시장에 대한 실질적 대응책이 나오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지원책이 시장의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부족한 규모"라며 "코로나19 사태 당시 가장 효과적이었던 저신용 회사채/CP 매입기구(SPV)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당국이 부동산 ABCP 불안요인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 지원안이 없는 것은 부족한 대목"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4분기 크레딧 시장은 투자자들의 북클로징으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곤 했지만 올해는 이런 현상이 한결 심화했다. 강원도가 보증을 선 ABCP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그 여파가 PF론 ABCP는 물론 일반 CP 시장으로 확대돼 수요기반이 빠르게 위축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강원도의 지급 불이행에 따른 단기자금 시장의 훼손"이라며 "ABCP는 부동산과 직접적 연관이 있어 지원하기 어렵다면, 일반 기업의 CP 발행이라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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