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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 인수, 롯데지주는 부담없나 추가적 지원 가능성 고개…케미칼 신용도 하락시 롯데지주도 영향

고진영 기자공개 2022-10-17 07:28:49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3일 18:02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년새 롯데지주는 부쩍 계열사로 보내는 자금 수혈이 잦았다. 지배력 확대 취지도 있지만 미래를 염두에 둔 사업구조 개편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7월 사장단 회의에서 신동빈 회장이 “필요한 일을 적시에 하라(Do the right thing, at the right time)”고 강조한 것은 지주의 이런 행보와 결이 같은 당부다. 눈앞의 실적보단 성장기반 구축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지난달 결정된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리얼즈 인수 역시 롯데그룹 화학군의 배터리사업 역량을 키우려는 취지에서 단행됐다. 당장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보니 일각에선 롯데지주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롯데케미칼의 재무구조가 튼튼하지만 이번 인수를 차치하고서도 수소사업 확대 등 돈 쓸 곳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지주는 3년 전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지분 매각으로 1조9000원 규모의 여유자금을 벌었다. 이후 작년까지 계열사 지분 취득에 지출한 액수를 보면 롯데케미칼 1956억원, 롯데칠성음료 915억원, 캐논코리아 656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 594억원, 롯데푸드 555억원 등 대략 5000억원 규모다.

주요 계열사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금을 지원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평가다. 가령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푸드 지분을 매입한 것은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은 호텔부분을 도우려는 측면이 있었다.

이밖에 롯데자산개발 유증에 2091억원을 태웠고 올해는 코리아세븐 유상증자 참여 3984억원, 롯데헬스케어 설립 700억원, 롯데컬처웍스로부터 이노션 주식 매입 466억원 등 약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로 썼다. 전부 합하면 총 1조2000억원 수준이다.

특히 롯데지주가 이노션 주식을 인수해 롯데컬처웍스에 대한 롯데쇼핑의 지원 부담을 나눠 짊어진 것은 추후에도 여러 계열사를 지원사격 할 수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 역시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의 인수주체로 미국 배터리소재 지주사인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LBM)'를 내세우고 있다. LBM은 롯데케미칼의 100% 자회사이며 거래대금은 2조700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말 별도기준으로 롯데케미칼이 가진 현금성자산은 1조8538억원, 이번 인수를 위해 LBM 유증 참여로 2700억원을 태웠으니 남은 자금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이 현금을 모두 인수자금으로 보태도 8000억원 이상을 차입으로 끌어와야 한다.

문제는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 NCC 신설 등 대규모 투자를 집행 중이라는 점이다. 이를 뒷받침해야할 주력사업 석유화학의 경우 원가 상승과 경기 둔화, 공급 과잉으로 삼중고에 빠져 있다.

게다가 일진머티리얼즈가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과정에서 추가적 자금조달이 요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케미칼은 필요한 자금을 일진머티리얼즈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했지만 업계에선 장담하기 쉽지 않다는 시선이다.

일진머티리얼즈가 2027년까지 9만톤의 생산능력을 확충하겠다고 했는데 여기에 필요한 자금이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탓이다. 작년 말 기준 일진머티리얼즈의 영업이익이 699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금창출력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롯데지주→롯데케미칼→LBM→일진머티리얼즈로 이어지는 지원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또 추가적 수혈이 없더라도 차입 확대로 인해 롯데케미칼의 신용도가 떨어지면 롯데지주 역시 영향을 받는다. 롯데지주 신용도는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4개 회사의 자체신용도에 기반해 산출되기 때문이다.

올 6월 말 별도 기준 롯데지주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및 단기금융상품은 7149억원이다. 여기에 엉업을 통한 현금창출규모는 연간 1400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향후 1년간 쓸 수 있는 유동성이 9000억원 안팎인 셈이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2조7000억원,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은 1조4000억원 정도를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롯데지주의 현금흐름은 단기자금 소요에 무난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최근 롯데케미칼 실적이 떨어지면서 그룹 비금융부문의 영업현금 창출력이 둔화된 상황"이라며 "투자 지출이 계속 이어지면 재무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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