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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현대건설, 리스크 모니터링 필요성 점증 [다시 뜨는 중동 허와실]UAE·사우디 잇단 수주, 대손충당금 손실도 동시에 커져

전기룡 기자공개 2022-10-21 07:30:00

[편집자주]

중동시장은 과거 한때 우리 건설사들에게 '수주 텃밭'이었다. 국내 건설업계가 세계에서 수주액 2위로 거듭난 배경에는 중동발 오일머니가 있었다. 그러나 2013년경 저유가 충격으로 인한 '중동 쇼크'가 걷잡을 수 없이 지속되자 국내 상당수 건설사가 현지 부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 중동 시장에서 최근 들어 네옴시티 등 대규모 개발 소식이 들려오자 국내 건설사들이 너도 나도 수주전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중동 시장 리스크는 과연 사라진 것일까. 이를 짚어보고 각 건설사별 주요 프로젝트 실황은 어떤지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8일 09: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은 세계 10대 건설사로 통했다. 산유국들에 오일머니가 급격히 유입됐던 시기를 맞춰 전략적으로 중동 시장에 뛰어들었던 영향이다. 정부 주도로 다른 건설사들이 중동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1년 전부터 이란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수주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중동은 지금까지도 현대건설에게 있어 주요 시장 중 한 곳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출혈 수주로 대규모 손실을 보자 수익성 위주로 전략을 짜는 과감함도 보였다. 현대건설이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적인 요인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던 원동력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들려온 '네옴시티'라는 대규모 호재에 현대건설이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도 그간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시장서 공기 연장에 따른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일차원적으로 호재에 다가가기 보다 면밀한 리스크 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중동시장 '1세대'…수주 텃밭으로 자리 잡기까지

현대건설의 성장배경에는 중동 시장이 있다. 현대건설은 태국 파타니나리타왓 고속도로를 통해 국내 건설사 중 해외 시장의 문을 가장 먼저 두드렸지만 한동안 국내에 집중해야 했다.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맞춰 울산 조선소 등 대규모 플랜트 공사가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상황은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며 달라졌다. 전쟁의 여파로 유가가 급속히 치솟았다. 정부는 외환위기에 준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더 이상 국내 플랜트에 집중할 여력을 상실했다. 현대건설에도 국내 외에 새로운 일감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조성됐다.

현대건설은 1975년 초 이란에 지점을 개설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부가 '대중동 진출방안'을 발표한 것보다 1년여 앞선 행보였다. 현대건설이 중동 첫 수주로 이란 반다르 압바스 동원훈련조선소를 따낸 것도 빠른 결단력덕분이다.

이란을 시작으로 현대건설은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저변을 넓혔다. 특히 규모만 9억6000만달러에 달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는 현대건설이 안정적으로 중동 시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던 계기였다. 이 때부터 현대건설에 있어 중동 시장은 수주 텃밭으로 자리잡았다.

중동 시장 진출 후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다. 저유가 기조로 중동 시장에 일시적으로 손을 떼야 했다. 다시 중동 붐이 일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면했다. 이 시기 중동 시장서 출혈 경쟁을 펼쳤던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대규모 손실을 봤다.

현대건설이 수주 전략에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현대건설은 더 이상 중동 시장에서 저가 수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수익성 위주로 전략을 재편했다. 중동 외에 다른 지역에 진출한 것은 물론 플랜트 일변도였던 공종에도 변화를 줬다.


◇UAE 담수복합화력발전 손실 반영, 리스크도 확대

현대건설에 있어 중동 시장이 차지하는 위상도 달라졌다. 현대건설은 2016년 한때 해외계약액 중 94.4%를 중동 시장에서 확보했다. 하지만 올해 현재까지 중동 시장 비중은 40.4%에 그친다. 중동 시장의 빈자리는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시장이 채웠다.

중동 시장으로 대표되던 플랜트·전력부문의 영향력도 줄어들었다. 플랜트·전력부문 매출(8조4658억원)은 2015년까지 건축·주택 부문(6조5734억원)을 상회했다. 그러나 상황이 역전돼 올해 상반기에는 건축·주택부문 매출(5조6146억원)이 플랜트·전력부문(2조4217억원)을 월등히 웃돈다.

그럼에도 현대건설은 여전히 중동 시장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엔지니어링과 조인트벤처(JV)를 구성해 아람코로부터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JV 지분율 45%에 따라 약 6억달러어치 일감을 확보했다.

올해 초 삼성물산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10억달러 규모의의 네옴시티 터널공사를 따낸 것도 대표적인 성과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 네옴시티는 규모만 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다만 유가에 변동성이 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산적한 중동 시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꾸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 2014년 7월 수주했던 아랍에미리트 미르파 담수복합화력발전에서는 계속된 공기 연장으로 대손충당금이 계상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에서 남서쪽으로 약 110㎞ 떨어진 미르파 지역에 발전담수설비를 짓는 이 사업은 당초 2017년 10월 기완공됐다. 하지만 발주처와 최종 정산을 위한 협의가 지연되면서 미청구공사 1243억원이 고스란히 대손충당금으로 인식됐다. 내부에서는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타워(2252억원)와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1234억원) 등에서도 미청구공사가 책정되는 모습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해외사업 공정진행이 양호하나 미청구공사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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