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금리 급등, 연말 CP 차환이 '큰고비' [단기자금시장 긴급 점검]컨틴전시 플랜 가동해도 스프레드 확대…PF ABCP 유동성 미스매치 우려
강철 기자공개 2022-10-31 07:03:49
[편집자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가 국내 단기자금 시장을 풍전등화로 몰아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50조원+α'의 컨틴전시 플랜을 발표했으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지켜봐야 한다. 그중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지적받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심각한 유동성 미스매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벨이 직면한 단기자금 시장 현안과 위기 극복 방안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7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단기자금 시장 업황이 심상치 않다. 3개월물 기업어음(CP)의 금리는 13년만에 4.5%를 넘어섰고 양도성 예금증서(CD)와의 스프레드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정부가 최근 단기물 안정화에 초점을 맞춘 지원책을 발표했으나 효과는 제한적이다.스프레드 확대를 위시한 시장 악화는 단기물 차환에 심각한 차질을 유발할 수 있는 리스크다. 연말을 앞두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CP 만기가 큰 고비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스프레드 100bp 넘어
26일 기준, A1등급 CP 3개월물의 금리는 4.51%를 기록했다. 10월 초 3.3%였던 금리가 불과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120bp 가까이 올랐다. A1 3개월물 CP 금리가 4.5%를 넘어선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1월이 마지막이었다.
CP 금리가 급등한 결과 CD와의 스프레드도 역대급으로 벌어졌다. 지난 26일 기준 AAA CD와 A1 CP 3개월물의 평균 금리 격차는 57bp를 나타냈다. 10월 초 3~4bp에 불과했던 스프레드가 불과 한달만에 20배 가까이 벌어졌다.
CP와 CD의 금리 스프레드는 기업과 은행의 단기자금 조달 안정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통용된다. 스프레드가 벌어질수록 기업의 신용 위험도가 높아진다. 일례로 코로나19 발발로 실물경제 위기감이 고조된 2020년 3월에도 스프레드는 80bp까지 벌어졌다.
이번 스프레드 확대는 올해 들어 급등한 시장 금리가 유발했다. 한국은행은 대규모 긴축재정을 기치로 올해에만 다섯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2월 1.25%였던 기준금리는 최근 3%까지 올랐다. 11월 24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결과에 따라 3.5%까지 오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리는 머니마켓펀드(MMF)와 금전신탁을 비롯한 주요 CP 매수자의 설정액을 감소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지난달 말 발발한 레고랜드 사태는 단기자금 시장에 극도의 불안감을 조성했고 이로 인해 CP와 CD의 금리 스프레드는 한층 더 벌어졌다.
시장 관계자는 "26일자 4.51%는 단순 평균치일 뿐이고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3개월물 CP의 실제 금리는 5~6%에 달한다"며 "따라서 객관적인 CP·CD 스프레드는 100bp가 훨씬 넘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긴축재정에 대한 불안감이 올해 초부터 이미 회사채를 비롯한 크레딧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며 "일종의 트리거로 볼 수 있는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자 단기자금 시장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틴전시 플랜 효과 미미
정부는 지난 23일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발표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 재가동 △회사채·CP 매입과 P-CBO 발행 확대 △증권사 자금 지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자 보증 등 4개 프로그램을 통해 '50조원+α'의 유동성을 시장에 풀기로 했다.
이번 지원책은 단기자금 시장 안정화에 초점을 맞췄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20조원 예산 대부분을 CP, 전자단기사채, 여전채 매입에 주력할 계획이다. 시공사 보증 PF-ABCP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켰다. 부동산 단기자금 시장이 유동성이 가장 취약한 영역으로 꼽히는 만큼 당분간은 펀드 출자금의 상당 부분을 PF-ABCP에 할당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지원책 발표에도 단기자금 시장은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CP 금리는 발표 전보다 오히려 25bp 올랐고 CD와의 금리 스프레드도 60bp 가까이 벌어졌다. 그간 국내 금융시장이 컨틴전시 플랜이 나올 때마다 빠르게 안정을 찾았던 전례와 비교해 상이한 결과다.
시장은 이번 지원책이 유동성 공급 전이 효과와 지속 여부 측면에서 기업과 투자자의 근본적인 불안감을 해소시키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원 대상이 우수한 신용도를 가진 자산과 기업으로 설정된 탓에 정작 유동성이 시급한 곳이 수혜를 받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책을 발표한 후 국고채를 비롯한 몇몇 크레딧물은 금리가 하락하는 등 일정 부분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반면 단기자금 시장의 경우 오히려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번 지원책이 실질적인 신규 재원 마련이 아닌 일종의 돌려막기일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해서 불안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월 PF ABCP 만기만 13.7조
정부의 지원책도 먹히지 않을 정도의 시장 경색은 앞으로 단기물 순환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동성이 가장 취약한 영역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유동성 미스매치가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남은 두달 CP 만기 도래액은 약 38조원이다. 월별로 11월 18조7340억원, 12월 19조원이 각각 돌아온다. 같은 기간 ABCP 만기 도래액은 11월 21조5000억원, 12월 27조원씩 총 52조원에 달한다. 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단기물 의존도가 높아진 결과 연말 차환 부담이 예년보다 과중해졌다.
전체 ABCP 가운데 PF ABCP 만기 도래액은 약 27조원이다. 당장 11월에 13조7000억원 만기에 대응해야 한다. 이 가운데 유동성 지원 대상이 아닌 A2 등급 이하 만기 도래 물량은 7조8000억원에 달한다. 각 PF 주체가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서지 않는다면 시장 전체에 연쇄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PF 사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출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할 때 만기에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장의 채무 주체를 전환하는 형태로 수급 밸런스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최근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 보증 ABCP에 대한 지급 의무 이행을 확약했다"며 "정부가 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점은 PF 유동화증권 차환에 대한 우려를 일정 부분 진정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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