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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자금시장 긴급 점검]'신뢰도 추락' 지자체 보증채권, 증권사 '전전긍긍'미매각시 '총액인수' 계약 체결, 상반기말 기준 1조

이상원 기자공개 2022-11-02 07:09:57

[편집자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가 국내 단기자금 시장을 풍전등화로 몰아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50조원+α'의 컨틴전시 플랜을 발표했으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지켜봐야 한다. 그중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지적받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심각한 유동성 미스매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벨이 직면한 단기자금 시장 현안과 위기 극복 방안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1일 09: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원도가 지급금 지급 의무를 적시에 이행하지 않으면서 지자체 신용보강물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심지어 투자자들이 기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총액인수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세 건의 지자체 신용보강물이 차환에 성공하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문제는 앞으로다. 증권사가 투자자 찾기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실상 전량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증권사가 사실상 투자자가 된 셈이다. 내년쯤 시장상황 개선 여부에 따라 셀다운(sell-down) 등 매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자체 신용보강물 잔액 '1조'…차환에도 여전한 '불안함'

1일 나이스신용평가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말 기준 지자체 신용보강물 발행 잔액은 총 9971억원이다. 절대적인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아이원제일차가 발행한 유동화증권을 강원도가 적기 상환에 실패하자 지자체 신용보강물에 대한 투자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감안해 지난 23일 정부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해 시장 불안에 적극 대응할 방침을 전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자체 보증 ABCP에 대해서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임을 다시 한번 확약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는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신용도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이번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크레딧 이슈가 발생하면서 지자체 신용보강물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이는 결국 타 사업장 관련 지자체 신용보강물 차환 발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유동화 거래, 차환 등 전반적인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다행히도 지난 9월 레고랜드 사태 발생 이후 지자체 신용보강물에 대한 차환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 12일 천안북부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천안시가 신용보강한 SPC 비아이티리치제일차 제4회차 ABCP에 대한 상환이 완료됐다. 지난해 10월 1년 만기 565억원 규모로 발행된 가운데 이번 제5회차는 발행금액은 동일하지만 3개월 만기 ABSTB 형태로 차환발행에 성공했다.

연이어 지난 14일에는 경산시가 신용보강한 530억원 규모의 SPC 트루프랜드경산제육차 제8회 ABCP의 만기가 도래했다. 이를 상환하기 위해 차주인 경산지식산업개발은 새로운 SPC 타이거즈제이차를 설립했다. 순상환된 170억원을 제외한 360억원의 대출채권을 타이거즈제이차로 양도해 이를 기초로 제1회 ABSTB를 발행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춘천시가 신용보강한 봉명산단제이차 제5-2회차 ABSTB다. 지난 7월 205억원 규모로 발행돼 지난 26일 상환을 완료했다. 그리고 162억원 한도로 3개월 만기의 제5-3회 ABCP를 발행했다. 신탁수익 지급액 43억원, 본건 ABCP 발행대금으로 제5-2회 ABSTB를 상환했다.


◇매출 난항에 모두 떠안는 증권사…내년 시장반전이 '관건'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 유동화증권 차환에 비우호적인 제반이 형성된 점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자체 신용보강물 투자 기피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차환에 성공한 신용보강물 역시 담당 증권사가 매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달 차환에 성공한 3개의 유동화증권은 각각 교보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주관을 맡았다. 증권사들은 SPC가 발행한 유동화증권에 대한 매출을 통해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하지만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사실상 증권사가 전량 떠안게 됐다. 총액인수 계약이 체결된 가운데 매출이 어려워지면서 증권사가 투자자 역할도 하게 된 셈이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판매 자체가 안된다. 4분기에는 원래 시장이 팍팍하게 돌아가지만 지금은 기관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며 "내년 시장 상황이 바뀌면 다시 매입세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공사채, 지자체 신용보강물 모두 망가져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PF쪽은 자금이 돌지 않고 있다. 지자체 신용보강물을 인수해 차환해주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증권업계에 깔려있다"며 "일단은 인수하고 내년에 자금이 들어왔을 때 좋은 가격에 매출할 생각으로 끌어안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단기자금 시장 유동성이 은행으로 많이 유입된 결과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올들어 은행채와 한전채 발행이 늘아나며 대규모 단기자금이 여기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까지 급등세를 보이며 단기자금 시장은 그야말로 유동성이 고갈됐다는 것이다.

정부도 유동성이 단기자금시장에서 선순환시키기 위해 마중물을 공급했다. 16조 규모의 채안펀드 가운데 지난주 3000억원을 선제적으로 풀면서 시장에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이번주에는 3조원 규모의 1차 추가 캐피탈콜(펀드자금 요청)을 시작한다. 하지만 현업에서는 아직까지 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채안펀드 조성 전후가 비슷하다. 변화가 아직까지는 체감되지 않는다"며 "정부에서 유동성을 빨리 풀수록, 정확한 자리에 공급될수록 회복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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