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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품질비용 진단]'상수'가 된 조단위 충당금①세타2 엔진 관련 충당금만 누적 8조원...품질경영 기조 강화

조은아 기자공개 2022-11-07 07:30:32

[편집자주]

'품질비용 반영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부터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 발표 때 빠지지 않는 말이다. 2018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8조원에 가까운 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했다. 세타2 엔진과 관련한 품질비용 반영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정의선 회장의 품질경영 기조 아래 앞으로도 품질비용을 대거 반영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관측이다. 더벨이 현대차그룹 품질비용을 둘러싼 배경과 현황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1일 10:5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회사에게 리콜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자동차는 들어가는 부품만 3만개가 넘는 데다 가격이 비싸고 오래 쓰인다. 다른 제조업과 비교해 자동화가 덜 이뤄져 품질도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생명과 직결된다. 자동차회사들이 매년 리콜을 비롯해 수리 보증을 대비해 충당금을 쌓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충당금을 꾸준히 실적에 반영해왔다. 그러나 흑자를 적자로 돌릴 정도로 대규모 비용을 반영한 건 2020년 10월 정의선 회장의 취임과 맞물려서다.

의미는 두 가지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 품질에서만큼은 양보가 없다는 의지를 내보였다는 점, 그리고 한번에 수조원대 충당금을 반영할 만한 체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세타2 엔진과 관련한 품질비용 반영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기조 아래 언제든 조단위 충당금 반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타2 엔진 관련 충당금만 누적 8조원

현대차와 기아는 3분기 실적 발표를 며칠 앞두고 실적에 품질비용 1조3602억원, 1조5442억원을 각각 반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세타2 엔진 관련 충당금을 반영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2018년 3분기 4600억원(현대차 3000억원·기아 1600억원), 2019년 3분기 9200억원(현대차 6100억원·기아 3100억원)을 반영한 바 있다.

특히 2년 전에는 정의선 회장의 공식 취임과 맞물려 품질비용 3조3600억원(현대차 2조1000억원, 기아 1조2600억원)을 반영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당연히 현대차와 기아의 2020년 연간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현대차와 기아가 밝힌 이유는 간단했다. "기존 추정보다 엔진 교환율이 상승했고 차량 운행기간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 평생보증을 약속한 만큼 추가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였다.

당시엔 이를 전형적인 '빅배스(Big Bath)'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동시에 예상치 못한 대규모 충당금 반영에 따른 현대차의 일시적 주가 하락을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 짓는 시각 역시 존재했다.

그러나 둘 모두 결과적으로 틀렸다. 빅배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2년 만에 당시와 비슷한 규모의 충당금을 발표했다. 회계 장부를 깨끗하게 씻어내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 역시 예나 지금이나 포착되지 않는다.

사실 애초부터 빅배스는 현대차그룹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정 회장이 부회장과 수석부회장을 거치며 현대차그룹 경영에 본격 참여한 지도 10년이 훌쩍 지났다. 세타2 엔진 관련 문제를 전임자의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전임자가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인 만큼 전임자 시절의 부실을 드러낸다는 건 현대차에게 전혀 해당될 수 없는 얘기다.


◇품질에 양보 없다...대규모 충당금 '변수' 아닌 '상수'로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충당금을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선제적 조치를 통해 품질경영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 의견도 있지만 상반되는 의견도 많다. 오히려 반복되는 품질 문제와 충당금에 따른 실적 변동성 확대로 수익성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신뢰 역시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실제 리콜은 흔히 '양날의 칼'로 비유된다. 기업에 독이 될 수도, 반대로 약이 될 수도 있다. 큰 비용이 들고 단기적으로 제품과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지만 대처 방식에 따라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관건은 솔직 그리고 신속이다. 부실을 숨기다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사태가 악화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에게도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까.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품질경영 기조는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앞으로도 안전과 직결된 문제는 숨기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 역시 어느 정도는 얻은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현대차와 기아가 세타2 엔진과 관련해 대규모 충당금을 또 반영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추가 충당금을 반영한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반도체 공급 부족과 환율 상승이 이례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엔진 교환 건수와 대당 비용 역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지금과 같은 기조에서는 앞으로도 대규모 충당금이 언제든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품질비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대가 이제 막 개화 단계인 만큼 아직 리콜비용과 관련해 축적된 데이터가 많지는 않다. 내연기관차가 엔진을 교체한다면 전기차는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2월 CNN비즈니스는 현대차의 '코나 EV' 리콜 사태에 대해 "관련된 자동차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리콜은 역사상 가장 비싼 리콜 중 하나"라며 "이는 전기차 결함이 적어도 가까운 미래 자동차회사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당시 차량 1대 기준으로 배터리 교체비용이 1500만~2000만원 사이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건 내연기관차에서 엔진이 온전히 자동차회사의 영역이었다면 배터리는 배터리회사와 비용을 나눠 부담한다는 사실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코나 EV를 포함한 3개 전기차 리콜비용을 LG에너지솔루션과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70, 현대차가 30이다. 현대차가 실제 반영한 품질비용은 425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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