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금투협 회장 선거]'스타 애널' 출신 구희진, 강점은 증권·운용 '균형감각'⑩리서치센터장, 자산운용사 대표이사 역임…'서번트 리더십' 강조
이지혜 기자공개 2022-11-14 09:23:55
[편집자주]
제6 대 한국금융투자협회 협회장 선거의 막이 올랐다. 공모 일정을 본격화하기 전부터 경쟁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금투협 회장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자본시장 주요 플레이어의 입장을 대변해 정부당국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어깨가 무겁지만 그만큼 명예와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자리다. 금리 인상, 증시 위축 등으로 자본시장이 흔들리는 지금, 위기를 돌파할 리더는 누구일까. 더벨이 협회장 후보 출사표를 던진 인물의 면면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0일 15: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처절한 사명감”. 제 6대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를 묻자 구희진 전 대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이렇게 답했다. 해야 할 일이 있고 해낼 힘도 있는데 재야의 선비로 지내는 것은 자본시장을 위한 길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증권사에서 26년간 일하며 그중 단장으로 5년, 자산운용사 대표로서 7년간 일하며 쌓은 경험을 살리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구 후보자가 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배경이다. 비록 출마의사를 최근 밝혔지만 준비한 지는 오래됐다. 공약을 세우기 위해 싱크탱크를 꾸린 것은 물론 그간의 성과를 정리해 여의도를 누비며 선거유세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구 후보자의 강점은 '스타 애널리스트' 출신이라는 것과 균형감각이다. 이론으로 중무장한 덕분에 산업은 물론 증권,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증권사에서 리서치센터장, 기획본부장, 글로벌본부장을 거친 뒤 자산운용사 대표이사까지 오른 만큼 증권사와 운용사를 아우르는 포용력도 갖췄다.
그는 “금투협 회장은 20년 전부터 품어왔던 꿈”이라며 “직장생활의 마지막 3년은 업에 종사하며 느꼈던 처절한 갈망과 전략을 발휘하면서 해법제공자(Solution Provider)로 살아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젊은 피’ 구희진, 스타 애널리스트 출신
'전기전자 베스트 애널리스트, 반도체 베스트 애널리스트, 디스플레이 베스트 애널리스트.' 2000년대 초중반은 그야말로 구 후보자의 시대였다. 주요 IT부문 리서치에서 3관왕을 달성하며 명성을 날린 것은 기본, 5년 연속 최고 애널리스트라는 타이틀을 획득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시장을 살피고 업계를 뜯어보며 통찰력을 발휘하는 일이 그의 천직이었던 셈이다. 구 후보자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봤던 곳이 대신그룹이다. 1965년생인 구 후보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한 뒤 대신경제연구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00년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IT분야 애널리스트가 되면서다. IT분야 애널리스트로서 주요 상을 쓸어담은 그는 2005년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부 총괄부장까지 올랐다.
이에 대신그룹은 구 후보자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2007년의 일이었다. 구 후보자는 친정이나 다름없는 대신증권으로 돌아가 리서치센터장을 맡았다. 당시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한때 업계 1~2위를 다퉜지만 당시에는 4~5위로 위상이 떨어졌던 탓이다.
이에 따라 구 부사장은 41명이던 인원을 70명으로 늘리고 현업 출신 애널리스트를 적극 영입하며 힘을 실었다. 덕분에 그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의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후보자는 "동료들과 같은 목표를 향해 뛰고 같은 꿈을 꾸면서 1년 반만에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를 업계 1위로 올려놨다"고 말했다.
이론으로 다져진 지식과 센터장으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구 후보자는 2011년 기획본부장, 글로벌본부장 전무로 중용됨과 동시에 부문 대표인 홀세일(Wholesale) 사업단 단장을 맡았다. 당시 대신증권은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홀세일부문의 법인영업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구 후보자가 이런 임무를 수행할 적임자로 꼽힌 셈이다.
성과는 금방 나타났다. 리서치업계에만 몸 담았기에 그의 영업능력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구 후보자는 홀세일부문을 키워내며 2014년 말 대신증권 부사장에 올랐다.
◇대신자산운용, 흑자기조+체질개선 '성공'
2015년은 구 후보자에게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 해다. 대신자산운용의 대표이사를 맡아 실적부진의 늪에서 건져내야 했다는 미션을 받았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의 위상을 끌어올리고 홀세일부문을 키우는 것까지 해낸 그였지만 과제의 난이도가 한층 높아진 셈이다.
당시 대신자산운용은 1988년 설립된 회사로 오랜 역사가 있었지만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해마다 적자와 흑자를 오갔으며 펀드 순자산 등도 꾸준히 감소했다. 구 후보자가 부임했던 2015년도 마찬가지다. 흑자를 내긴 했지만 약 2억원에 그쳤다.
"돈을 버는 방식을 바꿨다. 수익 창출을 다변화하기 위해 실무진처럼 발로 뛰었다. 돈 잘 버는 대형 자산운용사 CEO는 관리만 하면 됐겠지만, 대신자산운용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직접 고객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영업을 했다." 구 후보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한다.
그의 노력은 머잖아 빛을 봤다. 대신자산운용은 2017년까지 적자를 내다가 2018년 흑자전환하더니 취임 4년 차인 2019년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순이익이 52억원에 달했다. 흑자 기조는 2021년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2021년에는 12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구 후보자가 대신자산운용의 체질개선 작업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접목한 대체투자에 집중하면서 특색을 찾아갔다. 로보알고리즘을 접목해 TDF(타깃데이트펀드) 등을 출시한 점도 포인트다.
대신그룹의 한 관계자는 구 후보자에 대해 "대기업 오너와 임원은 물론 금융당국 임원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확보한 인물"이라며 "한국 금융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셀사이드(리서치), 바이사이드(운용사)를 모두 경험한 실력자"라고 평가했다.
◇서번트 리더십, "협회장이 발로 뛸 때"
"뛰어난 개인 한 사람의 역량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공통의 이익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모든 회원사의 의견을 새겨듣겠다. 실무진처럼 뛰겠다.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하겠다."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섬기고 봉사하는 자세로 구성원을 지지하면서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지도력을 가리킨다. 구 후보자는 회원사는 물론 금융당국까지 서번트 리더십으로 아우르며 난국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금융당국은 투쟁의 대상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발전과 성장에 대해 같은 꿈을 꾸는 존재"라며 "리서치센터장, 자산운용사 대표를 맡으며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와 오랜 신뢰 관계를 구축한 만큼 회원사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전달하고 금융당국의 의견을 균형감 있게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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