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17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산시가 운전대를 잡은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이 위기다. 파트너였던 FTX가 지난 11일 파산한 영향이다. 파산 사태의 여진으로 자체 토큰을 보유한 FTX, 해외거래소와 사업을 추진한 부산시 디지털자산거래소도 한층 더 의심 섞인 시선을 받는다.사실 부산시와 디지털자산거래소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나왔다. 구상이 전해질 때부터 부산시 홀로 추진 가능한 스케일이 아니란 평가였다. 특금법 준수 여부나 중앙정부와의 공식적인 대화도 부족했고 금융당국도 역차별 등을 이유로 반대를 표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최대주주 권한을 부산시가 가지는 것에 대해서도 금융권 및 가상자산 업계 내부에선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국내 금융·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별도의 공적 거래소를 만드는 셈인데, 이는 민간과 공영의 불균형한 경쟁관계를 만들고 추후 한전처럼 흡수에 이은 공기업화 위험도 있다"며 "부산시가 간접적으로 다른 업체에 불이익을 줄 수 있음에도 지금처럼 성급히 거래소 및 권한에 욕심내는 것은 회의적이며 블록체인 특구 취지에 맞게 건전한 경쟁과 자생을 유도할 마중물·벤처단지 기능에 집중하는게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여러 우려에 초조한 듯 오히려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에 더 가속페달을 밟았다. 시 주최로 지난 달 개최된 BWB 2022는 이런 조급한 일면과 미흡함을 읽을 수 있는 자리였다. 스트리미를 제외하면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가 직접 참여를 고사했다. 메인으로 세운 FTX와 바이낸스도 실제 행사에서 대표들은 현장에 모습을 직접 드러내지 않아 김이 샜다.
운영에서도 연사 측 프레젠테이션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고 통번역 문제도 발생하는 등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 연거푸 터졌다. 국내 업체로부터는 해외 업체와 달리 숙소 등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뒷말이 들렸다. 다수 참가자 및 업체에서도 행사가 어수선해 부산시가 디지털자산거래소의 당위성을 위해 무리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렇듯 부산시가 디지털자산거래소에 목멘 듯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명확하다. 블록체인 특구에 무색하게 뚜렷한 실적이 없던 데다 기업 사이에서 인지도마저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제2의 도시이자 광역자치단체인 부산시가 조바심에 디지털자산거래소 사업을 무리하게 운전하는 것은 국내 가상자산 산업에 안 좋은 선례와 예후를 남길 수 있다.
FTX 사태로 부산시는 실든 좋든 디지털자산거래소의 세부적인 계획과 가능성을 똑바로 바라볼 기회를 얻었다. 외부의 검증과 비판 외에도 일변도적인 사업 추진을 한 것이 아닌지 긴 호흡의 계획을 세울 수는 없는지 스스로 되짚어 볼 찬스다. 부산시가 안전한 운전으로 블록체인 특구 정체성과 의의라는 목표에 도착할 기회와 시간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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