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NH헤지 "완벽한 홀로서기, 해외펀딩 새 동력"이동훈 대표 "현지 특화 펀드 출시, 국내외 투트랙"
이돈섭 기자공개 2022-12-07 08:18:45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1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헤지자산운용이 싱가포르 해외 펀딩을 본격 추진하면서 제2의 도약에 나선다. 글로벌 스탠다드로 알려진 '운용규모 1조원+운용기간 5년' 조건을 충족한 데다 이제 홀로서기가 가능하다고 판단,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해외 펀딩 성과가 안정권에 들어선다면 중장기적으로 국내외 연기금 유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NH헤지운용 본사에서 이동훈 대표(사진)를 만났다. 이 대표는 연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NH투자증권 헤지펀드 본부장으로 일하다가 2019년 NH헤지운용 출범과 함께 대표직을 맡아 3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해외펀딩 시도가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해외펀딩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데는 하우스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는 이 대표 판단이 주효했다. 지난달 29일 현재 NH헤지운용 운용규모(설정원본+계약금액)는 1조679억원에 달한다. 하우스 1호 상품인 'NH 앱솔루트 리턴 1호' 펀드를 운용한 지 올해로 6년째다. 기본 보수만으로도 연 50억원 수익을 올릴 정도로 상당한 외형 성장도 이룩해냈다.
이 대표는 2단계 성장을 도모할 때라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마켓에선 운용기간 5년 이상과 운용규모 1조원 이상을 달성하면 의미 있는 트랙레코드를 가진 것으로 본다"면서 "내적으로 홀로서기가 가능해졌다고 판단했고, 2019년 모회사에서 분리해 출범할 당시부터 지금 현 단계에 도달하면 해외 진출을 시도하려고 계획해왔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중과세 등과 같은 이슈 우려가 없는 케이만제도에서 펀딩을 시도할 계획이었지만, 싱가포르가 투자 규제를 대폭 완화한 VCC(Variable Capital Company·가변자본회사) 제도를 실시하면서 원래 계획을 변경했다. NH증권 자회사인 'NH Absolute Return Partners(NHARP)'가 VCC 라이선스를 취득한 상태라 계열사 간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NHARP가 NH헤지운용의 NH 앱솔루트 리턴 1호에 재간접 투자하는 펀드를 VCC 플랫폼 안에 설정하고 해당 펀드에 자금을 유치하는 식이다. NH증권은 NH헤지운용 펀드에 태운 고유재산 중 1000억원을 NHARP 펀드 시딩 자금으로 옮기면서 힘을 싣는다. 이렇게 보면 이번 해외펀딩은 NH헤지운용만이 전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다.
이 경우 NHARP는 시딩 머니를 유치해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고 NH헤지운용은 별도 자금 이탈 없이 운용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NH증권은 현재 운용 행태를 유지하면서 두 자회사를 지원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궁극적으로 국내외 펀딩 작업에 선순환을 일으키면 국민연금 등과 같은 연기금 자금을 유치하는 데도 유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NHARP 현지 펀드 설정 목표 시기는 내년 상반기다. 마케팅 본부 소속 직원을 NHARP로 전출한 뒤 1호 펀드의 성과를 전면에 내세워 하반기 펀딩에 착수할 계획이다. NH 앱솔루트 리턴 1호는 2016년 설정돼 지난달 말 6670억원 규모로 운용되고 있다. 멀티 전략을 구사하며 매년 10% 수익률을 꾸준히 달성, 누적 수익률 55.3%를 기록하고 있다.
NH헤지운용은 그간 고유재산을 별도로 운용하지 않고 자사 펀드의 시딩으로만 투입해왔다. 고객 자산을 최고의 수준으로 운용하겠다는 신의성실 의무 이행의 일환이다. 절대수익 달성을 위해 변동성을 5% 안팎 수준으로 유지해 온 점도 기관 투자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글로벌 플레이어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월등한 성적이라는 평가다.
이 대표는 "특정 시장 익스포저를 갖고 있는 싱글 컨트롤 헤지펀드로 해외에서 펀딩을 추진하는 작업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국내 시장 절대 수익 플레이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펀딩을 전개하면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국내 운용사들이 싱가포르 펀딩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지 풀 진입에 실패하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곳이 없는 실정이다. NH헤지운용의 경우 모회사 NH증권이 글로벌 마켓에서 쌓아온 명성과 그간 절대수익 추구 전략 기반의 트랙레코드를 살린다면 현지 프로덕트 풀에 충분히 진입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시장을 예측하지 않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측을 잘하면 고수익을 내겠지만 빗나갈 경우 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성과가 우수한 매니저 포지션에 쏠리는 일이 없도록 조간 회의를 열지 않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22명의 매니저가 소신을 지키며 운용에 주력할 수 있게 가이드하고 있다.
이번 싱가포르 해외펀딩 계획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양질의 글로벌 딜을 소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NH헤지운용은 당장은 현지에서 특화 펀드를 론칭하며 라인업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성장의 변곡점을 통과해 새로운 시작에 들어섰다"며 "글로벌 헤지펀드 하우스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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