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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다운 회장 교체 thebell desk

최명용 금융부장공개 2022-12-12 08:19:52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9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이 신한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신한금융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으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깜짝 선출됐다. 금융 시장에선 조용병 회장의 3연임이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회장추천위원회의 면접 전까지만 해도 이런 관측이 우세했다.

사외이사들이 참여한 투표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과거엔 회추위 위원들만 투표에 들어갔다. 7명이 투표하던 것을 12명으로 바꿨더니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많은 해석이 오가고 있다. 조용병 회장을 지지하는 사모펀드 주주들과 창업 정신을 이어온 재일교포 주주들간 세 싸움의 결과물이다. 조 회장이 사법리스크의 책임을 지고 후세에 자리를 물려주는 형식을 취했다. 평화로운 권력 이양의 모습이 연출됐다.

치밀한 준비 과정이 있었다. 2021년에 바뀐 정관에 비수가 숨겨져 있었다. 회장 추천에 많은 인사들의 의견이 필요하니 사외이사 전원이 투표에 참여하자고 제안을 했고 관련 정관이 반영됐다. 사외이사들은 각각 추천한 주주들의 영향을 받는다. 주주들의 입김으로 회장을 선출하고 견제하는 자본주의와 주식회사 원리가 반영된 프로세스였다.

신한은 다른 금융지주들과 달리 사실상 '주인'이 있다. 창업 주주인 재일교포들의 영향력이 여전하다. 이번 진옥동 회장 선발 과정도 일본인 주주들의 결집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신한금융의 지분율도 철저하게 분산이 돼 있다. 절대적인 1대 주주는 없다. 재일교포들도 세월이 지나며 2,3세로 대물림이 이뤄졌다. 과거처럼 결집력이 강한 세력은 아니다. 여기에 사모펀드들이 대거 들어오며 희석이 이뤄졌다. 언제든 재일교포 세력을 뒤엎을 가능성이 있다. 주주들간 견제와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그런 시스템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어느 조직이든 CEO가 바뀌면 많은 것이 바뀐다. 더욱이 금융그룹의 회장이 바뀌면 많은 자리가 바뀐다. 당장 공석이 된 은행장을 새로 뽑아야 한다. 은행장 자리로 부행장 중 누군가 올라 오면 해당 자리를 또 다른 임원이 채운다. 연쇄적으로 물갈이가 일어나고 조직에 새로운 피가, 새로운 온기가 돈다.

진옥동 행장 라인이 주요 요직에 오를 것이다. '라인'이라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같이 일해 본 믿고 맡길만한 선수에게 요직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같이 일해보지 않은 사람들 중엔 정말 일 잘하는 '능력자'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관'의 개입 없이 신한은 물갈이와 쇄신, 책임경영의 키워드를 모두 성취했다.

금융계 안팎에선 '신한답다'는 평가를 한다. 신한은 어떤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민함을 보인다. 경영 목표를 세우면 일사분란하게 조직 역량을 동원하고 집중력을 발휘한다.

진옥동 회장의 선발 과정도 기민한 대응의 한장면이다. 1년 여전에 정관을 바꾼것부터 프로세스를 정교화하고 이사회의 기능을 제대로 굴리는 것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여전히 많은 금융그룹들은 관의 시그널을 물색한다. 대통령실의 뜻이 무엇인지를 탐문하고 시장 분위기를 찾는다. 대관 라인들은 여전히 분주하게 용산과 여의도를 향한다.

신한은 정관과 이사회를 다듬었다. 주주들의 뜻이 이사회에 제대로 전달되도록 했다. 시스템을 잘 갖췄더니 변화를 만들 수 있었다.

주주들이 지분율만큼 영향력을 행사하고 주권을 행사하는 게 주식회사이고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원리다. 신한의 회장 교체는 관에서 터치를 하지 않아도 쇄신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회장 교체를 준비하는 다른 금융사에도 숙제를 던졌다. 관치를 준비하는 당국에도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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