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16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화재가 돌풍이다. 만년 5위 회사라 불렸는데 순이익 기준 2위까지 치솟았다. 김용범 부회장은 '1등 보험사'를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허언이 아니다.메리츠화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2607억원이다. 삼성화재(2827억원)에 이어 업계 2위다. 딱 200억원 차이다. 가시권이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247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누적 순이익으로 따지면 삼성화재(1조326억원)와 DB손해보험(8170억원)에 이어 세 번째다.
메리츠화재는 1922년에 세워진 조선화재로부터 시작됐다. 올해가 출범 100주년이다. 해방 이후 미군정에 귀속돼 공기업이 됐다가 1950년 동양화재로 이름을 바꿨고 동방그룹으로 매각되며 민영화됐다. 동방생명이 삼성그룹으로 넘어가며 삼성에 넘어갔다가 1967년 한진그룹에 매각됐다.
100년 기업이 그렇듯 동양화재 시절엔 전통을 자랑하는 회사였다. 조용하게,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켰다. 사실 보험업계는 변화가 별로 없는 분야다. 중소형사들간 M&A가 간혹 있을 뿐 굵직한 변화는 드물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되며 '메리츠'란 이름으로 바뀐 게 신호탄이었다. 조정호 회장이 금융 계열사들을 떼어 독립하며 변화를 꾀했다. 증권맨 김용범 부회장을 보험사 대표로 앉힌 것부터 파격이었다. 김 부회장은 전권을 위임받고 메리츠화재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김 부회장의 '혁신'에 대해선 많은 얘기가 회자된다. 보험산업을 '사이즈'가 아닌 '이익'개념으로 봤다. 비용이 많이 드는 자동차 보험을 줄이고 장기인보험에 집중했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바꿨다.
'아메바경영'이란 이름으로 조직을 부문별 소집단으로 나누고 '아메바 이익'이란 개념의 성과 평가 제도도 만들었다. 목표를 새로 설정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달성했다. 영업 조직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체질 개선이 쌓여 당기순이익 '업계 2위' 성적표로 나타났고 주가로 반영됐다. 2015년 1만2000원 대 주가는 고점 5만3500원까지 올랐고 조정 국면에도 3만5000원선에 거래된다.
김 부회장이 가져온 변화엔 또 다른 메시지가 담겨 있다.
보험사업은 성숙산업이라 불린다. 더 이상 성장할 틈이 없어 보였다.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던 외국계 보험사들도 한국시장에서 발을 뺐다. 자동차보험, 생명보험은 이미 포화상태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메리츠는 보험산업이 성장형임을 증명했다.
보험사 CEO는 단명하는 게 예사였다. 변화가 없으니 '관리'만 잘하면 됐다. 2~3년 임기를 지키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게 상례였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면 '노욕'이란 핀잔도 들었다. 많은 금융사들의 CEO가 이런 관례를 따른다.
김 부회장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7년여간 CEO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분간 그가 CEO자리를 유지할 것이란 데 이견이 별로 없다. 오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퍼포먼스도 훌륭하다. 장기 근속 CEO가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확인시켰다.
무엇보다 '이익'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있다. 보험사는 사기업이지만 '공적인 성격'도 강하다. 보험사들이 돈을 벌면 고객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한다고 힐난하다. 이익이 늘면 '보험료를 내리라'는 압박이 가해진다. 보험사의 돈은 빼 먹는게 임자다. 보험사기에 관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메리츠는 이익 기반의 체질개선을 이뤘다. 보험사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실현했다. 보험료를 높인 게 아니고 자산운용을 통해 성과를 냈으니 할 말이 없다.
메리츠화재 내부에선 김용범 부회장을 'YB'라 부른다. YB의 또 다른 의미는 '영보이'다. 보험이 젊어질 수 있다는 걸 '환갑'의 YB가 상기시켰다. 보험산업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보험산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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