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해외 합작'에서 활로 찾은 현대重그룹사우디 JV에 1000억 출자, '조선·선박엔진' 본업 연관성 방점
박동우 기자공개 2022-12-20 07:36:5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2일 17:2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창사 50주년을 맞은 현대중공업그룹은 '세계 1위 쉽빌더(ship builder)'로 자리매김한 기업집단이다. 자연스레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수성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조선, 선박엔진 제조 등 본업과 연관성이 밀접한 회사에 투자하는 데 방점을 찍은 배경이다.해외 기업과 합작하면서 사업 확장의 활로를 찾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회사 아람코(ARAMCO)와 함께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여기에 1000억원 넘게 출자했다.
◇IMI·마킨 잇달아 설립, 기술 수출 모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최근 5년 동안 자금을 투입한 회사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기업이 단연 돋보인다. 선박 제작사 IMI(International Maritime Industries)가 눈길을 끈다. 2017년에 992억원을 출자했다. 확보한 지분율은 20%다. 엔진 제조 업체 마킨(Makeen)에도 지난해 139억원을 투자하면서 3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IMI와 마킨의 면면을 살피면 사우디 국영 석유 회사인 아람코와 현대중공업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아람코는 IMI의 최대주주로, 지분율이 40%다. 나머지 주식 물량은 △한국조선해양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유생산설비 제조 업체 람프렐 △사우디 국영 해운사 바흐리 등이 20%씩 갖고 있다.
마킨에는 아람코 계열사가 출자했다. 55%의 지분을 보유 중인 아람코개발(Saudi Aramco Development Company)이 마킨의 최대주주다. 사우디 산업투자공사 두수르(Dussur)는 지분율 15%를 확보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우디 아람코와 손잡고 잇달아 합작 투자를 단행한 배경은 무엇일까. 장기간 조선업 불황을 겪었던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수주 부진과 중국·러시아 등 신흥국에 자리잡은 경쟁사들의 추격, 저유가 흐름이 맞물려 실적 위축으로 이어졌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그룹 경영진은 투트랙(two-track) 사업 전략을 수립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국내에서 건조하고, 해외로 선진 기술을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IMI와 마킨에서 로열티를 받는 구상을 짰다. 2019년 IMI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첫 발을 내디뎠다.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등의 설계 기술을 전수하는 대가로 선박이 한 척씩 건조될 때마다 기술이전료를 거둬들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 IMI 조선소는 2023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사우디 킹살만 산업단지에 조성 중이다.
마킨은 선박 부품 양산을 주력 사업으로 점찍었다. 상업 가동을 개시하는 시점은 2025년 1분기로 설정했다. △중형 엔진 '힘센 엔진' △동력 공급용 펌프 등을 제조할 예정이다.
◇아람코와 구축한 '전략적 파트너십' 원동력
조인트벤처 투자를 촉진한 동력으로 아람코와 오랫동안 다진 파트너십도 거론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원유 생산·판매에 필요한 플랜트, 수송선을 건조할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석유 기업과 끈끈한 밀월을 형성하는 건 필연적이었다.
1980년대 원유 시추 플랜트 공사를 수주한 이래 꾸준하게 아람코가 발주한 프로젝트를 맡았다. 대규모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잔뼈가 굵었던 덕분에 2000년대에는 열병합 발전소, 가스터빈 전력 생산 시설을 짓는 공사도 연이어 따냈다.
프로젝트 수주로 맺은 인연은 2015년에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당시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람코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선박 수주 우선권 확보 △힘센 엔진 수출 △합작 기업 설립 △사우디 현지 금융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IMI, 마킨 등의 조인트벤처 출범을 넘어 다방면에서 협업이 전개됐다. 2019년 현대중공업지주(지금의 HD현대)는 보유하던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아람코에 팔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조3749억원을 거머쥐면서 차입금을 상환할 여력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아람코로부터 액화석유가스(LPG)를 수입해 현대오일뱅크가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신사업 구상도 논의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IMI와 마킨에서 나오는 배당과 기술 이전 대가로 받는 로열티 등이 투자금 회수 원천"이라며 "사우디 정부 의지가 강력한 만큼 합작기업의 상업 생산은 차질없이 이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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