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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의 '증시이탈' 부추기는 금투세 [thebell note]

조영진 기자공개 2022-12-19 08:31:35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4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환매할 거면 빨리 해야 합니다."

수천억원의 자산을 운용 중인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향후 불어닥칠 대규모 환매연기 사태가 두렵다고 했다. 고객들의 계약해지 요청에 우선 펀드 내 유동성 자산을 처리해 현금을 돌려주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경우 남아있는 비유동성 자산만으로는 환매 대응에 한계가 있다.

설상가상 평행선을 달리는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논의는 헤지펀드 투자자들을 더욱 이탈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헤지펀드에 가입한 고액자산가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세율을 적용받아 펀드 수익의 최소 35%에서 최대 45%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코너에 몰리고 만다.

금투세가 실제로 도입될 경우 헤지펀드 환매 요청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미 유동성 자산이 거덜난 헤지펀드에게 주어진 대응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당장 비유동성 자산의 현금화가 어렵다는 점을 설명해 환매 연기를 부탁하거나 사채 형식으로 자금을 빌려준 코스닥벤처기업에 풋옵션을 행사해야 한다.

문제는 세금폭탄을 감수하겠다는 수익자가 존재할리 없을 뿐더러 유동성이 메마른 시장 상황에서 대규모 사채를 갚을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있겠냐는 점이다. 지난 11월 기준 코스닥벤처펀드의 설정원본은 7000억원을 훌쩍 웃돌고 있고 이 중 최소 35%에서 최대 50%가 코스닥벤처기업에 사채 형태로 공급된 실정이다.

거래기업과의 관계도 관계지만 운용사 입장에선 무엇보다 고객이 우선이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코스닥벤처기업들이 아무리 읍소한다 한들 고객의 환매 의지가 완강한 이상 운용사들은 원금 회수에 나서야 한다.

남들보다 먼저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도미노처럼 번질 경우 몇몇 코스닥벤처기업들은 디폴트로 내몰릴 수 있다. 설령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하지 않는다 해도 재무건전성 리스크가 부각돼 주가에 악영향이 미칠 게 뻔하다.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떠나면 가뜩이나 잔뜩 움츠러든 주식시장은 더욱 꽁꽁 얼어붙게 된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해 진작에 겨울 한복판으로 들어선 증시는 따뜻한 봄날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금투세 유예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이 점철된 결과다.

1000만원을 투자해 1000만원을 번 것과 1억원을 투자해 1억원을 번 것이 불공평하다는 논리라면 금투세 도입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물론 그런 취지는 아니겠지만 투자자들이 저마다 짊어진 리스크와 수익률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혹자는 금투세를 '부당 과세'로 여길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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