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2월 16일 08:0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할 수 없으면 '불안'을 느낀다. 누구나 안고 있는 감정이다. 최근 들어서는 재무 분야 인력이 겪는 심적 부담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마음의 무게를 감당하면서 담담하게 제 일을 해낸다면 자연스레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얼마 전 민간 발전 기업에서 근무 중인 재무팀장을 만났다. 10년 넘게 몸담으며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하는 실무에 매진한 인물이었다. 전력 생산 시설을 운영하는 자회사 임원도 맡고 있었다. 기타비상무이사, 감사 등 맡은 직위와 역할의 폭이 넓었다.
재무팀장의 표정은 여느 사람들과 달랐다. 왼쪽 입꼬리가 유난히 많이 올라간 게 눈에 띄었다. 그는 한달여 전에 안면마비 증상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병원을 찾아갔으나 원인은 알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업무 스트레스가 컸던 건 아닌지 지레짐작할 따름이었다. 고단함의 흔적이 새겨진 것 같아 안타까움이 남았다.
마음 속 압박감이 큰 건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새해를 앞두고 경영 계획을 짜는 움직임과 맞물려 주요 사업별 예산을 최종 검토하는 일이 놓여 있었다.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 흐름을 내다보고 전력 생산에 필요한 유연탄의 가격 추이도 함께 전망해야 했다.
시장의 앞날을 예상키 참으로 어려운 때다. 올해만 보더라도 금리가 급격히 치솟고 환율은 널뛰기하듯 등락했다. "변수만 없다면 내년 2분기 이후에는 시장이 안정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보는데, 불안한 건 저도 똑같아요." 재무팀장의 말에서도 미래를 쉽게 예단키 어렵다는, '불확실성'이 고스란히 배어나왔다.
정책 환경도 녹록지 않았다. 전력 도매 단가(SMP) 상한제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들이는 값이 일정 금액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는 내용이 담겼다. 해마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지만 SMP 상한제 실시 여파로 자칫 이익률이 둔화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재무팀장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기업을 둘러싼 상수와 변수를 두루 살피는 와중에 재무팀장은 상환 밑그림을 제시했다. 보유 현금 일부를 써서 금융기관 차입금을 갚고 회사채 역시 가용 유동성으로 부분 상환하되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는 차환하는 구상이었다. 얼마나 치열하게 고뇌했을지, 분투하느라 무척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다가올 2023년에는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까. 자신있게 밝히기 어렵다. 기업 재무 라인에 포진한 인물들 역시 경기 변동을 몇 차례 체감했음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내하면서 대응 시나리오를 그려낸다. 중요한 건 묵묵히 노를 저어 배를 나아가게 하는 일이다. 그때 만난 재무팀장의 마음은 꺾이지 않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재계 차세대 지형도]LX 1세대, 구본준 회장의 독립 2년
- [지주사 자본재분배 성적표]투자회수 본격화, 주주환원도 개시
- [조달전략 분석]코스모신소재 마주한 두가지 '경고등'
- [재계 차세대 지형도]'3세 막내' 구본권 영업부문장의 젊은 리더십
- [thebell interview]"통합 보안 플랫폼 구축, 영업익 200억 달성 목표"
- [나라셀라 road to IPO]수요예측 '저조'에도 주가 상승 모멘텀 '여전'
- [현대차그룹 EV 2030 중간점검]판매목표 360만대, 미국과 유럽을 잡아야 한다
- [중소 스마트팩토리 모니터]MDS테크, 존재감 키우는 '산업자동화 솔루션'
- [코스닥 우량기업 리뷰]넥스틴, 미·중 반도체 전쟁 수혜에 '쾌속 성장'
- [중소 지주사 요건 점검]대웅, 자산 5000억 돌파...지주사 요건 근접
박동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공기업 재무 점검]한수원 수익성 악화일로, 발목잡은 '정산단가'
- [유니콘 파이낸셜 스토리]직방 R&D 지출확대, 프롭테크 기업 진화 '큰 그림'
- [유니콘 파이낸셜 스토리]'부동산경기 한파' 직방, 계열사 자금지원 총력
- [유니콘 파이낸셜 스토리]직방 '삼성SDS 홈IoT 인수' 1년, 명암은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원전 선도 '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 단기차입 억제 공통분모
- [유동성 풍향계]동원시스템즈 OCF 훈풍, '배터리 소재' 개척 원동력
- [On the move]'글로벌 지향' 넷마블, 법제점검으로 '확장·조정' 뒷받침
-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야놀자 재무라인'
- [유니콘 파이낸셜 스토리]'적자축소' 과업 짊어진 당근마켓 엄상돈 재무리더
- [유니콘 파이낸셜 스토리]당근마켓-GS리테일 '전략투자 관계' 안갯속 향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