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샌즈랩, 정보보안 기술특례 1호 넘어 나스닥 목표"김기홍 대표 "IPO 발판, 국내 보안업 최초 클라우드센터 건립 추진"
정유현 기자공개 2022-12-23 10:02:34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1일 15: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8년 차 스타트업'. 김기홍 대표가 샌즈랩을 소개하는 표현이다. 18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적지 않은 세월이다. 강산이 2번은 변하는 시간이다. 스타트업은 갓 태어난 '갓난 아기'에 비유할 수 있다. 상반된 뉘앙스의 두 단어 조합을 두고 투자자들의 첫 반응은 대체로 엇갈린다. 긴 시간 동안 성과를 못 낸 기업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고, 포기하지 않고 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처음에 색안경을 끼고 보던 투자자들도 샌즈랩이 쌓아올린 스토리를 펼쳐보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뀐다고 한다. 기술 역량을 갖춘 것은 기본이고 궁극적으로 수익까지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20일 서울 역삼동 샌즈랩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가 들려준 '철없던 대학생의 창업 성공 스토리'는 흥미로웠다.
김 대표가 21살에 맨손으로 시작한 회사는 설립 2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에서 인정받은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CTI)기술을 해외로 확장시키는 것이 다음 목표다. 내년 초 코스닥 시장에 안착한 후 나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코스닥 1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밑그림을 착착 그려나갈 방침이다.
◇해커 경험 바탕창업 결심, 보안 제품→오픈형 서비스로 사업 변화
2002년 연세대 컴퓨터공학과에 정보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한 김 대표는 '화이트 해커'로 활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보안 회사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대학 수시 합격 후 친구들이 수능공부 할 반년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있었는데 그 시기에 (화이트) 해커로 활동했다"며 “2003년 1월25일 대한민국의 인터넷이 마비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사이버 보안 위협이 심해지는 걸 느낀 후 무턱대고 정보보안 분야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킹 기술을 역으로 이용해 보안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포부에 몇몇 친구들이 뜻을 모았다. 2003년 연세대 학생벤처에 뽑혀 사무실을 꾸릴 수 있었다. 보안 분야에 성스럽고 깨끗한 존재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세인트 시큐리티 시스템’으로 사명을 정했다. ‘최고의 기술력이 마케팅’이라는 슬로건도 내세웠다. 사명에서 시스템을 빼고 법인으로 전환한 것은 김 대표가 22살이었던 2004년이다.
정보보호 관련법도 없고 해킹에 무방비했던 시기인 만큼 세인트 시큐리티의 보안 사업이 주목을 받았다. 연세대 학생벤처 내 입주해 있는 인큐베이터 업체 대상 개인용 방화벽과 모의 해킹, 보안 컨설팅 등을 진행했다. 점차 수요가 늘며 매출이 월 30만원에서 20배 넘게 증가했다.
어린 나이에 큰돈을 만진 것이 대표 김기홍의 첫 시련이었다. 1년 반 동안 돈을 번 후 6개월 간 사업은 뒷전이었다.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 영향에 결국 벤처센터에서 방을 빼야했다. 정신을 차린 김 대표는 머리를 삭발한 후 자취방에서 제2의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은 해킹 실력을 바탕으로 네트워크에서 서비스를 진행하는 형태였다면 보안 제품을 납품하는 형태로 사업 전환을 도모했다.
이 시기 개발한 것이 지능형 네트워크 인프라 보호 솔루션인 '넷케어(NPS NetCare)다. 김 대표는 첫 제품을 연세대에 기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당시를 복기한 김 대표는 "연세대에 넷케어를 기부한 후에 홍보를 부탁하려고 했는데 기부 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며 "정보보안처 담당자로부터 실력 검증 요구가 있었고 반나절 만에 테스트 홈페이지 해킹에 성공하자 비로소 기술력을 인정 받아 납품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2007년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중소기업 컨설팅을 진행했고 연세대 납품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회사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에게 차고지가 있었다면 김기홍 대표에겐 연희동의 지하 사무실이 있었다. 쓰러져가는 건물에 사무실을 잡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R&D 과제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악성코드를 분석하는 원천기술이 없었던 시기에 KISA의 정부 과제를 수행한 덕분에 관련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지능형 지속 위협(APT) 악성코드 분석 및 방어 솔루션 ‘심바’를 출시했다. 심바 성공을 통해 한 때 연간 매출이 20억원을 넘기기도 했다. 성공에 도취하지 않았던 김 대표는 또 도전에 나선다. 심바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다.
그는 "심바는 판매처가 많아지면 관리하는 직원도 많아져야 하는 구조인데 장기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잘나가던 주력 사업을 접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직접 PPT를 만들어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1위 제품을 과감하게 포기한 김 대표가 주목한 것은 악성코드 샘플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악성코드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오픈형 시스템이다. 현재 샌즈랩이 운영하고 있는 '멀웨어즈닷컴'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악성코드 샘플 공유에 폐쇄적이었던 한국 보안업계 분위기상 도전이 쉽지 않은 분야였지만 공을 들였다.
2014년 4월 1일 정식 사이트를 오픈했고 해외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멀웨어즈닷컴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전세계 신·변종 사이버 위협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신·변종 악성코드를 하루 평균 200만개 이상 수집하며 총 누적 건수로 22억개를 기록 중이다.
◇2017년 케이사인 투자 유치…"최대주주 자리 넘겼지만 CEO직은 유지"
김 대표는 또 한번 난관에 봉착한다. 멀웨어즈닷컴을 운영하기 위한 서버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버는 족족 서버가 돈을 흡수했다고 보면 된다. 2017년 케이사인의 지분투자를 받게 된 것도 회사의 성장을 위한 결정이었다. 8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며 대주주이자 대표 자리를 유지하고 있던 김기홍 대표는 케이사인에 1대주주 자리를 양보했지만 회사 운영은 그대로 맡았다.
이후 IT인프라가 중요해지면서 이를 위협하는 악성코드는 더욱 복잡해지고 고도화되고 있다. 멀웨어즈닷컴을 찾는 고객사가 많아지며 샌즈랩은 더 원활한 사업 운영을 위해 기업공개(IPO)를 결정하게 됐다. 기업공개를 준비하며 사명도 세인트 시큐리티에서 샌즈랩으로 변경했다.
IPO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국내 보안 회사 최초로 ‘클라우드 센터’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멀웨어즈닷컴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악성코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아마존, MS 등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다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 고민이 생겼다"며 "지금 추세라면 데이터가 더 확장되기 때문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만들어서 비용 절감을 도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샌즈랩의 자산은 데이터이고, 인프라를 운영하는게 제일 중요하다"며 "좋은 시설을 갖춰 서비스의 안정화뿐 아니라 고정적인 서비스 매출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승부사 기질인 김 대표의 넥스트 스텝은 해외 시장이다. 국내 정보보안 업체 중 해외에서 기술을 인정받은 곳이 사실상 없는 것이 냉정한 업계 현실이다.
김 대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해외 직접 진출보다는 기술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기술 로열티를 해외에서 받아오는 최초의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서 "지금 정보보안 업계 최초로 기술 특례 상장에 도전한다면 향후에는 코스닥에서 나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1호 기업 수식어를 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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