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콘텐츠 경쟁력 점검] 팬엔터, 드라마 제작사→IP 비즈니스사 도약 '자신감'①60여개 작품 중 IP 보유 6편 불과…'꽃선비 열애사' 비롯 내년 방영 IP 확보 '올인'
구혜린 기자공개 2022-12-27 10:34:39
[편집자주]
국내 콘텐츠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기회를 잡았다. '오징어 게임'과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인 성공 사례는 새로운 시장의 개화를 예고했다. 원천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물밑에서는 중소 콘텐츠 기업 간의 제작 사업(CP) 역량 강화 경쟁이 치열하다. 더벨은 콘텐츠 기업의 경쟁력과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3일 09: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겨울연가', '해를 품은 달' 등 드라마 제작 명가(名家)인 팬엔터테인먼트가 내년 IP(지식재산권) 비즈니스사로 도약한다. 최근 흥행 기대작인 드라마의 IP를 우후죽순 확보하고 해외 선판매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콘텐츠 시장의 헤게모니가 변한 가운데 주도권을 쥔 모습이다. 드라마 종영 후에도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단 점에서 매출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23일 팬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 회사의 드라마 사업부는 최근 '꽃선비 열애사'의 전 IP를 확보하는 계약을 마쳤다. 팬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현재 꽃선비 열애사 50% 촬영을 마쳤고 내년 3월 말 SBS에서 방영될 예정"이라며 "내년 tvN 공개 예정인 드라마 '돌풍'과 '반짝이는 워터멜론'도 스튜디오드레곤과 공동 IP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팬엔터테인먼트는 일찌감치 IP의 중요성을 알아본 드라마 제작사다. 1998년 음반 제작사로 출발한 팬엔터테인먼트는 음악 저작 인접권의 중요성을 알기에 '겨울연가' 제작 단계에서부터 방송사에 IP를 요구했다. 이에 최초 제작한 겨울연가의 빅히트로 제작비 20억원의 10배인 200억원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당시엔 IP의 개념 자체가 생소해 확보가 어렵지 않았단 후문이다.
하지만 60여편의 제작 드라마 중 IP를 보유하고 있는 건 (공개된 작품 기준) 여섯 작품에 불과하다. 겨울연가를 포함해 '킬미힐미', '동백꽃 필 무렵', '청춘기록', '라켓소년단'과 KT의 OTT 시즌 및 ENA에서 방영 중인 '가우스 전자' 등이다. 물론 IP 확보 대상 드라마는 대부분 일일연속극이 아닌 미니시리즈이나, 제작 편수 대비 IP를 소유하고 있는 드라마 수가 적은 건 의아한 일이다.
제작사가 IP를 확보하기엔 드라마 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았던 탓이다. 드라마 제작사는 제작 편수가 매출액을 좌우하기에 시장에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작품을 공급해야 한다. 방송사로부터 편성을 받아야 하는 '을'의 입장에서 IP 등 까다로운 요구를 하기엔 무리가 따랐다. 방송사도 저마다 유통 자회사를 두고 있으므로 제작사가 별도 유통업을 진행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은 셈이다.
코로나19 확대 이후 분위기는 역전됐다. OTT 채널이 시장을 주도하고 K-콘텐츠가 각광받으면서 글로벌 바이어들이 제작사를 직접 컨택하기 시작했다. 방송사를 거치지 않아도 자체 네트워크 통해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린 것이다. 제작사가 직접 작품을 해외 선판매하거나, 사전 구매 조건으로 글로벌 OTT로부터 제작비 일부를 지급받는 등의 계약이 속출한 배경이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유통 절차도 간소화됐다. 과거엔 제작사가 드라마를 해외에 판매하려면 국가별로 파일 형식이 달라 전문 대행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 이에 수반된 유통 수수료가 최대 제작비의 15% 수준에 달했다. 최근엔 FTTP 파일을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외부 유통이 가능하다. 유통 수수료를 들이지 않고서도 직접 수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방송사의 경영 악화도 한 몫했다. 영상 채널이 늘어나면서 이전처럼 200억~300억원 규모 제작비 대부분을 방송사가 부담하긴 어려운 상태다. 이에 최근엔 방송사가 자체 제작해 IP를 확보하는 비중은 줄고, 드라마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식으로 IP 권한을 제작사에 넘기는 분위기다. 제작사가 OTT와 함께 제작비 대부분을 소화한 뒤 국내 방영 채널을 마지막 절차로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팬엔터테인먼트가 신규 제작 드라마 IP를 우후죽순 확보하게 된 것은 드라마 시장의 헤게모니 변화를 방증한다. 팬엔터테인먼트가 '꽃선비 열애사'의 국내 방영 채널로 SBS를 택한 건 일본 시장에 선판매를 마무리한 뒤였다. SBS는 국내 방영 및 해외 수출 대행업만 맡으며 IP 전체는 팬엔터테인먼트가 확보했다. 이 드라마는 이미 북미와 유럽, 아시아 시장에 지역별 수출이 확정됐다.
IP 비즈니스의 개화는 팬엔터테인먼트가 제작비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는단 점에서 중요하다. 통상 외주제작 사업은 방송사에서 제작비를 80%가량 보존하는 조건으로 IP를 가져가고 제작사가 5% 수준 마진을 갖는 게 일반적이다. 편성이 확정되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게 가능하지만, 추가 판권 판매로 높은 수익을 올리긴 어려웠다.
김희열 팬엔터테인먼트 부사장(드라마사업 부문장)은 "'오징어 게임' 이후 K-컬쳐가 흥행하면서 해외 수급에 혈안이 된 곳이 많다보니 IP를 제작사가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호시절이란 생각이 든다"며 "공급처 다각화가 이뤄진 상황에서 IP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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