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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사 리스크 진단]책준신탁 집중한 KB부동산신탁, '8조' PF대출 관리모드⑤고정이하자산 900억, 부실화 위험 커져…그룹 지원 가능성 '방패막이'

정지원 기자공개 2023-01-09 07:49:04

[편집자주]

부동산 경기 악화에 신탁사들도 마음을 졸이고 있다. 사업을 위해 빌린 PF 대출 부실화 문제는 시행사와 신용보강에 나선 시공사만의 고민이 아닌 탓이다. 중소형 시공사에 책임준공확약 상품을 제공해 온 신탁사로도 재무 부실 불씨가 옮겨붙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국내 주요 부동산신탁사의 우발부채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유동성 등 재무 대응력은 충분한 상태인지 등을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5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부동산신탁은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책준신탁 사업장이 100곳을 넘고 PF 대출 금액도 8조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최근 중소시공사의 준공 리스크가 커진 만큼 KB부동산신탁의 책준신탁 관련 부실화 위험도 높아졌다. 책준신탁 사업장에 대한 선제 관리 및 시공사 준공 미이행 발행시 대응능력 강화가 올해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정이하자산 규모 900억, 비율 40%

2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41.46%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4개 신탁사의 평균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30% 이하다. 업계에서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높은 축에 속한다.

건전성 분류대상 자산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5단계로 나뉜다. 통상 고정이하자산은 부실자산으로 평가된다. 회수 여부를 추적해야 하는 자산 중 40%가량의 부실화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고정이하자산 비율과 규모는 2020년경 고점을 찍은 뒤 하락 추세다. 고정이하자산 비율은 2018년 말 28.66%에서 2020년 말 79.26%까지 치솟았다. 2021년 말 62.39%, 지난해 3분기 말 41.46%로 떨어졌다. 고정이하자산 규모는 2021년 말 945억원까지 상승한 뒤 지난해 3분기 말 896억원으로 10억원가량 감소했다.


자산건전성 지표 자체는 개선되고 있지만 리스크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실화 가능성을 갖고 있는 건전성 분류대상 자산이 크게 증가한 탓에 상대적으로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건전성 분류대상 자산은 2021년 말 1515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2162억원으로 40% 이상 늘었다. 이 기간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등 다른 신탁사의 건전성 분류대상 자산이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차입형·책준관리형 신탁 동반 '상승'

KB부동산신탁은 '고위험·고수익'에 해당하는 차입형 토지신탁과 '중위험·중수익'에 해당하는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이 모두 늘고 있다. 책준신탁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자 2020년부터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도 확대한 영향이다.

특히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책준신탁) 사업장 많은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2016년부터 책준신탁을 도입했다. 금융 계열로서 안정적인 유동성, 업계 선두주자로서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책준신탁 수탁고가 빠르게 증가했다.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의 같은해 말 기준 책준신탁 사업장은 109곳에 달한다. 준공 사업장을 제외한 수치다. 해당 사업에 대한 금융기관 총 PF 대출 약정금액은 7조2977억원에 달한다.

신용평가사 보고서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의 지난해 3분기까지 PF 대출 약정금액은 8조1000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 중 공정률이 계획 대비 5%포인트이상 미달하는 사업장은 22곳으로 PF 대출 잔액 8505억원 수준이다.

책준신탁은 시공사가 기한 내 공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을 신탁사가 부담하는 상품이다.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PF 대출 원리금에 대한 부담이 돌아온다. 실질적으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 저하로 책준신탁 리스크가 커진 상태다. 책준신탁 사업에 참여하는 시공사 대부분은 도급순위 100위권 밖의 중소업체다. 재무 여력이 미흡한 가운데 금리 상승, 미분양 확대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곳들이다.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 증가폭도 크다. KB부동산신탁의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2020년 말 2394억원에서, 2021년 말 4267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조239억원을 기록해 1조원을 넘긴 상태다.

다만 1조원이 모두 리스크가 높다고 알려진 일반적인 차입형 토지신탁은 아니다. 영업보고서상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에는 차입형 도시정비 수주금액도 포함된다. 개인 조합 방식의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신탁 방식 정비사업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조합이 존재하기 때문에 리스크는 낮은 편이다.


◇KB금융그룹 지원 가능성 방패

KB부동산신탁의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은 양호하다. 30% 안팎의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부채비율 32%를 기록했다. 2021년 말 31.8%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다.

4000억원 가까운 자기자본도 쌓아둔 상태다. 지난해 3분기 말 392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을 위한 고유 계정인 신탁계정대 1583억원, 고정이하자산 896억원의 몇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물론 책준신탁 PF 대출 약정금액은 자기자본 20배 수준이다.

KB부동산신탁은 미준공 위험을 최대한 통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책준신탁 수주시 위탁자 자기자본 등을 통해 준공 필수 사업비를 조달하고 책임준공 기한을 준공예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로 설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룹의 지원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KB부동산신탁에 대해 "책준신탁 사업장 수주 규모가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잠재적으로 재무부담이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중상위권 시장 지위, 양호한 재무안정성, 그룹 내 중요성 등을 감안하면 사업 안정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 영업수익 1121억원을 기록했다. 수수료수익이 1030억원, 이자수익이 70억원을 차지했다. 전년 3분기 1298억원과 비교해 100억원가량 떨어졌다.

1996년 12월 '주은부동산신탁회사'로 설립됐다. 2002년 9월 'KB부동산신탁'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2008년 9월 KB금융지주 출범시 국민은행 자회사에서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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