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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사 리스크 진단]시공사 PF 부실에 떨고 있는 신탁사들①책준확약상품 제공 시공사 대부분 '중소형사', PF 대출한도 40조 '시한폭탄'

정지원 기자공개 2022-12-28 08:12:13

[편집자주]

부동산 경기 악화에 신탁사들도 마음을 졸이고 있다. 사업을 위해 빌린 PF 대출 부실화 문제는 시행사와 신용보강에 나선 시공사만의 고민이 아닌 탓이다. 중소형 시공사에 책임준공확약 상품을 제공해 온 신탁사로도 재무 부실 불씨가 옮겨붙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 국내 주요 부동산신탁사의 우발부채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유동성 등 재무 대응력은 충분한 상태인지 등을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2일 11: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책임준공'은 건설업 플레이어들에게 마법 같은 단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견건설사 줄도산을 목격한 대형시공사는 시행사에 대한 연대보증 대신 책임준공을 택했다. 자체 신용보강이 어려운 중소시공사는 신탁사 문을 두드렸다. PF가 이뤄지지 않았던 사업장도 대출 물꼬를 틀 수 있었다.

시행사-시공사-신탁사-금융사는 그렇게 '책임준공'을 방패삼아 성장했다. 건물만 올리면 되니 리스크는 낮아 보였다. 하지만 첫 삽조차 뜨기 어려운 불황이 시작되자 책임준공 리스크는 이들 모두에게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PF 우발부채는 시공사뿐 아니라 신탁사에게도 위기감을 안기고 있다.

◇신탁사 실적 부진 속 재무건전성 관리 관건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2023년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부동산신탁사의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수주가 감소하는 가운데 미분양 장기화에 따른 대손비용 부담 확대, 정비사업 수익인식 지연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급격한 영업수익 감소는 없을 전망이다. 수주잔고를 넉넉히 쌓아둔 영향이다. 신탁업계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2조700억원 정도다. 올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2조4300억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진행에 따라 수익을 인식하는 사업만 추산한 수치다.

영업실적보다 재무건전성 관리가 관건이다. 신탁업계는 올해까지 자산건전성, 자본적정성 등 주요 재무지표 개선세를 지속해 왔다. 하지만 내년엔 개선폭 축소가 예견된 상태다. 이 가운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우발부채가 현실화할 경우 재무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소시공사 대신 책준확약, PF 관련 우발부채 '수십조'

특히 책임준공확약 관리형 토지신탁(관토신)에 대한 잠재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책준확약 관토신 사업에서는 신탁사가 시공사를 대신해 책임준공 의무를 진다. 준공 이행 단계에서는 시공사 교체시 공사비 추가 투입 등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갖는다. 준공 미이행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할 때는 PF 대출 원리금에 대한 부담이 돌아온다. 실질적으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문제는 신탁업계가 책준확약 관토신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이다. '중위험·중수익' 사업으로 책임준공 의무를 지는 만큼 일반적인 관토신 사업보다 수수료율이 높게 책정됐다. 부동산 호황기 속에서 사업을 확장한 중소건설사와 신생신탁사들의 수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관련 수탁고는 빠르게 증가했다.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5개 신탁사 기준 책준확약 관토신 상품 신규 수주 규모는 2019년 2400억원 수준에서 2021년 5800억원까지 두 배 이상 뛰었다. 신규 수주 증가와 함께 PF 대출 한도도 높아졌다. 같은 기간 7조4000억원에서 16조9000억원으로 마찬가지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업계가 추산한 신탁사 전체 PF 대출한도는 40조원에 달한다.

책준확약 관토신 사업에 참여하는 시공사가 대부분이 중소업체인 점도 우려를 키운다. 대형 건설사에 비해 업황 침체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PF 부실화 가능성이 더 높다. 한기평이 분석한 5개사의 책준확약 관토신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시공사가 도급순위 100위권 밖인 사업장의 비중이 83.5%에 달했다.


여기에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 비중이 높은 신탁사들은 부담이 배가 된다. 개발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차입형 토지신탁은 '고위험·고수익'에 해당한다. 분양경기 악화에 따라 미분양 준공사업 적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10월 기준 누적 미분양 가구 수는 약 4만7200가구로 집계됐다. 1년 전 1만7100가구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과거 20%에 머물렀던 고정이하자산비율도 40%대까지 확대됐다. 자산건전성 분류에서 고정이하자산은 부실 자산으로 평가된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탁업계 평균 고정이하자산비율은 2019년 말 기준 28.8%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44.1%로 상승했다.

사업장별 리스크 관리 및 유동성 확보가 내년 리스크 대응 능력의 지표가 될 전망이다. 신탁사들도 신탁계정대 자금을 회수하고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채비에 나선 분위기다.

한국기업평가 금융1실 관계자는 "신탁업계 총 PF 대출한도는 최대 4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재무건전성 추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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