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모니터]고금리 시대에 '선방'한 SK하이닉스와 HMM안전자산 증가, 순이자수익 대폭 개선...경기침체 속 투자 재원 활용할지 주목
양도웅 기자공개 2023-01-13 10:18:35
[편집자주]
이익을 확대하려면 수익(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 중 경기침체 국면에선 많은 기업이 비용을 줄이는 쪽을 택한다. 시장 수요가 줄어 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돈을 관리함으로써 돈을 버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THE CFO가 기업의 비용 규모와 변화, 특이점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6일 16:1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율이 급등하면 대부분의 기업이 손해를 본다. 하지만 이러한 시국에 오히려 순이자수익(이자수익-이자비용)을 개선한 기업이 있다. SK하이닉스와 HMM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한 회사 재무조직이 거시경제 흐름에 대해 적절한 분석을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결과이기도 하다.순이자수익이 증가한 이유는 보유 현금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금융상품에 투자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고금리로 대출과 회사채 금리도 뛰지만 단기 금융상품들의 금리도 오른 점을 적절히 활용한 것이다. 이 상품들은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 국면에서 유용한 자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흑자 전환한 SK하이닉스, 적자 폭 크게 줄인 HMM
지난해 3분기 누계 별도기준(이하 동일) 매출 상위 21개 제조사의 순이자수익을 비교한 결과 SK하이닉스와 HMM이 전년동기 대비 가장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고, HMM은 적자 폭을 대폭 줄였다.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3분기 순이자수익은 5억3700만원이다. 절대적인 규모로 보면 결코 크지 않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의 순이자수익은 475억원, 현대자동차의 순이자수익은 436억원이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평가가 달라진다.
2021년 3분기 SK하이닉스의 순이자수익은 마이너스(-) 805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810억원 이상의 순이자수익을 올리면서 적자 상태를 흑자로 바꾸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1년 전에도 순이자수익 상태였지만 2022년 3분기에 각각 35%(255억원), 31%(193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HMM의 순이자수익은 마이너스 2404억원에서 마이너스 1482억원으로 922억원 가량 적자 폭이 줄었다. 조사 대상 21개 제조사 가운데 순이자수익이 가장 크게 개선된 곳이 HMM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경영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초대형 선박 발주와 고유황유 사용, 디지털 전환 등은 모두 비용절감에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단 물동량 증가로 선박을 추가로 빌려오면 부채가 늘어나는 사업구조이고 과거 대규모 적자로 국책은행 등으로 빌린 대출금이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에 이자비용이 많은 점은 HMM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안전자산 선호의 결과
SK하이닉스와 HMM이 순이자수익에서 대폭 향상된 모습을 보인 건 이자비용보다 이자수익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이는 거시경제 변화에 발맞춰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인 '리밸런싱'에 성공했다는 뜻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CFO가 성과를 낸 것으로도 이해된다. SK하이닉스 CFO는 김우현 부사장, HMM CFO는 최윤성 전무다.
이자수익을 발생시키는 금융상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정기예·적금, 국공채, 대여금, 양도성예금증서(CD), 초단기수익증권(MMF),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이 꼽힌다. 재무상태표에 주로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에 속하는 금융상품들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3분기 각각 1조1142억원, 3525억원이었던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2022년 3분기 1조3501억원, 2725억원으로 조정했다. 두 금융상품의 총합도 늘렸을 뿐 아니라 더 안전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의 비중도 확대했다. 정기 예·적금 금리가 4%를 넘어가는 시기에 굳이 상대적으로 손실 위험이 큰 금융상품보다는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이다.
같은 기간 HMM도 현금및현금성자산을 1조7788억원에서 10조808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경영전략을 세우는 데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제 막 턴어라운드했기 때문에 보수적인 자산운용 전략을 펼쳐야 하는 점이 시장금리 상승 국면에서 오히려 빛을 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에서 기회 엿볼까
순이자수익을 향상시킨 안전자산의 증가는 곧 단기에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가 늘어났다는 의미와 같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속한 반도체 시장이 하방 국면(다운턴)에 진입하고 있고, HMM의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해상운임(벌크선과 컨테이너선 모두)이 떨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이다.
결국 위기 국면에선 현금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위기 국면에서 안전자산을 활용해 사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미래 투자를 전개할 수도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데이터 임시 기억 목적 메모리 반도체)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낸드플래시(데이터 영구 저장 목적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할 숙제가 있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있다. 컨테이너선 사업이 주력인 HMM은 벌크선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 양사 모두 현재 대규모 투자보다는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줄였고 임원과 팀장들의 활동 예산을 감축했다. HMM도 지난해 3분기 진행하려 했던 5000억원 규모의 항만터미널 투자 건을 실행하지 않았다. 대신 선박 발주 등에 대한 투자를 기존 계획보다 500억원 가량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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