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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격세지감' 모태펀드 출자사업 [thebell note]

양용비 기자공개 2023-01-12 08:22:23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1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년 벤처캐피탈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모태펀드 출자사업이 올해에도 시작됐다. 1차 정시 출자사업에 배정된 출자 예산은 1835억원. 작년 1차 4300억원과 비교해 절반도 안되는 금액이다.

모태펀드가 직접 운용하는 모펀드 예산을 제외하면 출자 규모는 이보다 더 적은 1300억원 수준이다. 예산이 축소된 만큼 위탁운용사(GP) 지위를 차지하는 곳도 현격하게 적어졌다. 올해는 1차 정시출자에서 단 10곳만 GP의 기회를 얻는다. 지난해엔 28곳이 낙점됐다.

사실 모태펀드 예산은 서서히 축소돼 왔다. 1차 정시 출자만 놓고 보면 2020년 9000억원에서 이듬해 7500억원, 다시 지난해엔 4300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2021년까지 벤처캐피탈업계는 유동성 변화를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공적자금이 줄긴 했지만 민간자금이 풍부해 펀드레이징에 대한 우려가 크진 않았다.

펀드레이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건 지난해부터였다. 다만 민간자금 축소에 기인한 것이었지 공적자금 감소에 따른 건 아니었다. 1차 정시출자에서만 28곳이나 되는 운용사가 GP 자격을 얻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모태펀드의 출자사업은 그해 벤처캐피탈 시장을 예측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올해 출자 규모 뿐 아니라 GP 선정 운용사도 눈에 띄게 줄어든 만큼 벤처캐피탈업계가 ‘유동성 격세지감’을 실감하는 분위기다. 모태펀드는 이번 출자사업으로 유동성 파티가 끝났다는 신호탄을 쐈다.

공적자금과 민간자금 모두 풍부했던 2~3년 전의 표정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올해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을 통해 유동성 격세지감을 체감하면서 벤처캐피탈업계의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하는 중소형 하우스는 올해부터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 마저 감돈다. 루키에게 곳간을 풀었던 모태펀드의 모습을 상상하던 신생 벤처캐피탈은 이제 펀드레이징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모태펀드의 예산 삭감은 정부 방침에 따른 조치였다. 신정부는 민간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글로벌 벤처캐피탈 트렌드와도 부합한다.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한 민간 자본이 많아져야 수혜를 받는 스타트업도 늘어날 수 있어서다.

민간 중심의 벤처캐피탈 생태계의 장점이 뚜렷하다고 하더라도 올해 모태펀드 예산 축소가 급격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민간자금 긴축 기조가 뚜렷한 상황에서 모태펀드 예산도 급감하면서 벤처생태계향(向) ‘유동성 공백기’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가올 유동성 공백기는 어떻게 최소화해야 할까. 결국 공적자금을 대체할 민간자금 유입이 해답인 듯 하다. 한국벤처투자가 강력히 추진하는 민간모펀드가 빠르게 활성화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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