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을 움직이는 사람들]화학 전문가 황진구 부사장, 수소 밸류체인의 핵심③서울대 화공 박사 출신, 수소사업 시장 선점 자신
이호준 기자공개 2023-01-18 07:40:53
[편집자주]
롯데케미칼은 최근 연달아 대규모 자금을 소요했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이어 롯데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까지, 진행 중인 투자와 계열사 지원을 위해서다. 일련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신사업 투자는 계속될 것이고 경기 불황 속에 언제든 계열사 유동성 지원에 나서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영 일선에 몸담고 있는 인물들은 누구일까. 회사의 성장과 경영 판단의 키를 쥔 주요 인물들을 더벨이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3일 13: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소사업의 성장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전 세계적인 기조인 탄소중립은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수소가 주요 연료가 되는 '수소 경제'의 도래를 자연스레 예상해 볼 수 있다.이렇다 보니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일제히 수소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업종 특성상 제품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부생수소가 나와, 이를 포집하고 활용해 연료로 쓸 수 있다. 계열사와의 협력을 통해 수소 생산·공급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도 있다.
2021년 7월, 롯데케미칼도 수소사업과 관련된 의미 있는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 국내 수소 수요 30% 공급 등이 골자였다. 그해 기초소재사업 대표로 승진한 황진구 부사장은 "선제투자 관점에서 시기를 놓치지 않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화학 전문가가 추진하는 수소사업
롯데케미칼의 강점은 단연 탄탄한 밸류체인이다. 수소는 부피가 크고 폭발성이 강해 질소와 수소가 결합한 암모니아 형태로 변형돼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암모니아 저장과 유통에 강점이 있는 롯데정밀화학과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자회사와 계열사로 두고 있다.
롯데케미칼로선 유통 생태계를 먼저 확보한 셈이다. 회사는 지난 2021년 '2030수소에너지 사업 로드맵'을 발표하고, 연간 수소 120만톤(t) 공급·매출 5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린수소에 대한 생산 기술이 아직 부족하지만 시장 선점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롯데케미칼 수소 로드맵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황진구 부사장이다. 현재 기초소재사업부의 사령탑인 황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전공한 뒤 동대학에서 화학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공학도 출신이다.
1995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으로 롯데맨이 된 그는 2011년 케이피케미칼 이사대우, 2013년 신규사업 담당 이사, 2016년 LA프로젝트 담당 상무, LC USA 대표이사 전무를 거친 후 2021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기초소재업부문 대표를 맡게 됐다.
지난해 4월부터는 수소에너지사업단장도 겸직하고 있다. 수소를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회사의 중장기 비전의 책임자에 오른 것이다. 황 부사장이 원소 반응에 높은 이해도를 가진 전문가인 만큼 그에게 중책을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황 부사장이 화학 전문가라 내부에선 그를 믿고 따르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드러운 리더십, 직원들은 믿고 따른다
황 부사장은 단장을 맡기 이전부터 수소 분야를 전담 관리해 왔다. 그는 지난 2021년 7월 수소 성장 로드맵 발표 전면에 나서 "선제투자 관점에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초기에 인프라 구축을 차질없이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프라 구축은 에너지 기업들과 활발한 협력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 국내에선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 등과 협력 관계를 맺었고 해외에선 미쓰비시 상사, 이토추 상사, 스미토모 상사 등과 업무 협약(MOU)을 체결한 상황이다.
수소 생산을 위한 협력관계도 구축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와 세운 합작사(롯데SK에너루트)가 대표적이다. 지분은 롯데케미칼과 SK가스가 각각 45%를, 에어리퀴드코리아가 10%를 가져간다.
운영 방식은 이렇다. 롯데케미칼이 공정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합작사에 공급한다. 합작사는 이를 연료전지 발전 및 수소충전소 운영에 활용하는 식이다. 향후 이산화탄소 포집을 통한 블루수소 및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분해로 얻는 그린수소도 생산한다.
회사 내부에선 황 부사장을 부드러운 스타일의 리더로 평가한다. 또 황 부사장이 화학 전문가인 만큼 그의 지식을 신뢰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석유화학 업계에 이례적인 불황 속에서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수시로 직원들에게 심어준다고 전해진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대외적인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신사업 진출에는 한발 늦었지만 수소사업만큼은 시장을 선점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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