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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거버넌스 리스크 점검]지연되는 임원 인사…KT만 시간 멈췄다⑤CEO 불확실성 지속에 저자세 대응, 구현모 2기 청사진도 지연

이장준 기자공개 2023-01-17 13:04:20

[편집자주]

KT가 민영화한 지 어언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정권이 바뀔 때면 '외풍'이 지배구조를 흔들곤 한다. 최근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CEO 선임에 개입하고 있다. 통신사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변신하는 KT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것이다. 민영화 이후 KT를 흔든 외풍의 역사를 짚어보고 현재 지배구조가 지닌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3일 11: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이 결국 설날 연휴를 넘길 전망이다. 외부에서 구현모 대표이사를 흔들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쟁사들이 이미 1~2달 전 인사를 마치고 새해를 맞아 경영에 집중하는 동안 KT만 시간이 멈춘 모양새다.

심지어 3월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 연임이 확정된 이후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올 정도다. 사실 연임 의지를 굳힌 만큼 임원 인사를 속행해도 문제없지만 눈치를 보고 저자세로 대응하고 있다. 외풍 탓에 구 대표 2기 체제가 그릴 청사진을 볼 시점도 덩달아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사 인사 내고 새 비전 맞춰 앞서가는데…지켜만 보는 KT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은 설 연휴 이후에 진행될 예정이다. 본래 이르면 이번 주 KT 본체 임원 인사를 내고 다음 주 그룹사 CEO 인사를 낼 계획으로 전해졌으나 지연되는 양상이다.

사실 KT 인사는 경쟁사와 비교해 유독 늦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작년 11월 25일에, SK텔레콤은 작년 12월 1일에 각각 임원 인사를 진행했지만 KT만 유일하게 해를 넘겼다.

KT는 2021년의 경우 11월에 조기 인사를 단행하면서 네트워크 부문에 힘을 실어 유무선 네트워크 장애 사태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Cloud/IDC)사업추진실이나 인공지능컨택센터(AICC)기술담당 등 조직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인사 지연은 단순히 시기가 미뤄진 문제로만 볼 순 없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사와 함께 AI 컴퍼니로 거듭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디지털혁신CT(CDTO) 조직을 새로 만들어 기존 사업을 AI 기반으로 재정의하는 역할을 맡겼다. 또 유영상 대표가 SK브로드밴드 대표직을 겸하면서 유무선 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 시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인사와 함께 '유플러스 3.0' 비전에 발맞춰 기존 사업의 내실을 견고히 하며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작년 9월 CEO 간담회를 통해 밝힌 대로 △라이프스타일 △놀이 △성장케어 △웹 3.0 등 4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중장기 성장 전략에 힘을 싣기로 했다.

KT 임원 인사가 지연되는 이유는 오롯이 '외풍'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은 KT 이사회가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구 대표를 선정하자마자 보도자료를 내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경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권에서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KT는 대표 후보 결정 과정에서 밀실 담합이라고 비판받고 있다"고 거들었다.

사실 구 대표의 임기가 아직 올해 정기 주주총회일까지 남아 있는 데다 탄탄한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 자격을 갖춘 만큼 인사를 단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여전히 CEO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데다 외부 압박에 굴하지 않고 인사를 단행했다가 자칫 '괘씸죄'에 걸리지 않을까 신중하게 눈치를 살피고 있다.

◇지주형 회사 전환 등 변신 앞서 리더십 안정화 필요

물론 2020년 10월 구 대표가 통신회사(Telco)에서 디지털 플랫폼 회사(DIGICO)로 전환하는 비전을 발표하면서 현 조직 체제에서 임직원이 좋은 성과를 낸 건 맞다. 다만 구현모 대표 2기 체제를 맞아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AI 부문이 대표적이다. KT는 지난해 초거대 AI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DX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 대표는 여기서 AI를 대한민국 산업의 경쟁력으로 만들기 위한 3대 발전 전략으로 △초거대 AI 상용화 △AI 인프라 혁신 △AI 미래인재 양성을 제시했다.

특히 올해를 AI 인프라와 솔루션, 서비스가 합쳐져 만들어진 '한국형 AI 풀스택(Full Stack)' 구축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KT에서 분사하거나 지분 투자를 단행한 KT클라우드, 리벨리온, 모레 등 기업과 함께 AI 반도체부터 AI 응용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겠다는 구상이다.

디지코 전환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는 카드를 꺼낼지도 주목된다. 작년 3월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가 직접 가능성에 대해 거론하기도 했다. 수익성이 저조한 전통 사업 부문은 점진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성장성 및 수익성이 높은 핵심 사업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묘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KT 실적 발표 이후 애널리스트 행사를 통해 구 대표가 2기 체제 경영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KT가 지주형 회사가 되려면 그룹사 재편이 불가피하다. 미디어 사업 부문을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한 게 대표적이다. 클라우드/IDC 사업부문도 분리해 지난해 KT클라우드가 출범했다.

다른 사업 부문에서도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유·무선 사업 부문이나 AI 및 디지털전환(DX) 사업 부문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 작업을 위해서는 구 대표의 리더십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하고 인사 및 조직 개편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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