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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거버넌스 리스크 점검]시장이 인정한 구현모 대표, 연임이 지니는 의미④내부 출신의 체질 개선, 기업가치 극대화…외풍 차단 선례 남겨야 지속가능성 확보

이장준 기자공개 2023-01-16 13:16:37

[편집자주]

KT가 민영화한 지 어언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정권이 바뀔 때면 '외풍'이 지배구조를 흔들곤 한다. 최근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CEO 선임에 개입하고 있다. 통신사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변신하는 KT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것이다. 민영화 이후 KT를 흔든 외풍의 역사를 짚어보고 현재 지배구조가 지닌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2일 09: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많은 잡음에도 불구하고 구현모 대표이사 사장(사진)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내부 출신 CEO로 체질을 개선하고 탄탄한 실적과 비전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 개인 및 외국인 주주로부터 지지가 탄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객관적인 지표가 우수한데도 구 대표가 부당한 압박에 밀려 물러난다면 KT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순 없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DIGICO) 전환이라는 미션을 완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자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통신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전략통'이 3년간 바꾼 KT

구 대표는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30여년을 'KT맨'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원부터 시작해 사장 자리에 오른 만큼 누구보다 내부 사정을 잘 알고 로열티도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그는 '전략통'으로 KT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에 관여했다. 국내 최대 미디어렙사 나스미디어, BC카드 인수를 비롯해 지니뮤직 전략적투자자(SI)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2020년 CEO가 된 후 그는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KT가 나아갈 방향으로 '디지코'를 제시했다. 통신사(텔코, Telco)를 넘어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디지털전환(DX) 역량을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유무선 이동통신업에 가려져 있었지만 경쟁력 있는 성장 사업이 많아 여기 힘을 쏟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룹사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작업이 이뤄졌다. 미래 성장이 기대되지 않거나 다른 사업들과 시너지가 기대되지 않는 계열사는 과감히 정리했다. 2021년 무전기 전문 자회사 KT파워텔을, 작년에는 브랜드 택시 운영하는 오토피온과 해저 케이블 설치 및 유지보수 사업체 KT서브마린을 차례로 매각했다.

반면 고속 성장이 기대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에는 리소스를 대거 투입했다. 미디어 부문에서는 2021년 투자 및 기획, 제작, 유통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 기업 KT스튜디오지니를 만들고 관련 계열사들을 산하에 배치했다. ENA 채널을 통해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히트를 치면서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밸류체인이 빛을 봤다.

작년에는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부문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사해 KT클라우드가 출범했다. 국내 1호 클라우드 사업자로 시작해 10년 넘게 업력을 쌓으며 국내 공공·금융 클라우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별도 법인으로 만들어 2026년 매출 2조원을 목표로 더 키우기로 했다. KT클라우드는 현재 조 단위 투자유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

KT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처럼 구 대표가 과감하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성공적인 디지코 전환으로 통신사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극적인 변화를 끌어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구현모 대표는 다음 달 KT 실적 발표 이후 애널리스트 행사를 통해 2기 체제 경영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에서 통신과 비통신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지주형 회사로 전환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 방안 등을 논할 수 있다.

◇실적·주가 등 흠잡을 데 없는 데이터…실력으로 확보한 연임 정당성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은 재무적 성과로 나타났다. 구 대표 취임 전인 2019년 연결 기준 KT의 영업수익은 24조3421억원이었다. 2021년에는 24조8980억원으로 규모가 불어났다. 올 들어서는 3분기까지 19조671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는데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더욱 개선세가 뚜렷했다. 2019년 KT는 1조15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구 대표 취임 첫해인 2020년에는 1조1841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더니 이듬해 1조6718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올해에도 3분기까지 1조538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1년 전과 비교하면 18.1% 늘어났다.

별도 기준 사업 부문별 서비스매출을 비교해보면 디지코 전환이 얼마나 효과가 컸는지 알 수 있다. 2019년 3분기에는 B2B 및 디지코 사업 부문이 전체 서비스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였다. 올해 3분기에는 이 수치가 41%(KT클라우드 매출 포함)로 늘었다.

특히 지난 3년간 B2C 통신업에서 2.5%의 성장률을 보이는 동안 디지코 B2C와 B2B 사업 영역은 각각 20.1%, 21.9%씩 매출이 불어났다.

*주가 출처=네이버금융

펀더멘털이 단단해지고 비전을 현실화하면서 KT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취임 직후인 2020년 3월 말 기준 KT 주가는 2만원을 채 넘지 못했다. 현재 주가는 작년 말보다는 떨어졌지만 3만4300원(11일 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한때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기도 했다. 약 9년 2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코스피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약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개인 및 외국인 주주들로부터 구 대표가 강한 지지를 받는 이유다.

실적과 주가 등 데이터가 구 대표의 연임 정당성을 부여한 만큼 KT로서는 여느 때보다도 외풍 리스크를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만약 여기서 구 대표가 물러난다면 추후 KT에서는 어떤 CEO가 선임되더라도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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